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염홍철 시장’은 과거와는 달라졌다. 재작년 취임 후 얼마 안 돼 그런 얘기들이 나왔었다. 민선 3기 때와 비교하면 거칠 것 없고 과감한 모습이 눈에 자주 띤다. 그러나 그는 본래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스타일로 인식되었다. 고집불통의 비타협적 인물이 아니었다. 과거엔 남의 사람도 내 사람으로 만들어 쓰려는 모습도 보여줬다.

민선5기 들어선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다. 시장에게 ‘찍힌’ 사람들은 민선 5기 출범 6개월 만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교육 유배’를 떠나야 했다. 당시 시청 사람들은 “4년 전의 염 시장이 아니다”며 분위기를 전했었다.

난방도 안되는 창고로 쫓겨난 전 시장 측근

무섭게 변한 염 시장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박성효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시 산하 기관에서 계약직으로 근무중이다. 그는 아무 잘못도 없이 대기발령으로 보직을 잃고 난방도 안 되는 비품창고로 쫓겨나 작은 전기난로에 기대 겨울을 나고 있다. 대전시는 그를 아주 쫓아내려 했지만 계약직이라도 함부로 자를 수 없게 되자, 부당노동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 산하 기관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시장의 뜻’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예전 같으면 염 시장이 이런 무리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염 시장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작년 산하 기관단체장 등에 대한 ‘밀실 인사’ 지적이 되풀이되었지만 시장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인사뿐 아니라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방식도 과거와 비교된다. 예전엔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적어도 시민단체에 귀를 기울이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은 독선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하철2호선은 물론이고 도안호수공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하철2호선은 처음부터 현실성 없는 염 시장의 ‘엉터리 공약’을 가지고 밀어붙이다 결국 U턴해야 했다. 작년 말엔 2호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면서 언론과 시민단체 몰래 계획을 변경했다가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

최근 발표한 도안호수공원 사업 재추진도 ‘억지 공약’을 강제로 밀고 나가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택지가 남아도는 마당에 호수 공원을 만들려고 택지를 공급도 불사하겠다는 발상이니 시민들을 위한 호수가 아니라 시장을 위한 호수요, 공약을 위한 호수일 수밖에 없다.

이런 호수를 시민들은 반대하지만 시장은 밀고 나갈 태세다. 지금의 염 시장에겐 시민들의 목소리도 시민단체의 충고도 우이독경처럼 보인다. “너희들은 떠들어라. 이젠 나도 내 뜻대로 하겠다”는 분위기다.

시장의 ‘변화’, 치적 조바심 때문이면 위험

염 시장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 사람을 쓰는 방법도,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도 변했다. 내 사람과 남의 사람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사업도 고집대로 하려 한다. 과거 신중하고 타협적이던 모습은 무모하고 독단적으로 바뀌었다. 달리 보면 우유부단하던 모습이 단호해지고 과감해졌다고도 할 수도 있다. 추진력에선 장점일 수 있지만 방향이 문제다.

무엇이 염 시장을 변화시켰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치적’에 대한 조바심이 없지 않다고 본다. 시장은 강하게 밀고 나가야 일을 성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세 번째 시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업적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지하철이든 호수공원이든 엑스포 과학공원이든 눈에 뵈는 치적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걱정스럽다.‘치적주의’는 실적보다 과오를 낳기 십상이다. 염 시장은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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