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4자성어와 행정

염홍철 시장은 올해의 시정구호로 ‘평이근민(平易近民)’을 내세웠다. 처음 들어본 사자성어지만 뜻은 이해할 만하다. 튀는 행정, 고집스런 행정, 소란한 행정을 하지 않고 그야말로 평이하게 정사(政事)를 폄으로써 시민들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의미 아닐까?

정초에 이 글귀를 보면서 올해는 대전시민들이 좀 편해질까 하고 있는데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본사를 방문하였다. 유성구야말로 ‘예상과 달리’ 조용한 행정을 펼치는 곳으로 평이 나 있다. 취임 1년 반을 넘기고 있으나 지금껏 유성구에선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지 허 청장에게 물어봤다.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명료하게 대답했다. 그는 “구청장에 취임할 때 자신이 ‘일정한 세대(486세대)’와 ‘일정한 세력(진보적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사람임을 명심했다”고 말했다. 이 두 세력이 합치면 이른바 ‘486 정치인’들이 불안감을 준다는 사실을 허청장은 일찍부터 유념하고 있었다. 그는 구청장이 되면 ‘486 정치인들도 고집부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행정을 펼칠 수 있다’는 인식을 먼저 심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허태정 구청장이 편안한 행정 하는 이유

그는 이를 실천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임 청장에 대한 배려로, 수장(首長)이 바뀐 곳이면 잘 나타나는 ‘전후임간 갈등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맘을 먹었다. 전임 구청장의 실책을 직간접으로 드러내 그를 욕보이고 자신을 차별화하는 전략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전임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인사도 경계했다. 허태정 청장이 얻고 있는 ‘조용한 행정’은 그런 노력의 결과다.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평이근민’을 실천하는 사람은 또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다. 작년 그의 도지사 당선은 도청의 많은 공무원들에게는 불안감을 준 게 사실이다. ‘개혁 폭풍’이 몰아치면서 도정이 어디로 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공무원들이 불안감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임기초반 시도했던 ‘청와대에 날세우기’를 빼면 그는 적어도 의 도정(道政)이 조용하고 편안하게 느끼도록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 지사야말로 평이근민을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는 단체장이다.

무엇보다 그는 친근감과 안정감을 주는 데 노력하고 있다. 파격적인 인사도, 논란을 빚는 튀는 정책도 별로 없다. 이것이 안 지사의 진짜 모습이고 전부라고 보진 않는다. ‘차차기’를 염두에 둔 이미지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염 시장이 어떤 의미로 평이근민을 선택했는지 모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새해 첫 간부회의에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타산지석’이었다. 남의 잘못을 보고 자신을 경계하자는 좋은 의미지만 타산지석의 장본인에겐 비판하는 말이 된다. 이번의 경우 그 주인공은 아쿠아월드 사업을 추진한 박성효 전 시장이다.

발언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새해벽두부터 전후임 간 싸움이 또 시작된 셈이니, 평이근민의 달성은 애초에 글렀다. 전후임 시장이 티격태격하면 시민들과 공무원들이 편안할 수가 없고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기 힘들다.

전-후임 갈등해도 ‘평이근민’ 어려워

아쿠아월드 문제는 당시 박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치적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보이지만 후임 염시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사업 시작은 박시장이 했지만 준공은 염 시장 때 이뤄졌다. 염 시장은 준공식에 참석, 축사까지 했다.

그런데도 대전시는 아쿠아월드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해왔다. 대전시 홈페이지 ‘대전관광포털’ 사이트에는 ‘오월드’ 등과 함께 좀 커다란 쌈지공원에 불과한 ‘유림공원’까지 눈에 띄게 노출시키면서 전국 최대 수족관이라는 ‘아쿠아월드’는 꼭꼭 숨겨놔 찾기가 힘들다. 대전시가 고의로 그렇게 했다고 보지는 않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전시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증거다.

염 시장이 타산지석이라고 했으나 그 산이 남의 산만은 아니라고 본다. 바로 염 시장 자신의 산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평이근민’도 가능할 것이다. 평이근민에 대해선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안지사와 허청장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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