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39

<여설> 이글은 모 여성잡지에 기고된 글로서 필자가 아주 오래전에 우연히 발견하여 읽었 는데 그 글을 읽고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었다.
 필자는 그때의 감정으로 이십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수강하는 수강생들마다 이 글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글은 지금 삼, 사십대 이후의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감정이 북 받칠 수 있는 글로서 오 직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글이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소개드린다.

(스물하나) 당신은 고개를 두 개 넘어 얼굴도 본적 없는 김 씨 댁의 큰 아들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스물여섯) 시집 온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시댁 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둘) 자식이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 병원까지 밤길 이십 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입혀 주었습니다.
(쉰둘) 자식이 결혼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하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예순)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다섯) 자식내외가 바쁘다며 명절에 고향에 못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 일찍 올라 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 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스물아홉) 열 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른일곱) 자식이 초등학교에서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마흔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 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여덟) 자식이 대학입학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셋)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 봤습니다.
(예순하나)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 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 졌습니다.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 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가까운 바다에 나가 수평선을 보여 주겠습니다.당신이 나에게 이상을 가지라 하셨듯이 자식의 가슴에 꿈을 심어 주겠습니다.
겨울 산을 함께 오르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고난과 맞서는 용기를 길러 주셨듯이자식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을 키워 주겠습니다.
지는 해를 보여 주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겸허하라고 하셨듯이 자식에게 큰 사랑은 오히려 겸허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세상을 지켜온 당신의 크신 사랑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오직 자식을 참되게 살기를 바라며,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당신이 나를 키웠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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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생활 명심보감?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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