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이웃고을

오늘 아침 신문에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셋이 나란히 찍은 사진이 실렸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하지 말라는 공동성명을 내는 장면이다. 이렇게 3명이 함께 한 사진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취임한 지 1년 반을 넘기고 있지만 염 시장과 안 지사 단둘이서 만나 찍은 사진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둘이서도 만나야 하는 각별한 이웃이다. 대전이 충남에서 분리된 지 20년 남짓이니 아직 둘 사이는 형제와도 같은 관계다. ‘대전충남북 3개시도 모임’만으로 대신할 수 없는 사이다.

그동안 역대 대전시장과 충남지사의 관계도 남달랐다. 충청권 3개시도지사 모임을 하면서도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임기중 몇 번씩은 따로 만났다. 때론 시도 공무원들까지 대동하여 자리를 함께 하면서 지역현안에 머리를 맞댔다. 박성효 시장은 시공무원들과 함께 태안 유류피해 현장을 찾았고, 이완구 지사는 대전시가 국책사업인 로봇랜드 유치에 실패하자 대전시를 위로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대전시와 충남도는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염시장과 안지사는 이시종 충북지사가 없이는 만나지 못하는 사이처럼 되었다. 염 시장과 안 지사는 거의 남남으로 지내고 있다. 염 시장은 대구시장, 광주시장과는 내륙도시모임으로 활발하게 교류하면서도 충남도한텐 남보듯 한다.

안희정 지사도 다른 시도지사들을 초청해 특강을 듣고 자신도 특강을 가는 ‘특강 교류’를 활발히 펼치면서도 이웃의 염 시장은 빼놓고 있다. 안 지사가 충북도청에 가서 특강을 하고 이시종 지사를 초청했으나 이 지사는 못 왔다고 한다. 멀리 있는 한나라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까지 초청하는 걸 보면 당이 달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안 지사가 대전시 공무원들에게만 특강을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 두 사람의 ‘대외 관계’는 멀리 있는 친구는 사귀려 하고 가까이 있는 형제는 회피하는 ‘원교근피(遠交近避)’라 할 수 있다. 멀리 있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야 좋은 일이나 가까이 있는 형제와 소원한 것은 문제다. 어쩌면 큰 문제다.

형제가 이웃에 살면서도 사촌(충북)까지 모이는 자리에서만 만나는 사이라면 정상은 아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사이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취임 후 1년 반이 넘도록 단 한번도 얼굴 맞대고 밥 한 끼 안 먹었다면 둘 사이엔 뭔가 문제가 있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다. 서로 소원해질 만한 갈등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한솥밥을 먹다가 갈라지면서 남모르는 ‘과거’가 있을지 모르나 시도지사로서 서로 회피할 만한 일이 뭐 있겠는가. 원수라도 필요하면 덥썩 손을 잡는-적어도 그런 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인들 아닌가?

이유가 무엇이든 두 사람 간의 문제는 ‘대전-충남의 문제’로 이어지게 돼 있다. 대전과 충남은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경제 환경 관광 교통 등 여러 면에서 대전 충남은 아직 한몸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충남도청부지 문제만 해도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머리를 맞대야 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염 시장은 도청부지 문제와 관련, 비슷한 처지의 대구시장과는 얘기를 하면서도 정작 그 땅주인의 대표인 안 지사에겐 일언반구도 없다. 예의가 아니다. 두 사람은 1년 반이 넘도록 서로 초청하지 않음으로써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결례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는 서열을 따질 수 없는 관계지만, 사적으론 염 시장이 안 지사보다 연장자이고 또 고향(논산) 선배이기도 하니 염 시장이 먼저 초청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혹 염 시장이 깜빡해서 한참이 지나도록 초청하지 않았다면 후배인 안 지사가 ‘한번 모시겠다’ 며 특강을 부탁하여 염 시장을 초청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두 사람 다 강조해온 것이 ‘대화와 소통’이다. 가장 중요한 이웃에게도 쓰지 못하고 있는 소통을 어디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충남도 측에선 “지사님과 시장님 전화로는 자주 통화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정말 전화로 ‘대화’가 되는 사이라면 이렇게 소원할 수가 없다. 두 사람의 소원함을 곧 행정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시도지사가 외면하고 있다면 시도 공무원들이 서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저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우려, 『목민심서』엔 “이웃 고을 수령과는 형제의 우의가 있으니, 저쪽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서로 틀어짐이 없도록 하라” 하였다. 『목민심감』에는 “(수령이 되어) 정사(政事)를 맡으면 즉시 이웃 고을을 방문하여 예(禮)를 갖추고 문서를 보내어 나의 공경을 전달해야 한다. 나중 정사에 서로 간여됨이 있으면 의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대구 경북’은 얼마 전 지역 상생을 위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교환특강’이 마련되고 간부공무원들의 상호방문도 실시됐다. 부산시장과 경남지사도 양 시도의 상호발전을 위해 ‘1일교환근무’를 실시했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도 과거처럼 가까이 지내야 한다. 연말 도청이 이전하면 더 멀어질 게 뻔한데 염시장과 안지사는 벌써부터 남남으로 지내려는가? / 김학용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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