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탁 교수 (한국폴리텍4대학 디지털콘텐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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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탁 교수
지난달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에 선임된 중견 연기자 출신 이효정씨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흑묘백묘(黑猫白猫) 란 말이 생각난다.

흑묘백묘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鄧小平)이 취한 경제정책이다.

경제정책은 흑묘백묘식으로 추진하고, 정치는 기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정경분리 정책을 통해 덩샤오핑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탄생시켰다.
이 원장에 대한 세간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연기자 신분으로 문화산업진흥원장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연봉이나 관사 등 지나친 대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어 현재 출연중인 드라마 작품이 있어 근무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찌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원장은 전문경영인이나 문화산업 전문가라기보다 연기자로서 더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연기자 출신이 공직을 맡는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문화부장관에 이창동감독, 김명곤씨를 임명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정부도 유인촌씨를 문화부장관에 임명했으며 현재 유씨의 경우 대통령 문화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또 경기도 김문수 지사는 지난 2009년 초, 연기자 조재현씨(46세)를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조위원장은 2010년 8월부터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직도 겸직 중이다.
경상남도 역시 2010년 1월부터 중견 연기자 박상원씨(53세)를 경남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물론 이들의 경우 대부분 실무를 집행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명예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은 직접 실무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자리다.
전국 지자체 중 문화산업진흥원 성격을 갖는 기관 중 행정이나 경영의 비전문가이자, 연기자 출신을 선임한 사례는 대전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 시장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이 원장을 영입했을까.

이 원장은 염시장의 선거공신도 아니고, 속칭 회전문 인사도 아니다. 이 원장을 영입한 이유를 추론해본다면 무엇보다 대전시 산하 공기업 기관장 인사의 새바람을 넣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기존의 기관장 인선 잣대에서 벗어나 의외의 인물을 영입해 시정의 활력과 변화를 꾀해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 같은 가정에는 한 가지 단서가 될 바탕이 있다. 지난 6월 8일 염 시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한국관광공사 이참사장을 극찬했다.

