[시론 정용길] 대전의 ‘언론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정용길 대전충남민언련공동의장 / 충남대교수
     

며칠 전 디트뉴스에서 진행하는 만담 뉴스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이 지역에 근무하는 중앙지 기자가 디트뉴스의 류호진 기자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저에게 살해 협박을 하네요’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중앙지 기자는 지난 19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사태와 대전 시티즌 사장 퇴진에 관한 기사를 썼다. 염홍철 대전시장의 무리한 측근 챙기기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염 시장의 팬카페 회원이라는 사람이 기자에게 전화하여 왜 지속적으로 염 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쓰냐고 하면서 너는 박성효 전 시장의 하수인이 아니냐고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10여 분 동안 온갖 욕설을 해대면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왜 지속적으로 염시장 비판하냐.. 죽여버리겠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수치스럽고 창피할 뿐이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말과 행동이 염시장을 돕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는 오히려 염시장에게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처럼 언론자유가 심각히 훼손되고 있는 사태는 우리 주변에서 종종 관찰될 수 있다. 대전 시장을 반복적으로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신문사를 쫓겨나야만 하는 기자가 있는 것이 이 지역의 언론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받고 있는 상항에서 비굴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이 지역 기자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필자 역시 대전시장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적이 있는데 시청의 간부 직원이 시장을 대신하여 필자에게 오만한 태도로 반론을 제기하고 댓글을 달기도 하였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시장의 언론 담당특보까지 수행하는 그 공무원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런데 왜 이런 비상식적이고 무도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언론은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고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을 그 생명으로 한다. 이에 충실하지 못한 언론은 죽은 언론이다. 그런데 지역의 언론사들이 언제부터인가 지역의 단체장들을 비판하는 것을 꺼려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홍보성 기사가 지면의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지역 언론의 열악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언론의 권력에 대한 순치현상은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단체장들의 분별없고 이기적인 마음이 더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단체장들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오거나 칼럼이 실리게 되면 담당 공무원이 신문사나 필자에게 전화하여 항의하거나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대전시장의 독특한 언론관에 문제

이러한 일이 가장 극명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대전시청이고, 그 중심에는 염 시장의 독특한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가 알고 있는 기자들의 중론이다. 언론은 칭찬보다는 비판적인 내용을 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니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벌어진 살해 협박도 그런 맥락에서 시장에 대한 과잉충성을 보이고 있는 일부 ‘염빠’들의 작태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테러행위로 법의 엄중한 단죄를 받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 기자들과 언론 단체들도 침묵이 아닌 행동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립대 총장을 역임하고 대전 시장직을 세 번째 수행하고 있는 염 시장은 이제 이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고 원로이다. 자기를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좀 더 담대해지거나 성숙된 대응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것이 본인과 시청 공무원, 그리고 대전 시민들에게 좋은 일이다. 그리고 뒤로 돌려진 대전의 언론 시계를 제 시간에 맞춰놓는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