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이익환 한국원자력기술 회장, '마음의 부자'로 등단

   
지난 4월 문학사랑을 통해 등단한 이익환 공학 박사.
“원래 제가 글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등단은 결혼식과 같은 ‘의식절차’라고 하더군요. ‘마음의 부자’라는 제목의 글을 문학사랑 4월 호에 실었습니다. 거기에서 저를 수필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원자력 박사가 대전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전 원자력 연료 사장을 지낸 이익환(67,한국원자력 기술 회장)씨가 3년간 미국생활을 하고 돌아온 손자를 맞는 느낌을 표현한 글로 신인상을 받고 작가가 되었다. ‘의식절차’라는 말을 했지만 그것을 거친 것과 거치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각차는 엄청나다. 그래서 이씨의 등단 소식은 뉴스밸류를 가지게 됐다.

“나도 이렇게 손자들과 생활하면서 여유롭게 되고 마음에 부자가 되었다는 심정을 표현한 글이었습니다.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원자력 공학박사다. 평생을 원자력 에너지 연구에 바쳤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턴 뉴 잉글랜드 대학을 나왔다. 1971년 과기부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한전 원자력 본부장 등을 역임하면서 원자력 에너지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장본인이다.

“미사려구는 없으나 경험을 그대로 옮겨 싣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문장 단락이 길어지면 안 된다는 것도 책을 보면서 배웠습니다. 읽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가 있지요. 누가 가르쳐 준 건 아닙니다. 문장이 길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나가게 되더군요. 뜻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얘기죠.”

그는 원자력 공학을 전공하면서 두 권의 책을 썼다. 2004년에 지은 ‘작은 기쁨에 감사하는 삶’, 2009년 ‘과적 속의 미래’다. 전공과는 무관한 수필집이다. ‘과거 속의 미래’는 원자력과 함께 한 33년을 회고담이 들어있다. 제목에는 “원자력과 함께 몸 바쳐 일해 온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 본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원자력 관련 내용과 함께 인간 이익환의 일대기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2002년 춘천 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4시간대에 완주했다는 것은 20대의 체력과 30대의 강한 정신력을 가진 불가능에 도전하는 청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익환 실장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활화산과 같은 정열을 가진 멋있는 만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발간 축사에서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이었던 장인순씨는 이익환은 이렇게 묘사했다. 그는 항상 앞으로 가면서 새로운 걸 만들어 가는 ‘창조형 인간’이었다. 수필가 등단 역시 발전적인 변화의 한 과정으로 보였다.

“문학을 전공한 건 아닙니다. 다만 연구원 생활을 하다 보니 보고서를 쓸 기회가 많았습니다. 보고서라는 게 논리적인 전개가 필요한 리포터가 아닙니까. 서론, 본론, 결론 이렇게 요약하다보니 책을 쓸 때도 제가 전하고저 하는 의도를 분명하게 합니다. 이게 제 글의 특징이죠.”

단문 중심의 문장과 분명한 느낌의 전달.
문학 전공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는 이미 많은 독서를 통해 스스로 문장 작법을 체득했고 의미 전달 방법을 알았다. 전달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글을 독자들에게 주는 임팩트가 강하다. 그래서 그의 글은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같은 얘기라도 부정적인 것을 쓰면서 강조하면 느낌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좋은 말을 많이 하고나서 결론 부분에 가서 ‘그렇지만 이런 저런 문제점 때문에 우리가 받아들이기가 힘 듭니다’라고 말하게 되면 상대를 설득하기가 쉽습니다. 글로 마찬가지죠.”

그는 문학전공자는 아니었지만 ‘문학청년’이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독서를 즐겨했다. 그래서 그런 지 생각이 분명했다. 확실한 신념을 가지고 매사에 임했다. 평소 사석에서도 그는 그랬다.

“메모하는 건 습관입니다. 엄청 많은 서류들이 있는데 노트를 다 가지고 있을 정도지요. 모임이나 강의, 또는 개인적인 만남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을 때 반드시 메모를 합니다.”
   
그는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게 공학박사로서 전공과는 무관한 두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 습관이 결국 ‘과거 속에 미래’라는 책으로 엮어졌다. 원자력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메모해뒀다고 현장감을 살린 글로 되살렸다. ‘디트뉴스24’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참동안 원자력 얘기를 했다. 전문가 답게 요약해서 이해를 도왔다.

미국에서 ‘Knowhow'가 아닌 ’Knowwhy'를 찾기 위해 고생했던 기억과 원자력 후진국 학자로서 설움, 그리고 이제는 선진국이 된 원자력 기술 등등...한국 원자력 발전에 기여한 그의 노력을 절절하게 들었다. 한국의 발전은 과거를 거울삼아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글은 가끔 쓸 예정입니다. 원자력 학자로서 글을 통해 이 에너지의 중요성을 홍보하겠습니다. 수필가로 등단은 제게 할 일을 하나 더 준 셈입니다. 글을 쓸 즈음에 사회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일과 원자력을 연관시켜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도록 할 계획입니다.”

수필가 이익환은 지난 4월 과학의 날에 정부로부터 혁신장을 받았다. 과학발전에 기여한 공로 때문이다. 이제 수필가로서 또 다른 혁신장을 받길 기대해본다. (연락처) 010-5406-2880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