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칼럼] ‘지방 반란’ 이끄는 오사카 지사 안희정에겐 기대하기 어렵나?

   
김학용 편집위원.

작년 안희정 지사가 당선되었을 때 일본에서 ‘지방의 희망’이 되고 있는 오사카부(府)의 하시모토 도오루 지사(知事) 같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변호사로 TV 해설을 하면서 유명해진 뒤 오사카부 지사에 당선된 그는 ‘지방의 반란’을 주도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자신의 퇴직금을 깎고 공무원 봉급도 줄이는 등 오사카를 위한 지방재정 개혁으로 호응을 얻어왔다.

그가 요즘 또 한번 ‘일’을 내고 있다. 그는 도지사 격인 오사카부 지사직을 중도사퇴하고 그 아래 급이지만 자치단체인 오사카시의 시장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공약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오사카 시장으로 당선되어 오사카시를 없애겠다는 게 출마의 변이다.

그렇게 하려는 이유는 우선 지방행정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는 같은 권역이면서도 자치단체가 달라 예산의 중복 투자가 심하고 비능률적인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시모토는 오사카시를 오사카부에 합침으로써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하시모토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목적이 또 있다.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합한 뒤 오사카도(都)로 승격시키는 것이다. 부와 도는 같은 광역자치단체지만, 수도라는 의미가 들어 있는 ‘도(都)’는 도쿄도(都)만 사용하고 있다. 오사카부(府)를 오사카도(都)로 높여 이름도 도쿄와 대등하게 하겠다는 뜻이다.

하시모토는 지방을 키워달라고 중앙에 구걸하는 방법은 쓰지 않는다. 오히려 오사카의 지방당인 ‘오사카 유신당’까지 만들어 전국정당들과 대결을 벌이고 있다. 하시모토의 분투는 오사카와 도쿄 간의 전통적 라이벌 의식 때문이기도 하고 오사카 지역을 확실하게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러나 그의 방식은 지방분권 실현에는 좋은 방법이다.

안 지사 지방분권 노력은 미흡

안희정 지사도 차차기 대권후보 반열에도 오르내릴 정도의 정치적 위상을 지방분권 추진 동력으로 쓸 수 있다. 그 역시 지방분권을 주요한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노력은 미흡하다. 임기초 4대강 등의 문제를 가지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지방분권’을 위한 투쟁은 별로 없었다.

안 지사는 지난달 ‘지방정부 주도의 분권정책 실행방안’이란 용역보고회를 가졌지만 분권이 용역으로 추진될 일은 아니다. 분권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 지사가 나설 수 있는 적합한 과제라고 본다.

물론 우리와 일본은 지방의 여건이 같지 않고 정치적 환경도 다르다. 안 지사와 하시모토는 정치적 성향과 목표도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이 다 개혁적 마인드를 가졌지만 안 지사는 진보 성향인 데 비해 하시모토는 보수적 측면도 있다. 안 지사는 ‘오사카 유신당’ 같은 ‘지방당’을 만드는 데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 힘을 길러 중앙과 맞선다는 의지 필요 해

그러나 하시모토가 중앙무대에 얼씬거리지 않으면서도 ‘지방’에서 ‘중앙’과 맞서는 모습에서 안 지사는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안 지사가 정말 ‘지방’을 위해 싸우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지방’을 위해 싸우고 ‘지방’의 힘을 길러 중앙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다져야 된다.

안 지사가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적어도 하시모토 같은 의지가 아니라면 지방분권은 요원할 것이다.

이젠 안 지사에게 분권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방법과 실천에 대한 각오를 듣고 싶다. 과연 안 지사는 지방분권을 추진할 확고한 의지가 있는가? 그리고 이를 실천할 방안은 마련돼 있는가?
안 지사 혼자서는 어렵고 성공하기도 힘들다. 다른 시도지사들과 협력하는 게 우선이다.

재선 삼선만을 바라거나 중앙무대 진출을 희망하는 시도지사들에게 지방분권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 시도지사가 그럴 것이다. 말로는 분권을 말하지만 속으로는 되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는다. 안 지사는 이런 사람들과 달랐으면 한다.

희생을 각오하고 ‘지방의 반란’을 이끌 도지사를 기대하기란 정말 어려운가? 그러나 그런 시도지사가 나와 지방을 살리고 나라 일까지 책임지는 날이 와야 한다. 안 지사에겐 어려운 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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