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통합돼도 쇄신 없인 내년 전망 어두워

선진당 '내년' 어려운 이유

이른바 ‘충청도당’을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국중연)간의 통합작업이 지지부진하더니 결국 파국을 맞는 양상이다. 통합 작업을 맡아온 선진당의 권선택 의원이 당직을 사퇴하면서 작업을 중단했다. 충청도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겐 짜증스러울 것이다. 내년 선거 걱정이 더 커지고 있을 듯하다.

충청도당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통합만 잘 하면 내년 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두 당의 통합이 성사된다 해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나는 보고 있다. 통합 정당으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내년 선거는 쉽지 않다. 이유는 여럿이다.

첫째, 온전한 선진당으로 재탄생한다고 해도 지역 주민들이 기대할 만한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두 당이 통합하기로 선언해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자리싸움만 벌이고 있는 모습부터 주민들에겐 식상하다.

선진당은 위나 아래나 자리다툼만 하다가 4년을 보내고 있다. 윗사람들 갈등으로 결국 분당까지 되었다가 이제 다시 합치려는 것 아닌가? 이제 와 가까스로 합치자고 해놓고도 또다시 아래에서까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가한 선진당, '안철수 바람'에도 오불관언

다른 당들은 ‘안철수 바람’을 이겨내느라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제1, 제2 정당들은 모두 안철수 돌풍에 정당정치가 실종 될까 걱정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장의 당후보가 정당 밖의 ‘시민후보’와 다시 경쟁해서 최종 후보를 내는 전대미문의 현상까지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충청도당들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안철수 바람이 불든 말든, 오불관언(吾不關焉),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듯하다. 자기 혁신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 그저 위나 아래나 자리싸움으로 영일이 없다. 이회창-심대평의 결별과 재결합도 따지고 보면 이유가 권한 다툼이고 자리 싸움이었고 지금도 그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을 텃밭으로 삼는 정당이라 해도 이런 당을 지지하고 싶은 주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둘째 이유는 ‘선거 주기론’ 측면이다. 87년 정치자유화 이후 탄생한 ‘충청도당’은 주기적으로 성쇠(盛衰)를 반복해왔다. 대체로 한번 성공하면 그 다음번 엔 쇠락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13대총선 이후 노무현 탄핵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싹쓸이하다시피한 2004년 17대총선을 제외하곤 13대 총선 이후 충청도당은 한번 성공하면 한번 망하는 과정을 거듭해왔다.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충청도당이 성(盛)할 때는 지역에서 여당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선거는 대개 야당에 지지라기보다 여당에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그 여당을 혼내주는 심판이다.

따라서 충청도당이 충청도에서 승리, ‘충청도내 여당’이 되면 그 다음 선거에선 쪼그라드는 식의 부침이 거듭돼 왔다. 이런 사이클을 내년 총선에 적용하면 선진당은 쇠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대부분 ‘충청당’이 장악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거푸 밀어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적어도 ‘주기론’으로 보면 그렇다.

-선진당 리더십 새로워지지 않으면 기대 난망

세번째, ‘선진당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다. 당을 합치면서 지역의 원로들도 다시 힘을 합치고 있다. 이회창 심대평 이인제 등 ‘거물들’이 한 지붕으로 모이고 있다. 공식적인 대표를 누가 맡든 이들이 충청당의 리더십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들 세 사람만으로도 경륜에선 어느 정당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한계이고, 문제다. 경륜이 나쁠 것은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칫 ‘구식’에 다름 아닐 수 있다. 선진당도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처럼 젊고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늙은 정당’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더구나 지역에서 정치적 경쟁자인 민주당의 안희정 도지사는 여론조사 때마다 ‘차차기 인물’로 거론 되고 있다. ‘원로형’ 리더십의 선진당에겐 손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형님당’ 격인 선진당이나 ‘동생당’인 국중련도 지역을 위해 애써왔고, 나름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행정도시로의 세종시가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상태였을 때 가장 앞서서 이를 지켜낸 정당은 충청당이고 과학벨트가 위기에 처할 때도 지역을 대표해 싸워준 정당도 충청당이다. 물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지만 지역 정당의 역할을 잘 해주었다.

주민들은 그 노력을 인정하지만 한계도 많이 보아왔다. 지역 국비예산 확보 문제 등 지역당의 한계를 실감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런 점을 주민들이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처럼 지지부진하면 주민들이 내년에 선택해줄 이유가 없다.

거의 모든 면에서 ‘선진당의 내년’ 전망은 어둡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뼈를 깎는 쇄신뿐이다. 누가 공천을 받고 누가 뺏기는지를 놓고 ‘되네 안되네’ 하면서 자리싸움으로 보내는 정당이라면 미래는 어둡다. 이대로 가면 ‘충청도당’ 사람들은 누구든 내년을 보장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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