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프로축구 승부조작 브로커 홀로 2시간 인터뷰

   
대전일보 원세연 기자.
대전시티즌 선수들이 승부 조작 사건에 연루돼 무려 8명이 구속 또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파문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일보 원세연 기자가 이번 사건의 브로커를 직접 인터뷰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전일보 원세연 기자, 승부조작 브로커와 단독 인터뷰

원 기자가 제보자를 만난 것은 5일 밤 8시쯤이었다. 제보자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꺼려해 원 기자에게 공중 전화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고 약속 장소에서도 10여분간 원 기자가 단신의 몸인지 살피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원 기자는 제보자와 커피숍과 호프집을 돌며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에서 제보자는 원 기자에게 이름이나 거처 등 그 어떤 것도 물어서는 안된다는 전제를 깔았다. 또 원 기자의 휴대폰과 카메라도 압수했다. 대신 노트북은 허용했단다.

그렇게 시작된 인터뷰에서 제보자는 원 기자에게 사건의 전말을 건넸다.

“저는 승부조작 브로컵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제보자는 지난해 자신의 조직으로부터 축구선수를 매수하라는 지시를 받고, 거액을 건네 작업을 성사시킨 대가로 많게는 7000만원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단다.

제보자, “수요일이나 목요일 선수들에게 돈 건네”

“작업 선수는 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많았고, 동료중에는 유명 선수를 포섭, 작업에 성공시킨 것을 봤다. 증거 잡기가 어려운지 아직 브로커와 선수 모두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보자의 증언에 따르면 승부 조작 작업은 경기가 치러지는 전주 화요일이나 수요일 쯤 이뤄졌다. 브로커와 선수가 몇 명을 매수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됐고, 지령을 받은 선수는 숙소로 돌아가 동료 선수들을 포섭했단다. 토요일에 경기가 있을 경우 브로커는 돈을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선수를 만나 건넸으며, 경기 당일에는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 묵으며 가담자에 대한 최종 정보를 들었다고 한다.

“보는 눈이 많아서 주로 선수들이 아침을 먹는 식당이나, 화장실에서 짧은 시간 접촉 했다. 급할 때는 눈이나 제스처로 사인을 주고 받기도 했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경기 당일, 전반전 종료 후 쉬는 시간에 대포폰으로 짧게 통화를 했다.”

   
대전일보 6일자 5면에는 원 기자가 제보자를 만나 쓴 기사가 보도됐다.
제보자는 승부조작의 몸통을 자금을 대는 중국인으로 지목했으며 얼굴을 본적은 없지만, 한국말은 곧 잘한다고 전했다. 물주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2개 조직원에게 승부조작 기획 및 선수 포섭을 맡기고, 이들은 브로커들에게 임무를 준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들이 주로 노리는 포지션은 골키퍼나 수비수이며 1억 5000만원 사이에서 작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승부조작의 뿌리가 뽑히기 바라는 마음과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털어놓게 됐다”며 제보 배경을 밝힌 제보자는 자수하라는 원 기자의 말에 부담을 느꼈는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원세연 기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제보자 만나..”

원 기자는 이같은 내용의 기사를 6일자 신문 보도를 통해 공개했다. 원 기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제보자에게 전화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었다”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는 변호사나 경찰, 지인들과 함께 약속 장소로 갈까 하다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혼자 나갔고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원 기자는 이어 “제보자의 말만 믿고 기사를 썼을 때 역공을 당할 수 있어 신중할 수 밖에 없었지만 제보자와 대화를 나누던 중 거짓말이 아니라는 단서를 포착해 보도하게 됐다”라며 “핵폭탄급 제보도 있었지만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는 검찰에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전했다.

제보자를 만날지 여부를 두고 꿈에서 조차 고민했다는 원 기자는 “용기를 내서 제보자를 만났다”라며 “애매한 선수들만 다치는 것을 보며 힘들었다고 한다. 사건의 본질은 돈 먹은 선수들 이전에 몸통이 잡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원 기자에게 제보자에 대한 인상 착의를 물으니 30대 중반에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구체적인 인물에 대한 설명은 아꼈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라는 이유와 함께.

원세연 기자 연락처 : 010-3424-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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