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방송 꺼질라’
‘지방방송 꺼질라’
  • 김학용 편집위원
  • 승인 2011.12.0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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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보는 조중동 방송

이른바 ‘조중동 방송’이 보수일색이란 점에서 진보 진영의 사람들은 언론의 보수화 편중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는 MB 정부가 조중동에게 방송을 허가해준 결과라기보다 처음부터 의도가 그런 것이었다.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지방’의 입장에선 진보와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조중동 방송’이 지역방송을 죽이고 결국 지방까지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조중동 방송이 시작된 날 오후 지역방송 간부 출신의 한 지인에게 ‘지역’의 반응을 물었다. 그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식자리에서 ‘지방방송, 꺼!’ 하는 말을 자주 하는데 조중동 방송이야말로 정말 ‘지방방송은 끄라’는 소리로 들린다”고 했다.

조중동 방송의 지방방송 침해

조중동 방송의 출현은 광고시장 잠식 말고도 방송 프로그램 자체로만으로도 지방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조중동 방송은 서울과 중앙의 정보와 문화를 쏟아낼 게 뻔하다. 지역 뉴스 지방 문화에 대한 정보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종편채널이라는 케이블 방송 자체가 지방은 배제된 그들만의 방송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종편 ‘채널A’에 참가하게 되는 대전일보는 “막강한 취재력을 갖춘 지방신문사의 결합은 질 높은 뉴스 생산으로 연결될 게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종이신문의 위축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는 될지 모른다. 그러나 ‘동아일보 TV’를 통해 전달되는 ‘지방’은 기존의 지상파 채널인 대전KBS, 대전MBC, TJB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기존 지상파의 경우 프로그램의 지역 제작 비율은 20~30% 선에 이르고 있지만 앞으로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을 빼앗기고 매출이 떨어지면 도리가 없다. 작금 지역방송이 이미 어려움을 겪는 데는 신문처럼 인터넷의 영향이 크지만 조중동 방송에 지방광고시장까지 빼앗기면 지역방송들은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조중동 방송이 허가 날 즈음 한 방송사가 돌려본 시뮬레이션 예측으론 지방방송의 광고매출이 30~40%선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방송의 한 간부는 과장된 수치로 보인다면서도 조중동 방송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감소는 인력 감축을 불러오면서 지역방송 프로그램을 질적·양적으로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 이미 지방방송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방송 출신 간부는 “얼마 전 지역의 모방송 라디오 프로를 진행하던 프리랜서가 내부 인사로 교체됐다”며 조중동 방송의 등장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방송만 피해자는 아니다. 지방신문도 조중동 방송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지방신문에 돌아갈 광고 중 일부를 조중동 방송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지방언론 전체로 보면 조중동 방송은 피해만 줄 뿐 득 되는 게 거의 없다.

시청자 입장에선 프로그램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지방이라고 나쁠 게 없다. 표면적으로 그렇다. 지방 주민들도 많은 방송사가 전해주는 더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방송광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과도한 경쟁은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방방송은 경쟁에 밀리면서 도태되지 말란 법도 없다. 정말 지방방송을 꺼야 하는 지방도 있을 것이다.

‘중앙종속’ ‘지방소외’ 심화 우려

지방방송이 꺼지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지방문화가 위축되고 경제도 행정도 정치도 지방은 그만큼 시들어 가게 된다. 지방 주민들은 조중동 방송을 비롯한 중앙방송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쇼나 즐기는 가운데 ‘지방의 바보들’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방은 ‘나꼼수’ 같은 새로운 병기를 만들어 중앙에 맞서기도 힘들다. 조중동 방송의 등장과 이로 인한 문화·정보의 중앙 집중화는 ‘중앙 종속’과 ‘지방 소외’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도 지방분권도 더 힘들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지방방송이 꺼지면 지방도 꺼질 것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중앙방송에서 늘 빛을 비춰 줘야만 되는 ‘어두운 지방’이 될 것이다. 조중동 방송에 대한 지방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조중동 방송 개국 축하 요청을 거부한 안희정 지사도 함께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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