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세번째 열린 우리들만의 음악회 '불출 한마당'

   
올해 세번째 열린 '불출 한마당'은 우리들만의 작은 음악회였다.<사진은 기타 평산선생, 대금 임대식 선생, 장고 한기복 선생이 엮은 즉석 퍼포먼스 장면>
“스님! 천막까지 준비했는데 비가 안 오면 억울하죠.”
“그런가요. 그렇더라도 비가 오지 않아야 좋을 텐데요.”

돌풍에 호우까지 예보된 날씨는 초파일 저녁 불출암에 모인 참석자들을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첫 해 행사 때 교묘하게 비를 피해준 하늘의 요행이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애써 자위하면서 연신 하늘을 쳐다봤다.

충남 금산군 남이면 대양리 불출암 뒷 산은 비구름이 계곡을 가렸다. 동양화폭에 들어있는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도회지에서 볼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동곡, 행우 스님은 소낙비에 대비, 커다란 천막을 거금(?)을 들여 준비해놓았다.

5시 저녁 공양시간.
곤드레 나물밥에다 각종 산나물, 그리고 손 두부와 시큼한 김치...
좀처럼 맛보기 힘든 식단이었다. 아빠 손잡고 온 아이들까지 입가에 밥풀떼기를 묻혀가면서 열심히 먹었다. 신기해하는 어른이 맛있느냐고 묻자 입안이 꽉 차도록 집어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물놀이 팀 공연, 박수 갈채를 받으면서 신명나는 한판을 놀았다.
한 시간 공양다음 바로 저녁 예불.
“예불이 있으니 불자들은 부처님 앞으로 오세요. 빨리 시작합니다.”
동곡스님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서둘렀다. 부처님 전에 불자들이 합장을 하고 절을 올리는 동안 스님의 낭낭한 염불소리가 산 전체를 감싸고 흘러갔다. 불자 여부에 상관없이 경건한 자세로 부처님 오신 날의 참된 뜻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다.

이윽고 6시 30분.
동곡스님의 간단한 환영인사로 ‘불출 한마당’은 막을 올렸다.
평산 선생과 함께하는 사물놀이팀이 신명을 돋웠다. 때로는 잠잠하면서 격정을 억누르는 소리에서 목청껏 고함을 내지르는 듯한 퉁탕거림이 어깨춤을 절로 만들어냈다. 클라이막스 때 박수는 짧은 연주동안 네댓번 나온 것 같았다.
   
판소리로 이모작 인생을 살고 있는 손영준 전 수협 본부장이 심청가를 열창하고 있다.
아무래도 낮부터 소강상태를 보였던 날씨가 말썽일 듯했다. 사전 대비가 필요했다. 천막 3개중 하나는 무대 위를 덮고 나머지 2개는 참석자들이 사용하게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사회 일강 전병택 선생이 첫 순서를 마치고 사물놀이 팀의 공연 배경을 설명하자마자 ‘후두둑! 후두둑!’ 소리가 났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하긴 천막 사놓고 써먹지 않으면 억울하다 했으니 말이 씨가 된 셈이다. 얼마 전 약국 친구가 전해준 ‘유비무환’을 떠올리면서 속으로 빙긋이 웃었다.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고 했던가. 아무튼 스님 두 분의 준비가 비를 막아주었다.

2회째부터 출연한 이왕근 남이 우체국장.
색소폰 연주가 친근감을 더해주었다. 암자 주변을 꽃동네로 가꿔 놓고 주차장까지 만들어 놓은 정성이 우체국장의 음향장치를 제공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처음으로 음향장치를 가져오면서 이제 이왕근 우체국장은 주최 측이 되어버렸다. 색소폰에서 나오는 ‘신라의 달밤’이 ‘불출암의 비오는 달밤’으로 들렸다. 구수하고 정겨웠다.
   
