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칼럼] 지방분권화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자

   
▲ 정용길 충남대교수

얼마 전 충남 도청에서 지역경제협의회가 개최되었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장이 ‘충남지역 소득의 역외유출 현황과 과제’라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지난 10년간 충남 지역의 지역총생산(GRDP)이 빠르게 증가하여 2.5배 증가하였으나 지역민총소득은 2.1배 증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 대비 소득 비율이 60%로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전이 112, 서울이 133인 것을 생각하면 지역에서 창출된 부의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지역소득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생산과 소득의 계상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총생산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장의 소재지가 기준인 반면에 총소득은 기업의 본사나 근로자의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대기업의 생산 공장이 충남의 북부지역에 밀집되어 있는데 근로자 중 상당수가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것이 지역소득 증대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총선 대선에서 쟁취해야 할 것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대기업 본사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고, 근로자 가족들이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우수한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그리고 정보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본사를 서울에 두어야 기업 활동에 유리하다. 또한 좋은 교육시설과 문화 공간, 그리고 대형 쇼핑몰이 대부분 서울에 있어 가족들이 지방에 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가자원 배분의 왜곡현상은 지역 소득의 역외유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서울은 블랙홀이 되어 전국의 자원을 흡수하고 있어 지방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사회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노무현 정부는 행정수도를 추진했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건설하려 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수구집단의 농간으로 인해 행정수도는 좌절되었고 대신 행정도시가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그나마 MB정부는 세종시 건설이 기업경영 논리인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하면서 이를 뒤집으려 시도했다. 지방분권에 대한 현 정부의 철학이 이처럼 천박하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울 중심주의’를 무너뜨리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가능하고, 또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역사의 발전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과 투쟁의 흐름 속에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데는 지금이 적기이다. 올해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주인으로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4월 총선에서 각 정당과 정치인에 대해 지방분권화에 대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말이 아닌 공약으로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총선에서 채워지지 않은 부분은 연말 대선에서 다시 쟁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담겨질 내용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우선 정치적 차원에서 분권화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위양하여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권한조정을 해야 한다. 아울러 행정도시 이름에 걸맞게 행정 수반인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행정기관이 세종시에 오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차원에서 분권화가 구현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작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2%에 그치고 있다.

지방이 벌거벗은 임금님 안 되려면

이러한 열악한 재정형편으로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2에 불과한데 이를 조정하여 지방세 비율을 대폭적으로 높여나가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의 공동대응도 필요하다. 정치·경제 외에 교육의 분권화도 중요하다. 지방의 장기적 발전은 그 지역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지역 인재를 키우기 위해 지방대학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지방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언론과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패배주의와 분파주의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강고하게 형성된 기득권 구조를 타파할 수 없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열정, 그리고 지역민의 단합된 힘이 굴종과 왜곡의 역사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선거를 통해 국민이 주인임을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이 수도권의 들러리가 아니며 변방이 아님을 확인시키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무시당하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거나 또는 주인이라고 착각하는 ‘벌거벗은 임금’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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