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논산 백제병원 류승렬 간호부장 이사승진

   
적극적인 사고와 숨은 노력이 류승렬 이사를 만들어 냈다. 류이사는 간호직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사로 승진, 화제가 되었다.
“약 20년간 간호업무를 담당했습니다만 지금처럼 부담이 될 때는 없었습니다. 더 큰 사람을 기대하면서 시켜준 만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백제병원발전에 기여하는 그런 이사가 되겠습니다.”

충남 논산시 취암동에 위치한 백제종합병원.
지난 정기 인사에서 눈에 확 띄는 인물이 있었다. 류승렬 간호부장(46)의 이사 승진이었다. 그는 여성으로서 충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개인 종합병원에서 최초로 이사가 되었다. 참으로 흔치 않는 일이다.

여성의 이사 승진이 화제가 된다면 아직 우리 사회가 남성위주라는 얘기가 된다. 간호직의 이사도 역시 진료 중심의 병원운영을 엿보게 한다. 아무튼 간호직 여성 이사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11월 첫째 날, 백제병원 2층.
밖이 내려다 보이는 이사실에서 만난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동행한 남문호 업무 이사에게 “병원의 좋은 일을 홍보하면 되지 굳이 여기까지 왔느냐”며 짐짓 핀잔(?)을 주었다. 이때는 가벼운 화제로 분위기를 먼저 잡아야 한다. 오랜 세월 인터뷰를 하면서 생긴 요령이다. 남이사가 먼저 거들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었다.

“류이사는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양하게 활동하는 분입니다. 특히 대외봉사도 많이 하면서 백제병원의 좋은 이미지를 외부에 잘 알리고 있습니다.”

이사 승진 소감을 묻자 쑥스러운 표정부터 지었다. 답변은 맨 먼저 언급한 “부담감을 느끼고 책임을 다 하겠다”는 것이었다. 환담 수준의 가벼운 대화가 오갔다. 맛있는 차가 나오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직급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었죠. 다만 전문직이어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진행형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혹여 후배들이 저한테 자극을 받아서 매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면 그걸로 족하죠.”
   
그는 백제병원에서 '프로'가 되면 전국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그런 간호사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적극적’이라는 표현이 류 이사에게는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동석한 남이사는 몇 차례에 걸쳐 ‘극성’이라는 과장법으로 그녀의 ‘적극적인 사고 방식’을 자랑했다. 사실 성공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취’만해도 남다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게 대중에게는 화려함으로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건 숨어있는 고난을 건너뛰고 화려함만 쫓기 때문이다.

류이사의 승진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는 적극성과 카리스마가 있었다. 전자는 분명한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되었고 후자는 경영인의 자격증과 같았다. 중소도시 병원의 간호사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간호사들에게 공부를 많이 하도록 권합니다. 적어도 구성원들이 석사까지 마칠 수는 있도록 동기유발과 배려를 해주고 있어요. 백제병원에서 프로가 되면 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똑같이 프로로 인정받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게 자부심이 되겠지요.”

백제병원 간호직은 약 230여명. 이들을 프로로 만들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게 현재의 목표였다. 그는 머뭇거릴 수도 있는 후배들에게 스스로 길을 개척해나가면서 “나를 따르라”며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간호과장에서 부장, 그리고 이사가 되기까지 ‘있을 법하지 않는 일’을 그는 해냈다.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들면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또,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는 활기를 넣어주어야 합니다. ‘간호사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자세에서 ‘간호사도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있어야 하죠.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알게 하고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상을 구현해야 합니다.”

의료 봉사는 그에게 당연한 것이었다. 독거노인 돌보기, 소년 가장 돕기, 농촌 일손 거들기 등등...쉽지 않는 일을 봉사라는 이름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남 이사는 이 대목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말로 공감을 표했다.

매사 인과관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류이사의 승진은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은 본인의 적극적인 사고였다. 여기에 병원의 업그레이드 전략이 겹치면서 간호직 이사를 탄생시켰다.

   
독거노인, 소년 소녀 가장 돕기 행사를 마치고 난 후 간호사들과 기념촬영(2009년 9월).
백제병원은 최근 이준영 이사장 중심으로 진료의 품질 제고와 고객 중심의 병원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유명 의료진을 초청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결국 내부에는 자극을 주고 대외적으로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비치게 된다. 여기에 한 축이 된 간호업무는 이사 승진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면서 환자에 대한 서비스 질의 향상시키겠다는 의도가 실려 있다.

“순천향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사장님의 마인드가 병원에서 간호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학위를 따는 데 이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신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논문 통과가 쉽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배려를 해 준 데다가 후배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걸 극복하게 했습니다.”

약 30분정도 시간이 흘렀다. 차 맛이 상큼했다. 맛있는 차와 함께 성취한 사람의 얘기를 듣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성공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스토리를 듣는 건 어쩌면 언론인의 특권일 수도 있다. 그 때마다 배우게 되고 함께 느끼게 된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과의 대화에는 엔돌핀이 나온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죠. 저는 꼭 새내기 간호사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신뢰를 쌓지 못해 그것이 자신의 경력이나 비젼에 흠이 된다면 안 되겠지요. 인간적인 부분, 즉 신뢰가 깨지면 저는 절대 안 봅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이런 부분이 없으면 곤란합니다.”

이사 승진은 군대로 치면 병과가 없어지는 장군과 같다. 경영 전반을 볼 수 있는 게 이사이긴 하다. 하지만 간호사들을 잘 다독거리면서 병원 전체의 조직력을 키워달라는 게 현실적인 주문일 게다.
   
간호부 경진대회 참석 후.
“제 욕심은 저희 간호사들이 최고의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목표는 그렇습니다. 조직원들이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일입니다. 선후배들 간에 각종 이벤트을 통해 끈끈한 유대감과 동료 의식이 생기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기들 간에 여행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조직의 결속력을 보고 하는 일입니다.”

대전에서 대학을 졸업하던 1986년, 서울 원자력 병원에서 나이팅게일이 된 그는 지난 2001년 백제병원으로 왔다. 충남병원 간호사회 부회장과 순천향대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백제병원에서는 간호과장, 부장, 이사까지 스스로 길을 만들면서 나아갔다. 그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까지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앞으로도 그 패턴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다음 번 그의 모습이 궁금하다. (연락처) 041-730-8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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