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는 무능한 의회

지방의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시장 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게 기본적인 임무다. 그 점에서 대전시의회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그동안 대전시의회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

자기 건물을 대형마트에 임대를 준 동료 시의원을 징계하느니 마느니 하면서 주목받은 것 말고는 없다. 기억이 잘못됐나 싶어 시의회 출입기자들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니 역시 별 내용이 없었다.

충남도의회의 경우 정치적 이유로 안희정 지사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까지 나오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의회보다는 차라리 낫다. 지방정치도 정치인만큼 ‘정치’가 없을 수 없다. 정치에만 매몰돼선 안 되지만 지방의회도 엄연한 ‘정치의 장(場)’이다.

정치를 저 높은 국회의원 나리들만의 몫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중앙집권적 사고다. 서울시의회는 무상급식을 놓고 서울시장과 맞서면서 결국 시장을 물러나게 했다. 이것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다. 지방자치에서도 얼마든지 그런 정치가 이뤄져야 된다.

그런 점에서 대전시의회는 딱한 수준이다. 지금 시의회는 시장의 거수기나 다름없어 보인다. 시장의 시 산하 기관 단체장에 대한 불투명한 ‘엉터리 인사’가 되풀이되는 데도 이를 따지고 추궁하는 논평 하나 내는 의원들이 없다.

작년 처음 전국시도의회 차원에서 ‘인사청문회’가 추진되었을 때도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사람이 대전시의회에는 없었다. 그러다가 ‘청문회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시장의 반응이 나오자 “그럼 한번 해볼까” 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시의원이 아니라 마치 시 공무원 같다.

이런 시의회가 된 이유는 있다. 의원 대부분이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라는 점이 일차적 원인일 것이다. 시의원 26명 가운데 16명이 시장과 같은 선진당 소속이다.

하지만 ‘여대야소(與大野小)’라고 지방정치를 망치는 것은 아니다. 야당의원 수가 적더라도 견제 노력은 할 수 있다. 국회에서 ‘꼬마’ 민노당이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시의회에서도 예산 저지는 못하더라도 뭉쳐서 논평을 대고 언론에 호소하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초대 대전직할시의회 때는 몇 안 되는 민주당 의원들이 뭉쳐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줬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못한 것 같다. 고군분투 하는 사람이 없지 않지만 역부족이다.

‘존재감 없는 대전시의회’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시의회를 이끌고 있는 이상태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에 있다. 시의장 부의장 그리고 각 상임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시의장이 집행부에 대해 취하고 있는 기본적인 ‘입장(스탠스)’은 특히 중요하다.

이상태 의장은 시장의 하수인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무력해 보인다.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일이 있었다. 의장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던 직원은 시장의 후보시절 대변인이었다. 의장 취임 후 임용됐다가 지난주 그만뒀다. 그동안 의장은 시장 측근이 써주는 원고로 말하고 다닌 셈이다.

시장을 견제하는 대의기관의 수장(首長)이 그 시장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 가 있는 꼴 아니었나? 그럴 만한 속사정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가령 시장 도움을 받아 의장이 되었다든가 하는 등의 이유 말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는 황당한 인사였다. 연설문을 작성할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해도 시장의 측근을 의장 비서나 다름없는 자리에 갖다 놓을 수는 없다. 시장이 의장에게 요청한 것이든 의장 스스로 시장 사람을 갖다 쓴 것이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이 의장을 시청 국장이나 자기 하수인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다.

이런 의장이 이끄는 시의회에게 시장을 견제하라고 하는 것은 ‘농담’에 불과할 것이다. 문제는 대전시의회, 특히 의장단에는 이 의장과 같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시장의 명(命)을 수행하는 공무원일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주축이 된 대전시의회는 1년 반을 까먹었다.

지난주부터 전국의 지방의회에서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전시의회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의회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그것이 시의원 자신들은 물론이고 결국 시장도 도와주는 길이다. 물론 그것이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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