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의 '상금 강탈 미수 사건'
대전시의회의 '상금 강탈 미수 사건'
  • 김학용 편집국장
  • 승인 2011.12.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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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강좌제 예삭삭감 관련

대전시의회의장이 국비 확보를 위해 국회를 방문한다는 뉴스를 종종 듣곤 한다. 그런 시의회가, 구청에서 노력하여 따온 국비를 중간에서 가로채려다가 정부에 그 돈을 반납할지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시의회가, 대덕구가 노력해서 따온 배달강좌제 국비 예산 2억4천원에 대한 시비(市費) 부담금 1억2천만원을 깎는 바람에 대덕구 주민들은 연간 4억원8천만원어치 학습 기회를 날릴 참이다.

대덕구가 원조라는 ‘배달강좌제’는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창조지역사업’으로 선정돼 4년간 매년 국비 2억4천만원을 지원받기로 돼 있다. 국비 2억4천만원에 시비와 구비 1억2천만원씩을 합해 년간 4억8천만원이 집행되는 사업이다. 4년간 20억원 가까이 소요되는 학습 서비스다.

대덕구 주민들은 자칫 이 학습비를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대전시의회 탓이다. 시의회가 대덕구에서 정부로부터 타온 2억원4천만원을 대덕구에 주지 않고 ‘대전시 예산’으로 전용해 쓰려다가 빚어진 일이다.

시의회는 시비 부담금이 지원되는 만큼 대덕구만 줄 게 아니라 이 돈을 전 시민이 나눠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 듯하다. 대덕구를 본떠 대전시도 배달강좌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대덕구가 타온 예산을 시예산으로 쓰려는 게 시의회의 계획이었다.

대덕구 주민 상금 가로채려던 대전시의회

이런 학습 서비스는 전 시민이 골고루 받아야 되는 것은 맞지만, 그 돈을 대덕구가 받아온 ‘상금’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틀린 방법이다.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상금의 주인인 대덕구 주민들이 결정할 일이다. 대덕구가 받아온 2억4천만원은 대덕구민들의 노력으로 받는 ‘상금’이나 마찬가지다. 시의회가 그 상금을 가로채 자신들이 선심 베푸는 방법으로 쓰고자 한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다.

도둑놈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남의 돈을 몰래 훔쳐 쓰는 게 도둑놈이고, 남의 돈을 강탈해서 제 돈처럼 쓰는 게 강도다. 시의회는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덕구의 돈 2억4천만원을 중간에서 강탈해 쓰려했으니 강도나 마찬가지다. 상급 지방의회의 권한을 강도짓 하는 칼로 쓰고 있으니 대덕구 주민들이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대체 대전시의회는 왜 이런 ‘강도 의회’ 까지 되어 가는가? 시의원들이 남의 돈을 빼앗는 강도짓까지 하게 되었는가? 이유는 있을 것이다.

첫째는 대전시의회가 너무 뻔뻔하고 멍청하다. 남의 것을 빼앗을 때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시의회는 두꺼운 낯으로 남의 돈을 가로채기로 했으나 회계법상으로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은 ‘강도 미수 사건’이 되어 있는 상태다. 그 상금이 끝내 주인인 대덕구에 전달되지 못하고 정부에 반납되고 만다면 이번 일은 ‘시의회의 상금 강도미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두 번째는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 구청장이 따온 예산을 선진당 의원들로 구성된 시의회에서 삭감했다’는 점에서 보면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어쩌면 이게 사안의 본질일 수도 있다.

시-구 정치적 갈등 때문이어도 '얼간이 의회'

그동안 대전시와 대덕구는, 정확히 말하면 선진당의 염홍철 시장과 한나라당의 정용기 대덕구청장 사이엔 도시철도 노선 등에서 ‘갈등’을 겪어왔다.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의 시의원들 가운데는 ‘시장 호위병’ 노릇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이번 일에도 이런 의원들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정적’ 정용기청장을 물먹이기 위해 벌인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 싸움’을 말릴 방법은 없으나 그 때문에 애꿎은 주민들까지 피해를 보게 해선 안 된다. 정치 싸움에 눈이 멀어 강도짓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남의 상금을 가로채 제 이름으로 선심 쓰려는 시의원들의 면면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이번 ‘상금 강탈 미수 사건’은 그 경위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어떤 의원들이 무슨 핑계로 그런 일을 꾸몄는지 밝혀야 한다. 혹자는 집행부인 대전시를 ‘공범’으로 의심하기도 하지만 시의회가 ‘범인’인 것은 확실하다.

아무리 정치적 갈등을 겪는 관계라고 해도 상대방의 상금까지 가로채 제 공치사에 쓰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정말 사리분별을 못하는 ‘얼간이 지방의회’라서 그렇다 해도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시민들은 누가 이런 수준 이하의 일을 저지르는지 다음 선거 때까지 기억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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