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호 야구 해설가가 본 한화 이글스 현황

   
김성호 야구해설가는 한화 이글스의 올해 꼴찌 성적은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 때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불리며 엄청난 화력을 과시했던 한화 이글스. 1999년 시즌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탄탄한 전력을 가졌던 구단.

그 한화 이글스의 올해 성적은 45승 79패로 8개 구단 중 꼴찌다. 초라하다 못해 ‘어쩌다 이 지경에...’라는 연민의 정까지 느끼게 한다. 지는 게임만 하다 보니 선수들은 지치고 팬들도 야구장을 떠나고 있다. 그걸 바라봐야 하는 야구인의 심정은 어떨까.

9일 김성호(55) TJB 대전방송 해설위원을 만났다. 그는 고교 야구를 즐겨봤던 필자와 동시대인이라 대화가 쉽게 풀렸다. 김재박, 윤몽룡, 김일권, 송상복, 정현발, 장효조, 김영덕, 에가와, 김봉연 등의 이름이 촉매제가 되었다.

배문고를 졸업하고 동료 4명을 덤으로 달고 영남대에 들어갈 만큼 스타 플레이어였다. 김재박과 함께 영남대 야구 전성시대를 이끈 인물이다. 1973년 대통령배 춘계 중고 야구연맹전에서 타격부문 4관왕을 차지했고 아시안 게임 우승 당시 국가대표에서 중심 타자역할을 했다. 아마추어의 화려함은 잇단 부상과 감독과 서로 다른 야구 스타일 등으로 프로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 아쉬움을 꿈처럼 가지고 있었다.

“한마디로 구단이 안일했죠. 전력이 떨어지는 게 분명한데 보강 없이 시즌에 들어간 게 잘못이었죠. 지금의 전력으로는 당연한 꼴찌입니다.”

총체적인 부실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유현진을 빼고 나면 마땅한 투수가 없고 칠만한 타자는 부족하고 평범한 수비 에러가 팀에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씌웠다. 게다가 구단의 안일한 대응이 겹치면서 올해 성적은 이미 운명처럼 예견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년요, 여전히 어렵습니다. 광주일고에서 입단한 유망주 유창식이 있지만 검증이 필요합니다. 주무기를 던졌는데 팡팡 쳐버리는 프로 선수를 보고 자신감을 잃으면 신인들은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어째든 투수 쪽에 보강이 절실합니다.”

타자 쪽도 마찬가지다. 김태균, 이범호의 공백을 메우지 않고 치렀던 올해 농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년도 김태완, 정현석의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그나마 최진행을 키우고 기아로부터 장성호를 받은 게 불행 중 다행이지만 여전히 타선 보강은 상위권 진입의 필요충분조건이다.
   
배문고 시절 전국대회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게 없으면 내년 시즌도 희망이 없습니다. 사실 신인들로 그걸 메우기는 어렵습니다. 기존 선수 가운데 타 팀에서 포지션이 겹쳐 게임을 뛰지 못하는 선수를 받아들여야 즉시 전력감이 됩니다.”

다만 수비 쪽은 훈련에 따라 어느 정도 다듬어질 수 있다는 게 김위원의 생각이었다. 올해 상대팀 입장에서는 꼭 필요할 때 에러를 해준 고마운 팀이 한화였다. 스프링 캠프에서 에러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놓고 반복된 연습을 하면 내년에는 어처구니없는 패배는 줄일 수 있다.

“한대화 감독 입장은 웬만큼 이해가 됩니다. 선
   
영남대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 되었다.
수들이 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질 때가 많았지요. 그게 팀 패배로 연결되기도 했고요. 또, 감독이 따끔한 질책이 필요할 때 선수들을 너무 많이 믿어주는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안타깝습니다.”

선수와 감독이 정신 자세를 새롭게 하면서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게 있다. 바로 구단의 과감한 투자다. 올해만 하더라도 김태균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이범호는 구단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잡을 수도 있었다. “설마 가겠느냐”하다고 놓쳤다는 것이다. 속단은 이르지만 일본에서도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화에 있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선수가 됐다.

한화 팬들이 분노하는 건 꼴찌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이 와해 상태에 갔던 ‘넥센’에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팀 건재를 위해 돈 되는 선수, 이택근, 장원삼, 마일영 등, 는 다 팔았던 구단이다. 그 팀보다 아래에 있다는 건 팬으로서는 참기 힘든 분노를 느끼게 한다. 결국 뭐냐. 정신 자세다. 그것 외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넥센은 오기로 뭉친 팀입니다. 위기 의식으로 똘똘 뭉친 게 최하위를 탈출하게 했습니다. 물론 우승은 할 수 없지만 강한 정신력은 꼴찌는 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 팀에게 6게임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요.”

1997년부터 14년 째 야구해설을 맡고 있는 김성호위원의 해설 포인트는 승부수를 점검하고 한화의 4위권 유지였다. 최하위를 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이 해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에러 상황에서 질책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방점을 두는 것도 그 탓이다. 혹여 단점을 지적해야 할 순간이면 상대 팀 칭찬을 통해 홈 팀의 흠집을 없애주고 있다. 그게 김위원의 해설 포인트이다.
   
한화의 팀 전력을 소상하게 설명하는 김성호 위원.
“1999년도 한국 시리즈에서 한화가 우승할 때 저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쁨이 왔다는 얘기지요. 그런 중계를 다시 한 번 꼭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르쳤던 선수, 즉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 선수를 해설하면서 게임을 예견하고 시청자들에게 훤히 꿰뚫는 해설로 중계를 한 것이 결국 우승으로 연결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그의 한화 이글스에 대한 애정은 일방적이었다. 내년에 반드시 전력을 보강,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가진 그런 악바리 야구를 보고 싶다는 작은 희망도 피력했다. 어쩌면 프로 선수로서 못다 이룬 꿈을 한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려고 하는 게 스타 플레이어 출신 해설가 김성호의 마지막 바람일 수도 있다. (연락처)010-6477-7857, 042-477-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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