이 내용이 모 인터넷 언론에 실린 적이 있다. 이참사장 정도라면 연봉 3억 원을 주더라도 신설예정인 대전도시마케팅공사 사장으로 모시고 싶다는 게 주요 요지였다.
연봉 3억으로 300억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대전시로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어 유럽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K-pop에 대해서도 칭찬하기도 했다. 이 점은 염시장의 진심 어린 언급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연장선상에서 이효정원장 영입을 결심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여러 차례 대전시의 구애에 고사하다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직에 응한 이원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단순히 대전시에서 제시한 억대 연봉이 매력적일까?
그러나 이건 전혀 고려대상도 못된다. 진흥원장 연봉보다 출연료가 못할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흥원장직을 수행하는 게 다른 작품에 출연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 현재 방송중인 작품은 이미 진흥원장으로 제안받기 이전에 출연계약이 되었던 작품이다. 이 부분은 이미 대전시에서도 인정한바 있어서 재론할 가치가 없다.
단, 앞으로 진흥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계속 다른 작품에 출연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소위 ‘꿩먹고, 알 먹고’라는 시민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그동안 이효정원장은 연기자로서 선이 굵고 남성적인 캐릭터 즉 개성이 강한 배역을 주로 맡아 왔다. 또한 그의 친동생인 이기영씨 역시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 하는 유명한 조연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2010년부터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직과 대중예술단체 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 드라마 제작사를 오랜 기간 경영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한국방송연기자협회는 방송연기자들의 권익보호 및 자질향상과 연기자 상호간의 친목, 협력 등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4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현재 1,600여명의 국내 방송연기자들이 가입되어 있다. 한국가수협회, 한국연극배우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의 대중문화예술을 대표하는 단체다. 뿐만 아니라 결식아동 돕기, 의료봉사활동 등 각종 봉사활동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원장의 친화력과 리더십 등이 검증되었기에 이 같은 큰 조직에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지 않을까 한다.
그는 동국대 연극학부 출신으로 현재 동문회장이다. 사실 동국대 출신 연예인들의 결속과 인맥은 대단하다. 현재 후배사랑 멘토 장학기금에 참가하는 연극학부 동문회원은 1년에 5백만 원씩 10년 동안 총 10억 원의 장학금을 조성해 연극학부의 형편이 어렵거나 연기재능이 탁월한 학생들에게 지급될 계획을 진행할 만큼 강한 결속력을 갖고 있다. 주요회원에는 이덕화, 강석우, 임예진, 이경규, 홍학표, 이경실, 김상중, 최유라, 이정재, 최정원, 류시원, 김수로 등이 있다.
혹여라도 우리 마음속에 이효정원장을 딴따라라고 비하하지는 않는가.
‘딴따라’는 사전에서 연예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역사에서는 대중예술인들을 천대해온 게 사실이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보듯 광대의 역할은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것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민초의 고난한 삶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한 축이었다.
바야흐로 대중예술인을 보는 국민적 눈높이가 달라졌다. 우리나라영화, 우리드라마, 우리음악, 우리 게임 등 대한민국 문화콘텐츠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행여 우리 마음 한 구석에 이효정원장을 아직 딴따라, 즉 탤런트나 연예인의 범주로만 비하해서 처다 보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을까.
문화산업이라는 말이 회자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다. 김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문화산업’이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문화예술인들과 자리를 같이한 김당선자는 두 가지를 문화예술인들에게 강조했다. 하나는 문화예술계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과 ‘문화산업’의 강조였다.
그러면서 문화가 돈(산업)이 될 수 있는 사례로 영화 ‘주라기공원’을 들었다. 알다시피 이 영화 하나가 현대자동차로 벌어들인 돈보다 많다. 그 후로 문화부등 관련 정부기관들은 장관에서부터 말단공무원까지 모두 ‘문화산업’을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다.
평생을 풍찬노숙, 만주대륙의 서리를 깔고 찬바람을 이불처럼 덮으며 조국광복에 피와 눈물을 쏟았던 독립투사 김구선생은 그의 백범일지‘나의소원’에서 오히려 문화의 힘이 찬란한 문화대국을 소망하는 선진적 비전을 가졌다.
문화와 예술도 그 자체로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은 권력으로 지배하는 힘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로 소통하면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다.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며 상상력이다.
이 창의력과 상상력은 지시나 간섭에서 나올 수 없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만들어 진다. 문화는 위아래가 없다. 중심과 변두리도 없다. 강자와 약자가 없는 평등한 개념이다.
强小國이 지배하는 지식, 정보, 문화의 시대다.
지금 대전은 新문화산업과 웹2.0 시대를 선도하는 대전發 문화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첫 술에 배부른 순 없다. 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이 원장에게 중견 연기자 그 이상의 ‘기관 경영능력’과 대전의 영상산업 발전에 대한 결과물을 기대한다면, 아직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이효정원장 스스로 대중문화예술인에서 한류문화의 창달자로, 문화산업의 전도사로 변신을 꾀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원장을 남과 비교해 볼 때 기존의 관행적 기관장 스타일과는 다르게 할 거라는 점이다.
흑묘백묘(黑猫白猫) 비슷한 뜻의 한자성어로는 남파북파(南爬北爬)가 있다. 남쪽으로 오르든 북쪽으로 오르든 산꼭대기에만 오르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강의만 잘한다고 대학총장하는 게 아니다. 수술만 잘한다고 병원장하는 게 아니다. 이 원장에게도 여러 복합적인 장점이 많다.
대전을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콘텐츠 발신기지로써, 베이스켐프이자 문화창작발전소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공은 이효정원장에게 넘어갔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직을 수락한 것은 문화 권력자로서 그의 원대한 꿈과 야망이 실려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전을 단지 서울로, 중앙의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
그는 보다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문화 권력자도 아닌, 문화행정가도 아닌 그만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컬러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이 원장은 한 사람의 중견연기자에 그치지 않는다. 대전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콘텐츠가 시작되고,「창조도시 대전」을 휘날리며 세계로 나아가는 길.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데 이원장의 힘 있는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 교수 연락처: 010-840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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