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잔소리] 24회

<여설> 우리가 살면서 많이 내뱉는 말 중의 하나가 『운명』이라는 말이다. 또한 『운명』이라는 말 속에는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신비스러움이 감돈다.
그래서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신비의 『운명』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제일 먼저 ?운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겠다. 그러기 위해 먼저 나의 태어남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20세기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난한 한학자인 김 아무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이것은 내 뜻도 아니요 또한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뜻도 아니지 않겠는가.
이처럼 내 뜻과 내 자유와 내 선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어떠한 불가항력에 의해 나의 태어남이 결정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의 태어남의 운명 아니겠는가.
이와 같이 인간의 자유의지와 작용할 여지가 없는 세계를 우리는 운명이라 한다.

그런데 인간은 운명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것이다.
인간이 운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면 누가 가난한 집 자손으로 태어나려 하겠는가, 누가 불행한 운명을 택하겠는가. 누가 단명(短命)하려 하겠는가. 이처럼 운명은 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좋건 싫건 간에 무조건 받아야 하는 것이며 받을 밖에 없는 것이요.
또한 피하려야 피 할 수 없는 자기의 몫이다.

이에 대한 『그리스』신화를 하나 들어 보겠다.
『테베』라는 나라에 『라이오스』왕과 『이오카스』왕비 사이에 『오디푸스』라는 왕자가 태어났다. 이 『오디푸스』는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범한다.?는 神託 ( 신탁 : 신이 사람을 통하여 신의 뜻을 나타냄)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왕은 막 태어난 아들 『오이디푸스』를 죽이기로 하고 태어나자마자 복사뼈에 쇠못을 박아 먼 산속에 버렸다. 그런데 그 아이는 이웃 나라의 목동이 주워다 길러 이웃나라의 왕자로 자란다.

청년이 된 『오디푸스』는 자기의 과거를 알고자 방랑길을 떠나 자기의 고국인 『테베』에 이르는 좁은 길에서 어느 노인을 만나 사소한 시비 끝에 그 노인을 죽이고 만다.
그 노인이 바로 자기의 부친인줄 모르고 죽인 것이다. 결국 신의 뜻대로 자기 아비를 죽이게 된 것이다.

당시『테베』에는『스핑크스』(사람의 얼굴에 사자 몸뚱이를 한 괴물, 태양의 신을 상징)라는 괴물이 나타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면 잡아먹었다.
『테베』의 여왕이 이 괴물을 죽이는 자에게?왕위는 물론 자기 자신까지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오디푸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담하게『스핑크스』에 도전한다.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내기를?아침에는 네발로 걷고, 낮에는 두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
『오디푸스』가 답하기를?인간이다. 인간은 어릴 때는 두 손과 무릎으로 기어 다니고 커서는 두발로 걷고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는『오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어버리자 바위 밑으로 몸을 던져 죽었다.

『오디푸스』는 여왕의 약속대로 왕위에 올랐고 모친인줄 모르고 왕비를 아내로 삼았다.
둘 사이에는 네 자녀가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이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디푸스』는 극도의 절망 속에 자신의 눈알을 뽑고 소경이 되어 여러 나라를 방랑하였다.
긴 세월의 고통 속에 앞 못 보는 늙은이가 되어 딸『안티고네』의 손에 이끌려『아테네』로 돌아온『오디푸스』에게 있어서 ?죄란 무엇입니까.
신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걸려들었을 뿐 자신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절규하며 죽는다.
나중에 여왕도 자살하고 자녀들은 왕위를 둘러싼 골육상쟁으로 모두 죽고 만다.

이 신화 처럼 우리 인간 모두는 어쩌면『오디푸스』처럼 신의 의지에 의해 태어나서 살다가 죽어야 하는 신탁(神託)을 받았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운명(運命)이라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누가 죄를 짓고 싶어 짓는가. 단지 신(운명)의 장난에 걸려들어 나도 모르게 짓게 되는 죄를 그래서 죄(운명)가 미운 것이지 인간이 미운 것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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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김충남 교수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棠)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는 『대전광역시 평생 교육문화센터』 『서구문화원』, 『 대전광역시 인재개발원』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생활 명심보감』『김충남의 한자어 마당』을 연재하고 있다.

 또 어려운 한문이나 경서의 뜻을 쉽고 논리적이고 현대적 정서에 맞게 강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서를 집필중이다(김충남의『명심보감』, 김충남의『대학』, 김충남의『논어』, 김충남의『맹자』, 김충남의『중용』, 김충남의『생활한자』, 김충남의『고사성어』) 손전화 010-2109-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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