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기자에게 “야! 이리 와 봐!”
군수, 기자에게 “야! 이리 와 봐!”
  • 김학용
  • 승인 2011.10.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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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민학] ‘디트’의 소임
   
김학용 편집위원.

링컨은 현직 대통령일 때도 비굴할 정도의 편지를 뉴욕트리뷴 편집인 그릴리에게 보냈다. “그릴리 귀하, 저는 몇 주 동안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방문해줄 수는 없나요? 당신을 만나게 되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링컨으로부터.”

그릴리는 그 편지를 지인에게 보여주며 “(링컨에게) 답장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링컨의 시대에도 신문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국내 신문의 힘도 대단했다. 어떤 신문사 사주는 ‘밤의 대통령’으로 통했다. 지방신문은 이들과 비할 바는 못되지만 지방에선 제법 영향력이 있었다. 그 힘으로 지역 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도 꽤 했었다.

신문 역할 못하는 지방신문

그러나 이제 지방신문은 더 이상 신문이 아니다. 지방신문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다. 지방신문기자는 동정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인터넷에는 지방신문을 희롱하고 그 기자를 조롱하는 댓글도 자주 올라온다. 지방신문은 언론이 아니다.

작년 MBC PD수첩은 경남의 한 비리 군수를 고발하면서, 그 군수가 한 지방지 기자에게 “야! 이리 와 봐!”하고 소리치는 장면을 보여줬다. 그 기자는 말이 기자지 군수의 졸개였다. 군수가 막말로 불러대는 모습은 지방신문이 처한 현실을 상징한다.

지금 지방신문은 지방권력의 시녀가 되어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언론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지방신문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신문 최대 광고주요 스폰서인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신문의 이런 처지를 악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방지들은 인터넷 발달 등 언론 환경이 급변하면서 독점해왔던 미디어 권력을 지방행정 권력과도 나눠 갖게 되었다. 트위트 팔로어가 신문 판매부수를 능가하는 시도지사의 미디어 파워는 지방지보다 더 세다.

미디어의 공유는 언론의 엉터리 보도를 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사가 엉터리면 행정권력은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으로 바로 반박할 수 있다. 신문사가 과거처럼 엉터리 기사로 공무원을 괴롭히는 건 그만큼 어려워졌다. 잘 된 일이다.

하지만 부작용은 심각하다. 시도지사 등 이른바 지방권력이 지방의 언론권력을 분점(分占)하면서 둘 사이의 권력 균형이 깨지고 있다. 지방권력에 대한 지방신문의 비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언론과 네티즌이 그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경영난이 심해질수록 지방신문들은 시도지사에게 더 손을 벌리고, 시도지사들은 지방신문의 이런 처지를 언론의 비판 기능을 무력화하는 데 악용하고 있다. 비판 기사가 사라지니 독자의 외면을 받고 그래서 더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수천억~수조 원의 세금을 쓰는 시도지사, 시장 군수에 대한 언론의 감시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시도지사들에겐 나쁘지 않은 일일지 모르나 지역사회엔 불행한 일이다. 다산(茶山)은 “언관(言官)의 지위에 있을 때는 날마다 적절하고 올바른 의론을 올려 위로는 임금의 잘못도 공격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고통이 알려지게 하며 사악한 관리(官吏)들은 더러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사회 거울 역할 절실

작금 지방신문은 그런 사악한 관리들을 쫓아내기는커녕 비판하기도 어렵다. 지방신문과 기자들이 앞장서고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방신문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천덕꾸러기 기자들은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울처럼 비출 수 있는 신문이 없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 신문도 살아남지 못한다.

그릴리 같은 오만한 언론권력은 용납될 수 없으나 언론이 권력의 졸개가 되면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 오늘 창간하는 지방신문 ‘디트’는 다른 지방신문들과 함께 지방신문을 되살리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제는 끝났다”는 지방신문 시장에 뛰어든 ‘디트’의 가장 중대한 소임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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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10월10일자 <위클리디트>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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