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35

<원문> 時來風送?王閣(시래풍송『등왕각』)이요, 運退雷轟薦福碑 (운퇴뢰굉『천복비』)라.

<풀이> 때(운)가 오니 바람이 『등왕각』으로 보내주고, 운이 물러가자 벼락이 『천복비』에 떨어졌다.

<여설> 인간사에는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은 일도 시운(時運)이 도래 하면 이루어 질 수 있고, 다 이루어지리라고 예견되었던 일도 불운하면 하루아침에 그 꿈이 산산이 부서진다는 2가지 사례의 이야기다.
 하나의 사례는 당나라 때 유명한 문장가이며 시인인 『왕발』이 무명시절 뜻밖의 행운을 만나 당대의 문장가로 명성을 얻은 일화이다.

27세로 요절한 당대의 문장가이며 시인이었던 『왕발』은 처음부터 명성을 떨쳤던 것은 아니다.
『왕발』이 무명시절 당나라 고조의 아들인 『원영』이 『양자강』유역에 위치한 『남창』에 『등왕각』이라는 누각을 세우고 낙성식을 기념하여 전국 시인대회를 열었다.
왕족이 주최하는 시인대회에서 장원을 하면 하루아침에 그 명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무명시인 『왕발』도 시인대회에 참가하여 명성을 얻고자 하였으나 불행하게도 『왕발』이 살고 있는 『동정호』부근에서 『등왕각』까지는 무려 700리나 되는 거리로서 대회 날까지는 도저히 도착할 수 없는 불가능한 거리 였다.
그런데 그 전날 밤 『왕발』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시인대회에 참가하여 등왕각서문을 지으라는 현몽을 하였다.
그래서 『왕발』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꿈속의 노인말대로 『등왕각』이 있는 『남창』으로 가는 배를 탔다.
그런데 무슨 조화인지 갑자기 동풍이 거세게 불어 그가 탄 배를 대회 날까지 도착 하게 하였던 것이다. 그 덕분에 『왕발』은 무사히 시인 대회에 참가 할 수 있었고 『등왕각』서문을 지어서 14세 나이로 일약 대 문장가요, 시인으로서 세상에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이다.

이와 반대의 사례로 어떤 가난한 선비의 지독히도 박복한 운의 이야기 이다. 송나라 때 가난한 선비가 있었는데 『천복산』에 있는 명필 『구양순』이 쓴 『천복비』의 비문을 탁본 해다 주면 막대한 보수를 주겠다는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고 수천리 먼 길을 천신만고 끝에 찾아갔으나 공교롭게도 천복산에 도착한 그날 밤, 벼락이 그 비석을 때려 산산 조각이 나는 바람에 탁본을 뜨지 못하게 되었고, 따라서 모든 게 허사가 됐다는 이야기다.

?時來天地(시래천지)도 皆同力(개동력)인데 運去英雄(운거영웅)도 不自謨(부자모)로다.?즉 사람은 때(운)를 만나면 하늘과 땅이 도와주나 때(운)가 물러가면 영웅도 뜻을 이룰 수 없다. 라는 제갈공명의 말도 이와 같은 뜻이 아니겠는가. 또한 독일 속담에도?물고기를 물을 타고, 새는 바람을 타고, 사람은 때를 탄다.?하였다.

이처럼 우리 인생사에 있어서는 『왕발』이 처럼 길운(吉運)을 만나 노력 밖의 성공을 거두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가난한 선비처럼 비운(否運 : 막힌 운수)을 만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 마다 꼬이는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 인생에서 길운과 비운은 주기적으로 오는 것 같고 또한 우리 인간은 모든 운을 피하거나 막을 수도 없기에 그때그때 운이 도래 했을 때 최선을 다하여 맞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길운이 왔을 때는 자만하지 말고 더욱 신중히 하고, 비운이 왔을 때는 좌절하지 말고 오는 길운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할 수 밖에, 그렇다,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의 명을 기다리라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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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와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생활 명심보감?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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