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종국 전 대전시 의회의장...순리인사했나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 국정쇄신을 위해 5개 부처의 장관을 경질시키고 한나라당도 원내 내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당직개편이 있어 자리들이 많이 달라졌다.
 
거창하게 우주의 원리를 원용할 생각은 없지만 사물의 이치를 알려고 운운할 때 '격물치지'(格物致知)란 말을 쓰는데, 이것도 결국 자리의 의미를 옳게 알고 사물을 제자리에 옳게 활용하라는 뜻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도 사물의 이치이지만,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한없이 억제하면 한꺼번에 민란을 일이키는 것도 사물의 이치다. 따라서 물의 자리(水位)도 알아야 하고 백성의 자리(位相)도 옳게 알아야 치수(治水)와 치세(治世)가 가능한 법이다.
 
따라서 순리라든가 안정이라는 말을 쓰게 될 경우 그 실상은 다름 아닌 모든 자리가 제대로 잡힌 상태를 지적하는 의미로 볼 수 있으니, 한 가정이나 한 직장, 더 나아가 한 나라에서 모든 자리를 앉을 한 사람에게 앉도록 해야만 될 것이다.

가까운 예로 어느 가정에 들어섰을 때 그 집의 가구나 집기들이 제대로 놓일 자리에 잘 정돈되어 있을 경우, 우리는 조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배치한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불안과 불편까지도 느끼게 마련이다.

하물며 한 직장, 한 나라의 요직이나 자리를 정함에 있어 적재적소나 인선의 타당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기용하는 경우, 그 부작용과 역기능은 언젠가 그 직장인, 그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심한 경우 위인설관(爲人設官)의 흠도 나오기 마련인데 과거 인사는 만사라고 부르짖어온 바 있는 문민정부가 출범했을 때 가신(家臣) 위주의 인사야 말로 그리 좋은 예는 아닌 듯 싶다.

무릇 옛사람이 위정자 된 이는 써야할 사람을 찾지 않는 것도 잘못이요, 써야할 사람을 너무 일직 버리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하니 자리처럼 정하기 어려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늘 지필묵연(紙.筆.墨.硯)을 가까이 놓고 지내는 서가(書家)의 한 사람으로서 만일 저들이 자리를 잘못 바꾼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라 혼돈과 파괴라는 것을 생각할 때, 툭하면 혁명 운운하는 것도 제 자리를 옳게 알지 못하고 하는 억지소리 같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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