음악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이종필 화백. 그의 그림이 무대 배경으로 쓰이고 있다.
송락예술단장 송미자씨의 퓨전 음악 쑥대머리가 이어졌다. 그 즈음 무대에 올린 큰 등 2개에 쓰인 글씨 ‘淸’, ‘鏡’이 전등불 속에서 은은하게 빛이 났다. 두 곡을 부르는 동안 김상운 남이면장이 인사를 했다.
“석가탄신일에 좋은 음악회를 남이면에서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이 음악회가 천년이상 갈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 올 한 해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빗방울이 오락가락했다.
해금이 특유의 강한 음을 내며 빗소리와 기 싸움을 했다. 강정미씨다. 중앙대 한국음악과 대학원을 나와 현재 공주 연정국악원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어 판소리로 이모작 인생을 살고 있는 손영준 원장의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걸쭉하게 불렀다. 박수와 함께 ‘앙콜’이 나왔다.

사회 일강 선생은 국악에서는 ‘앙콜’보다는 ‘재청’이 맞다는 말로 교정을 해주었다. 손원장은 “오늘 심봉사가 불출암에서 눈을 떴습니다. 불자님들께서는 마음의 눈을 뜨시길 바랍니다”라며 재청을 받았다.
   
사회를 본 일강 전병택 선생이 송미자씨의 퓨전 음악 '쑥대머리'를 소개하고 있다.

평산선생과 임대식선생이 꾸미는 즉석 퍼포먼스와 연파 이종필 화백의 그림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대금의 질 그릇같은 소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기타의 경쾌한 음이 부조화 속에 조화를 만들었다. 흥타령 속에 도자기 장고를 재현하고 ‘처먹고 사는 인생을 산다’는 한기복 선생의 장고 독주가 대미를 장식했다. 마지막 순서라는 말에 아쉬움까지 더해져 신명은 두 배가 되었다. 흥을 이기지 못한 여섯 살짜리 아이는 객석과 무대 중간에 나와 막춤을 추자 참석자들은 웃음과 함께 큰 박수로 화답했다. 약 1시간 40분에 걸친 음악회는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니 재청은 하지 말라는 스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 ‘앙콜’ 속에 끝이 났다.

동곡스님의 마무리 발언은 한참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비가 오는 걸 참는 것도 배웠고 약속도 지켜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내년에 다시 뵙겠습니다.”
간단한 뒤풀이를 위해 남이면 소재지 전주식당으로 가는 밤길은 개구리 울음과 물소리만 아주 크게 들렸다.

   

'불출 한마당' 참석자들이 개구리 울음소리와 산자락까지 내려온 비구름, 그리고 전통 음악이 한데 어울어진 작은 음악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알려드립니다. 6월 5일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아내와 함께 불출암을 다녀왔습니다. 녹음으로 우거진 암자를 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행우 스님은 출타 중이셨고 동곡 스님만 예고없는 방문에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습니다. 세심하게 가꿔놓은 꽃 구경을 한 후 스님과 마주했습니다. 스님은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하려고 했다"며 지난 해와 올해 음악회 수익금 지출 내역을 보여주셨습니다.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우선 올해 총 수익금은 350만원이었습니다. 이 중 남이면 흑암리에 소재한 장애우 평등학교에 2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장애우들은 불출암을 방문,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나머지 150만원은 남이면  추천으로 관내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 조손가정 5명에게 30만원씩 드렸습니다.

2010년도에는 모두 300만원을 모았습니다.  대전시 중구 목동에 있는 샘골지역 아동센터에 150만원을 보냈습니다. 이 곳은 천주교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지난 해 행사 때 수녀님이 참석, 종교를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150만원은 역시 남이면 관내 불우이웃 5명에게 3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스님께서 들으셨고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동곡스님은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게 곧 복짓는 일이라며 내년을 기약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주차장도 만들고 꽃밭도 더 넓히는 등 주변 경관을 만드느라 만만찮은 대응 투자(?)가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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