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황성재 학생,'가상 손가락' 덕택이죠"

   
황성재 학생.
발명만으로 고교 꼴찌에서 대학 문턱을 넘었던 황성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이 '억' 소리 날 만한 일을 터뜨려 화제다.

황성재 학생은 모바일 환경의 태생적 단점인 손가락에 의한 화면가림현상과 디바이스를 한 손으로 잡은 상황에서 멀티터치 조작이 매우 불편하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해, 한 손가락만으로도 핀치 줌인·아웃 등의 멀티터치 기능을 수행하는 가상손가락(Virtual Thumb) 기술을 개발해 냈다.

한 학생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기술은 KAIST 산학협력단(단장 장재석)에서 시제품 제작 등의 지원과 마케팅 활동으로 사업화를 성공시켰으며, 국내 이동전화기 제조업 분야의 중소기업인 빅트론닉스와 특허양도비 5억 원에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됐다.

이 기술은 마치 사용자가 두 손가락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것과 같은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 터치 지점의 대응하는 곳에 생성되는 가상손가락을 이용해 실제 터치 동작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모사해 줌인·아웃과 회전각 기반의 다양한 명령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객체의 회전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회전각 변화를 통해 다양한 명령을 직관적으로 매칭시킬 수 있다. 별도의 명령 메뉴를 활성화하지 않아도 다양한 명령을 동시 수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 코너 영역에서의 줌인 명령의 경우, 화면 중심으로 객체를 이동시키지 않아도 코너만을 효과적으로 줌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술이전에 성공한 '가상손가락' 기술은 지난해 12월 초 특허청이 주최한 2009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에서 은상을 수상한 아이디어가 기반이 됐으며, 향후 각종 터치기반 기기, 즉 TV 리모트 컨트롤러, 이북(eBook), 휴대폰, 태블릿PC, 내비게이션, 교육용 기기 등의 미들웨어로 적용이 가능하다.

황성재 박사과정 학생은 기술이전과 관련해 "연구 과정에서 창출된 작은 아이디어가 발전돼 실제 기술사업화된다고 생각하니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많은 창의적 연구를 통해 학계와 산업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재석 KAIST 산학협력단장은 "현재 KAIST 산학협력단은 학생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시제품제작과 특허 출원 등을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조직화해서 학생 발명동아리 카인벤터(KAINVENTOR)도 운영중이다"며 "이번 기술이전 성공이 모델이 되어 많은 학생의 아이디어가 산업계로 기술이전되는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특허왕황성재,"가치있는 삶을 꿈꾸다"
"안하던 공부를 왜 시작하게 됐냐면요. 계속 연구하고 배우고 싶었어요. 무언가 창조하고 만들어내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죠."

황 군은 고등학교 시절 32명의 반 친구들 중 성적으로 꼴찌였다. 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보였다. 공부 대신 그를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연극과 춤 등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엔 연극부에서 활동하며 주연을 맡기도 했었고, 춤도 돈 받고 공연을 할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자랑했다.

고등학생이 되도록 중학교 수준의 문제 하나도 풀지 못했던 그가 달라진 건 목표를 잡고 나서부터였다.
"목표를 잡게 되니까 공부를 하게 되던데요. 언제부터인가 제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을 실현하려고 할 때 컴퓨터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고, 거기에 확신이 들었죠. 하루에 16시간씩 앉아있던 적도 있어요."

그렇게 공부를 해서 들어간 곳이 광운대학교였다. '발명특기자'로 입학한 황 군은 그 뒤로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KAIST 석사과정에 입학한 후에도 그의 상상력은 멈출줄 몰랐다. 황 군이 보유하고 있는 발명 특허만 해도 60개 이상된다. 이번 기술 개발로 받은 특허만 10개다.

그는 "연구나 발명을 시작할 때 증명을 완료하고 특허를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특허를 내고 연구를 하는 편"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허가 많아졌던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그가 특허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대학생 때였다.
"미국 퀄컴 본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퀄컴이 보유한 특허증서로 벽을 가득 채운 'Patent Wall'을 봤는데, 상당히 압도적이었어요. 그때부터 특허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에는 공부를 하든 사업을 하든 기술에 대한 특허의 확보가 먼저라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특허를 먼저 등록하고 연구를 진행해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습관화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황 군이 하고 있는 연구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분야다. 인간과 컴퓨터 사이에 서로 효율적인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제안하고, 평가하는 연구다. 그래서인지 황 군에게 있어서 돈은 창의적인 기술 개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다. 그가 신경쓰는 것은 오직 하나, 사용자들의 피드백이다.

"HCI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SCI 논문을 내고, 상을 받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제일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사용자들에게 쓰인 후 피드백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기술로 개발이 되고, 또 제품으로 구현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흥분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서 더 좋은 아이템이나 더 좋은 기술들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대덕넷 임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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