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영호 국회의원…"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버이날, 아버지가 생각났다. 사람들은 어머니의 사랑은 기억하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뒷전이다. 새삼 떠오르는 것이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salesman, 1949)’이다. 세일즈맨인 한 남자의 삶을 통하여 이 시대를 그려낸다.

예순 세 살이 된 세일즈맨 윌리,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자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월부로 집 한 채도 샀고, 이웃이 부러워하는 두 아들까지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세일즈맨으로서의 능력은 떨어지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희망의 상징인 두 아들도 무능한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빗나간다.

배반감, 그리고 깨어진 꿈에 대한 절망감은 거의 미칠 지경에까지 이른다. 윌리는 결국 두 아들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기기 위하여 자동차를 폭주하여 자살한다. 그의 죽음으로 타게 된 보험금은 겨우 집의 마지막 월부금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액수이다. (장영희,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발췌)

평생을 바쳐온 직장에서 늙어서 해고되고,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자식들은 취직도 못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상황에서 아버지는 절망한다.

어두운 골목길, 소주 한 잔 걸친 아버지가 비틀거린다. 신문에 난 적도, 큰돈을 번적도 없지만 가족을 위하여 더러워도 허리 굽히고, 손 비비며, 늘 밖에만 있는 존재, 아버지이다.

청년실업이 100만 이상 넘치고,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300만 이상의 사람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는 요즈음에 우리의 아버지들은 희미한 네온사인 아래에서 한숨을 쉬고 있다. 그런 아버지이지만 아버지는 마치 하나의 소모품처럼 죽어야 생각나는 존재라고 한다.

어느덧 나는 내 아버지가 저승으로 떠난 나이
오늘은 직장상사에 꾸지람 듣고
네네 굽실거리고 돌아오는 길
도랑가에 앉아 생각하니
(중략)
아버지라는 직업은 굴욕이 훈장이구나
밥그릇을 던져 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구나
밥상에 둘러앉은 너희들의 재잘거림이
비굴마저 맞아들이게 하는구나
(‘아버지로 산다는 것’, 시인 정세기)

황혼인생의 삶과 사랑을 표현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에서도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버지는 가족을 생각한다. 중병에 걸린 남편이 자신이 죽으면 돌봐줄 사람 없는 치매 걸린 아내를 위해 연탄불에 동반자살하면서 남겨진 자식을 생각한다. 자살이 아니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고 친구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는 아버지이다.

나는 내 아버지 얼굴을 모른다. 아들만 일곱을 나서 둘은 죽고, 다섯을 남긴 채 내 나이 두 살 때 갑작스럽게 병으로 돌아가셨다. 6·25 전쟁이 끝난 뒤 2년도 지나지 않아 제일 큰 형이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아버지는 눈을 감으셨다.

   
 임영호 국회의원.

이제 내 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세월을 산 지금에서야 내 아버지를 생각한다. 코흘리개 어린 자식들 걱정으로 눈이나 제대로 감고 돌아가셨는지,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조창인의 장편소설 ‘가시고기’에서 주인공 아버지가 한 말이 있다. “사람은 말야..., 아이를 세상에 남겨 놓은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 게 아니래...”

나도 내 아버지가 하늘에서 제일 큰 응원을 하셨을 것 같다. 아버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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