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과학벨트에 대한 두 의원의 스탠스를 보며

   
 민주당 양승조 의원과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 (왼쪽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가 본격적으로 쟁점화 된 것은 지난 해 7.28 천안을 보궐선거를 통해서였다.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현 의원)가 과학벨트 천안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지역 정치권은 물론 김 후보의 캠프 내부에서도 과학벨트 공약을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과학벨트 공약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해 12월 8일 과학벨트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게다가 청와대 비서관의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면서 충청권은 연일 들썩이고 있다. 충청권 3개 시도 모두 과학벨트의 이해 당사자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한 연결고리가 형성된 분위기다.

천안 두 국회의원, 과학벨트 관련 확연한 입장차 눈길

이런 가운데 김호연 의원의 과학벨트 천안 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내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의 핵심은 지난 2009년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 천안과 아산이 1위로 나왔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세종시가 원안대로 추진되는 만큼, 과학벨트까지 세종시로 갈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정책 당국자의 입장 재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사실상 충청권 입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럴 조짐은 없어 보인다.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것은 천안이 지역구인 민주당 양승조 의원(천안갑)과 김 의원 간 과학벨트에 대한 입장차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양 의원 역시 과학벨트 천안 유치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지금 천안 얘기를 꺼내면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물건너 간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가 담보된다면 정치권의 입김이 철저히 배제된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최적의 입지가 결정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의원과 양 의원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충남도당위원장으로, 과학벨트에 대한 이 같은 입장차는 천안 뿐 아닌 지역 정치권에서도 주목을 받을 만하다. 이 때문인지 두 의원은 최근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축사를 통해 날선 언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충청권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정부여당 설득에 주력해야

국회의원으로서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그러나 두 의원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기자는 주저 없이 양 의원을 선택할 생각이다. 그 이유는 최소한 지금은 ‘내 지역’ 보다는 ‘충청권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충청권 내부 분열만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충남의 수부도시인 천안은 맏형 노릇을 해야 마땅하다. 무조건 충청권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충청권 전체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가짐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김 의원에게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유치 실패의 교훈을 들려주고 싶다. 당시 대전과 충북이 첨복단지 유치전에 뛰어든 상황에서 아산시까지 가세하면서 외부에서 볼 땐 우스운 꼴이 됐었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첨복단지 유치는 실패했고, 대전시와 아산시 사이에는 여전히 떨떠름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벨트 유치전에 아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선 충청권 입지에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이런 경험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론은 최소한 지금은 과학벨트 천안 유치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충남 유일의 집권여당 소속인 김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설득하고 때로는 압박하는 것이다. 과학벨트와 관련, 김 의원이 싸워야 할 대상은 야당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 의원이 갈수록 과학벨트에 매몰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 의원이 자임한 ‘집권여당과의 연결통로’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너무도 명확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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