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행복한 얘기]헬퍼스 하이가 러너스의 3배 효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황영조는 한 대담프로에 나와 왜 힘든 마라톤에 도전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숨이 차게 뛰다보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가슴 벅찬 환희라고나 할까요.... 일종의 오르가즘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발언이후 그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품격이 떨어지는 언어를 구사했다’며 구설수에 올랐다. 어찌 됐든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말한 오르가즘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의미한다. 사람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힘이 들다가도 어느 정도 달리다보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면서 경쾌한 느낌이 드는 상태다. 이 당시의 의식 상태는 헤로인이나 모르핀 혹은 마리화나를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유사하고, 때로는 오르가즘과 비교된다. 수영, 사이클, 야구, 럭비, 축구, 스키 등 장시간 지속되는 운동이라면 어떤 운동에서든 러너스 하이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러너스 하이를 느껴본 사람은 그 상태를 느끼고 싶어 자칫 운동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불안해하거나 짜증을 내게 되고 무리하게 달리다가 인대가 손상되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러너스 하이는 오지 않는다. 마라톤 선수들도 올림픽이나 선수권 대회 등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때는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지 못한다고 한다. 종합해 보면,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달리기에 온 몸과 마음을 맡길 때 찾아오는 매혹의 순간이 바로 러너스 하이다.

러너스 하이와 유사한 용어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가 있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Allan luks)가 그의 저서 ‘선행의 치유력(2001)’에서 최초로 언급한 정신의학용어다. 풀이하자면 ‘남을 도울 때 느끼는 정서적 포만감’을 말한다. 인간의 신체에 긍정적 변화를 야기 시키며,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또한 엔도르핀을 정상치의 3배 이상 분비시켜 몸과 마음에 활력이 넘치게 한다.

일주일에 8시간 이상 남을 돕는 자원봉사자 3천 명 중 95%가 헬퍼스 하이를 경험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알코올 중도자의 치료확률은 22%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자원봉사활동을 병행할 경우 치료확률은 40%로 향상된다는 실험결과도 나와 주목을 끈다. .

헬퍼스 하이는 전염성이 강하다. 하바드 대학에서의 실험인데, 실험대상자에게 테레사 수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보여주고 신체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피 실험자의 면역항체가 증가했다. 이를 테레사 효과라고도 하는데, 테레사 수녀처럼 남을 돕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우리 몸속에 있는 병균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항체가 형성된다.

스탠퍼드대 의대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됐었다. 자신의 몸만 걱정하며 사는 암환자의 평균 수명은 19개월 밖에 안 되는 반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병과 싸운 암 환자의 수명은 37개월로 2배 가까이 연장됐다.

상대방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주는 것도 크나 큰 기쁨이다. 반복된 기부를 통해 “희열과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 중 하나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다. 2004년 9월, 쇼의 19번째 시즌 오픈을 기념해 방청객 296명 전원에게 폰티악 승용차를 선물했다. 2005년에는 허리케인 피해자들의 주택건설을 위한 자선모금운동을 추진했고, 2006년 5,8800 만 달러를 기부했다. 2009년도 4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2008년 6월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그녀는 “봉사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습니다. 그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사회에 나가 좋은 일을 하십시요”라는 떨림이 있는 연설을 했다.

인체의 면역기능을 향상시키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나 자신도 이롭게 하는 힘!!!
남을 돕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기분’을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곧 여름 방학이다. 자녀들과 함께 주변의 아프고 힘든 이웃들을 찾아 그들을 돕는다면, 기쁨과 희열은 물론 가족 간의 사랑과 우애까지 증진되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불볕더위와 짜증은 덤으로 이겨낼 수 있을 듯싶다.

김세원. 대전출생, 홍익대졸업, 대전대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 대전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 대전시 장애인재활협회 이사, 혜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swk24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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