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도지사’ 안희정의 정치력은?
‘정치인 도지사’ 안희정의 정치력은?
  • 김학용 편집위원
  • 승인 2011.10.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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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차차기 랭킹’ 의미 있으려면 의회와의 문제 풀어내야

이명수 국회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안희정 지사가 행정가로서보다 정치가로서의 행보에 치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언론에선 ‘차차기 대권후보감’으로 오르내리고, ‘강연정치’를 자주 다니는 것 등을 보고 한 평가가 아닌가 한다. 임기 초반 청와대를 상대로 자주 목청을 높이던 모습도 ‘정치인 도지사’로 보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취임 1년을 훌쩍 넘기면서 오히려 ‘정치력 부재’가 드러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치력은 세(勢)를 불리고, 영향력을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가 강조하던 소통 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이다. 강연은 자신을 홍보하고 세를 불리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른다. 다른 지역 시도지사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강연정치의 솜씨가 정치력은 아니다.

도지사에게 정치력의 일차적 시험대는 지방의회다. 지방자치단체 집행부의 수장(首長)으로서 견제 기관인 지방의회와의 관계는 도지사의 정치력을 알아 볼 수 있는 가늠자다. 그 점에서 보면 안 지사의 정치력은 의문시된다. 지금 충남도의회에는 정무부지사 관련 조례, 문화재단설립조례, 도민참여예산제 조례 등 안지사가 넘겨놓은 ‘충남도 법률’ 여러 건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도지사의 정치력 부재가 조례 문제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안 지사는 지방의 한 체육행사에 참석했지만 해당 지역 도의원은 도지사가 왔다간 것도 몰랐다고 한다. 이 정도면 도지사와 도의원의 관계를 알만하다. 물론 그 도의원은 안 지사를 힘들게 한다는 선진당 소속이다. 그렇다고 그 의원만 안 지사와 불편한 관계로 보이진 않는다. 도의회에서 붙잡혀 있는 조례들이 이를 방증한다고 본다.

도의회도 상대할 줄 모르는 지사는...

도의회와의 갈등이, 제1당이면서 야당인 선진당이 안 지사를 너무 정치적으로 견제하려는 데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선진당이 자당 도의원들한테 안 지사를 견제하라는 주문이 사실이고, 조례 통과 방해는 도지사에 대한 ‘몽니’일 수도 있다.

그래도 도지사가 책임을 벗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생각이 다르고 이해가 같지 않은 집단을 대상으로 갈등을 조정해 내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임무다. 상대당의 몽니 때문이라며 화해 노력을 회피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안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MB)이 ‘여의도 사람들’을 벌레 보듯 하면서 얻는 게 무엇인지 간과해선 안 된다.

안 지사는 지금 MB의 전철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지사인 나를 비합리적으로 반대하고, 심지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으면서 도지사를 무릎 굻리려는 구태는 용납할 수 없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MB와 다를 게 무엇인가? 그런 생각에선 도의회와 도의원들에 대한 경시와 무시의 행태가 나오기 마련이다. 도지사의 이런 태도는 그 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안희정 ‘차차기 랭킹’ 의미 있으려면

도의회와 불화의 책임이 설사 도의원들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도정 업무의 최종 책임자는 도지사 자신이다. 공(功)도 과(過)도 도지사 이름으로 남는다. 하지만 노무현도 이명박도 이런 문제에 대해선 “그게 왜 내 책임이냐”며 국회와의 갈등을 풀지 못했다. 결국 한 사람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 못했고, 다른 한 명도 그런 길을 가고 있다. 안희정의 도지사 생활 15개월을 지켜보면서 이런 점에서 그가 실패한 대통령들과 제법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안 지사는 소통의 전도사처럼 말했지만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도의회와의 불화는 오히려 소통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도의원들과 안 되는 소통이 도민들과 될 리 만무하다. 진짜 소통은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어려운 대상과 할 수 있는 소통이다. 그것이 정치인의 가장 큰 임무이고 능력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이룰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안 지사가 강조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선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안 지사가 즐겨하는 강연정치는 교수처럼 말로도 충분하지만 정치인은 말이 아니라 그가 한 일과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도의회도 상대하지 못하는 정치력 부재의 도지사가 할 일은 별로 없다. 안 지사의 ‘차차기 랭킹’이 정말 의미 있으려면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위 기사는 10월17일자 <위클리디트>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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