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 탤런트 원장

기관·단체장에 대한 대전시의 ‘밀실인사’가 거듭되고 있다. 입으로는 투명한 ‘공모’를 말하는 그 순간에도 ‘내 맘대로 인사’ 서류에 도장을 찍어대는 이중적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인사청문회를 도입할 수 있다면서도 대전문화재단, 대전복지재단에 이어 이번에는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까지 밀실인사로 마무리했다.

염홍철 시장은 탤런트 이효정씨를 문화산업진흥원장으로 기용했다. 대전시는 그가 영화 제작 업체도 직접 운영해봤다는 점과 인맥이 폭넓다는 점 등을 들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축구선수가 유명한 구단주가 되지 말라는 법 없고, 유능한 교사가 교육산업은 못한다고 단정할 수 없듯, 영화예술인이 문화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두 부분 능력의 관계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문화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은 문화‘예술’을 문화‘산업’에 연결시키려는 것은 큰 착오라고 말한다. 이들은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이 추진해온 ‘대전아시아드라마 페스티벌’을 신임 이효정 원장이 제대로 이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탤런트 문화산업원장’이라...글쎄-

이 행사는 전임 강병호 원장이 대전HD드라마타운에 ‘중국의 한류’를 접목, 활용하기로 하고 중국의 중앙단위 영화예술 관련 단체와 추진해온 것이다. 이것이 성사되면 2015년부터는 대전에 300억원의 경제수익 효과가 기대되는 행사다.

강 원장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끌어온 한국 측 대표였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달 24일 중국에서 개최된 행사에 참석할 수 없었다. 임기 만료일이 25일이라는 점을 들어 대전시가 반대했다. 시는 임기가 끝나는 사람을 보내는 게 결례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으나 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민간인들조차 여럿 참석하는 행사인 데다 후임원장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여서 강 원장의 임기가 문제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후임 원장이 발표되지도 않은 만큼 꼭 참석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신랑이 중국의 신부를 맞으러 가기로 해놓고 신랑이 못 간 꼴이 됐다”면서 “드라마페스티벌은 강 원장 주도로 추진해온 프로젝트인데 이런 식으로 떠나게 됐으니 앞으로 큰 걱정”이라고 했다.

시장 자신은 수천만원씩 들여 기껏해야 기대효과가 수십억원 아니 수억원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몽골 의료관광 개척 여행’을 다녀오면서 그보다 열 배, 백 배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프로젝트를 망치고 있는 게 대전시다.

-‘내 사람’ 심고 ‘남의 사람’ 뽑아내고...

어차피 물러나는 원장에 대해 대전시가 왜 그런 식으로 대했는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었다. 그는 대전시가 자신에게 요구해온 ‘부당한 인사 조치’를 거부한 때문으로 보고 있었다. 인사 조치를 요구한 대상은 전임 시장의 측근이다. 대전시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직원이 있어 재계약에 대한 의사를 물어본 것일 뿐이고 희망에 따라 재계약했다고 말했으나 강 원장은 대전시가 인사조치를 원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임 시장 측근은 잘라 내려고 벼르면서도 몇 달 전에는 작년 선거 때 염 시장 부인을 수행한 사람을 채용했다. ‘내 사람은 심고 남의 사람은 뽑아내자’는 것이다. 지금 대전시 등 많은 자치단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잘라 낼 사람이 별로 없으니 자꾸 기관 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갖가지 명분과 이유로 조직을 만들지만 단체장의 주목적은 ‘내 사람 심기’다. 얼마 전 대전시가 만든 평생교육진흥원의 첫 작품이 해외여행인 것을 보면 알만 하다. 그러니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투명하게 공모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시장이 마이동풍으로 흘려버리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 갖다 놓으면 그런 장난을 치는 게 어려워질 것은 불문가지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으로 온 신임원장은 탤런트 생활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대전문화산업진흥원장은 전력으로 뛰어도 힘든 자리고 직접 챙기고 결재해야 할 일도 많은 자리여서 원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그가 요구한 연봉이 1억원이 넘고 관사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전임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와 ETRI 출신으로 그야말로 문화산업 전문가였음에도 연봉 8천만원선에 관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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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11월 7일자에 발행된 위클리디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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