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목민학] 지방의회 폭력

   
김학용 편집위원

아담 스미스는 그의 ‘도덕감정론’에서 위대한 정치가나 입법가들의 신중성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신중함은 더 중요하고 훌륭한 가치들과 결합되어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적절한 정도의 자제력(self-command)에 의해 뒷받침된다.”

자제력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방의원들도 갖춰야 하는 기본 덕목이다. 이들 중엔 자제력을 잃는 바람에 욕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주엔 대전동구의회에서 이런 의원들이 또 나왔다. 올 봄에 서구의회에서도 폭력 사건이 있었다.

동구의회 김종성 의원은 동료 윤기식 의원(부의장)이 자신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 윤 의원은 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두 사람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소한 ‘폭력에 가까운 사건’이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인 자제력 잃으면 분노 아닌 경멸의 대상

스미스에 따르면 이런 일은 ‘단순한 경솔함(mere imprudence)’ 즉 자기 자신을 돌볼 능력의 결핍에서 발생한다. 경솔함이 자비심과 결합되면 연민의 대상이 되지만, (폭발하기 쉬운)감정들과 결합되면 무시의 대상이거나 경멸의 대상이 될 뿐 증오나 분노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동구의회 폭력 사건은 후자의 경우에 속할 것이다. 윤 의원이 김 의원 목을 졸랐다면 분노보다는 경멸을 받을 일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빚어진 우발적 사건일 뿐 ‘계획된 폭력’이 아니라면 경멸의 대상이다. 그를 뽑아준 동구 주민들은 “참, 딱하다”는 심정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사건을 “안타깝고 딱하다”는 심정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분노의 대상이든 경멸의 대상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폭력은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망치는 것이다. 지방의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다. 개인적 일로 치부될 수 없다. 설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실수’라고 해도 의회 내의 폭력은 지방자치의 정상적 운영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서 사소한 폭력이라도 용인된다면 정상적인 의정활동은 어려워진다. 폭력을 쓰는 의원 앞에서 동료의원이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할 때는 그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해야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외진 곳으로 끌려가 목졸림을 당할 각오까지 하면서 말이다. 싸움꾼 소질이 없는 의원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지방의회가 되고 말 것이다.

동료의원들 사이엔 벌써 “힘없는 사람은 의정활동 못하겠다. 잘못했다가는 맞아죽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약간이라도 폭력에 대한 공포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지방의회를 망친다. 주민의 대표로 뽑힌 사람이 의회에서 불안감 때문에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방의회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황인호 의장은 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시티저널’ 보도에 따르면 “일단 사적인 문제는 접어두고 공적인 문제를 처리하자”며 회의진행을 위한 등원을 의원들에게 요구했다. 의원이 회기중 의회 안에서 폭행을 당한 일을 사적인 일로 보는 황 의장의 인식이 놀랍다. 설사 두 사람 사이에 평소 감정의 골이 있어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도 의회 내 폭력은 지방의회 운영에 치명적 사건임을 그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가?

-의회 스스로 해결 못하면 경찰이 나서야

우선은 동구의회에서 이 사건을 엄정하게 조사해서 밝히길 바란다. 의회는 문제의 의원들에 대한 조사권이 있다. 이는 권한이면서 의무다. 황 의장이 정말 이 사건을 사적 사건으로 보고 있다면 제대로 된 조사와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은 의회 스스로 해결하는 게 마땅하다.

김 의원이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사건인 만큼 경찰이 형사 사건으로 조사할 수도 있다. 지금은 그게 더 낳은 방법 같다. 사법권의 지방 의정 간섭은 아니다. 지방의회에서 툭하면 벌어지는 폭력을 척결하는 소임은 경찰에게도 있다. 의원들끼리 의회 내에서 목을 조르는 일을 벌일 정도면 의회 스스로 해법을 찾기보다는 경찰에서 손을 보는 게 마땅하다.

지방의회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면 그 수밖에 없다. 의회가 무능해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경찰이 도와줘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진실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정말 의회 안에서 동료의원을 목조르는 폭력이 있었는지, 또 그런 폭력을 상대의원이 유발했는지도 조사해서 낱낱이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지방의회 폭력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지방의원 폭력은 개인의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지방자치에 대한 폭력이요 자신들을 뽑아준 주민들에 대한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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