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불출암에서 열리는 불탄일 작은 음악회

암자에서 맞는 ‘부처님 오신 날’은 어떨까.
작고 아담하면서 소담스럽지 않을까.

불출암에서 ‘우리끼리’ 행사는 올해도 계속된다.
아마츄어가 프로와 다른 건 보여주는 성격이다. 내가 이 정도 했다고 만족하는데서 끝이 나면 아마츄어다. 프로는 다르다. 내가 한 걸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거기서 반대급부를 얻는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불출암 행사는 정말 아마츄어다. 우리끼리, 오순도순, 즐기는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불출암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 '불출 한마당'은 올해 불탄일에도 계속된다.<사진은 지난해 공연 모습>
올해는 고심 끝에 작명을 했다.
‘불출 한마당’이다. 햇수도 3년째 이어지고 간판이 있는 게 아무래도 부르기 편할 것 같아 지었다. 그 이유가 전부다.

부처님 오신 날은 징검다리 휴무 마지막 날이다. 5월10일 충남 금산군 남이면 두문동 불출암이 작은 음악회 성격의 봉축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너무 오지라서 오시는 분들에게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드는 곳이다. 상대적으로는 그만큼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이날 오후 5시 저녁 공양이 행사의 시작이다.
여느 해처럼 동곡, 행우 스님이 늦겨울부터 공양용 자연산 나물을 뜯었다. 무공해 천연 식품은 이제 불출암 행사의 또다른 이벤트가 되었다. 색다른 맛이 음악 못지않게 참석자들을 감동시킨다.
   
판소리를 하는 손영준원장.


식사는 한 시간, 6시에 불자들을 위한 예불타임을 갖는다. 일강 전병택선생이 쓴 불출암이라는 편액 밑에 모셔진 부처님께 한 해의 기원과 기복신앙의 전통을 살리도록 기회가 주어진다. 첫 해에는 딸의 미스코리아 당선을 기원한 아버지의 기쁨이 훗날 전해져 훈훈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예불은 30분이다. 불자가 아닌 분들을 고려한 시간이었다. 산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소쩍새의 구슬픈 울음과 함께 음악회는 막을 연다. 산사의 저녁은 도심과는 달리 써늘한 가 보다. 두 분 스님은 산중 날씨를 감안, 두툼한 옷 준비를 요청했다.
   
퓨전음악을 공연하는 송미자씨.

올해는 공연이 다양하다.
오시예선생 외 3명이 나와 이날 행사에 꼭 맞는 ‘연화무’를 선보인다. 연꽃을 화사하게 펼친 네 사람의 동작은 사람과 연꽃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감동을 선사한다.

퓨전 음악 ‘쑥대머리’를 부를 송미자씨는 올해 처음 한마당에 들어왔다. 단국대 한국 음악과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송락예술단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지난 해 공연에서 한번인가 음이 샜지만 아슬아슬한 재미를 가져다준 이왕근 남이면 우체국장의 색소폰 연주는 올해도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그것도 두 번째로...
   
전통 그룹 '굿'을 이끌고 있는 한기복 단장.

이어 해금연주가 있다. 연주자는 강정미씨다. 중앙대 한국음악과 대학원을 나와 현재 공주 연정국악원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을 판소리로 들어보면 더욱 애절하다. 그걸 이모작 인생을 판소리로 심어놓은 손영준 전 수협 대전충남 본부장이 걸쭉하게 엮어낸다. 손 본부장은 이젠 수협의 그림자를 벗어나 정왕 판소리 연구원장과 대전 동구 문화원 부원장직을 맡고 있다.

음악으로 치료를 하는 평산 선생이 올해 새 인물로 참여했다. 대전대 겸임교수로 출강중인 평산선생은 디지털 피아노로 ‘영산회상’을 연주할 예정이다. 송정예 선생의 승무와 이종필 화백의 퍼포먼스, 그리고 정한공 임대식 선생의 대금 연주를 세해째 불출암에서 볼 수 있다.

대미는 장고 독주다. 전통타악 그룹 ‘굿’대표이며 공주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한기복 선생이 장고의 힘을 참석자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전통그룹 ‘굿’은 올해 디트뉴스와 함께 이 행사를 공동으로 준비했다. 작년보다 짜임새 있는 행사가 된 건 ‘굿’의 도움이 컸다.

연등은 매년 그랬듯이 50개를 준비했다.
알음알음으로 거의 다 팔려 나갔다. 그게 부담스러워 참석을 꺼릴 이유는 없다. 올해도 수익금은 전액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된다.

작은 것이 좋다는 말보다 더 좋은 음악회를 만드는데는 일강 전병택 선생과 선원수좌 동곡, 행우 스님의 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 소쩍새와 개구리, 풀벌레에다 예쁜 야생화까지 준비했으니 그 정성이란...
예보는 행사 당일 돌풍과 비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부처님 가필이 날씨를 쾌청하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 올해도 꼭 불출암으로 오세요. 그리고 작은 음악을 크게 만들어 주세요. (문의)041-752-3460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