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지방자치재정 안정성 확보하려면...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필자는 7월 26일자 디트뉴스에 “풀뿌리 민주주의 선거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지방자치의 본지, 지방자치 선거제도, 지방자치선거풍토를 조명해보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자치시스템을 제시하였다. 원고를 마감하며, 다음은 지방자치재정의 안정성에 대하여 논하겠다는 예고를 썼다가 최종검토단계에서 삭제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 여운으로 담았던 글을 올리려한다.

지방자치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상(理想)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마련하더라도 이를 자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의 자립 없이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상급자치단체나 정부의 재정적지원이나 지원 담보가 없으면 필요한 살림재정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상급기관에 사정사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매사 상급기관의 눈치를 봐야하고 상급기관이 제시하는 조건을 흡수할 수밖에 없게 되므로 실질적으로는 중앙행정통제권 안에서 놀아날 수밖에 없게 된다.

지방재정의 자립없는 지방 자치는 중앙집권정치나 다름없어

지방자치재정의 근원은 세법에 의한 지방세가 주요재원이 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법은 지방세조항이 인색하기 짝이 없다. 충남의 재정자립도가 36.7%, 대전시의 자립도가 56.3%, 청양군의 자립도가 12.2%라고 한다. 여기서 자립도란 당해 자치단체의 총 예산중 지방세 수입분이 얼마냐는 비교수치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든 자치단체의 자립도가 100%가 될 수 있도록 세법을 고치는 것은 논리상 불가능하다. 세법을 획일적으로 제정하면 GRP(지방총생산량)가 높은 서울, 부산, 경기 등은 지방세입이 남아돌고 GRP가 적은 시군은 상대적으로 삶의 질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마련한 것이 지방교부세 제도다. 국세로 거두어들인 예산중 GRP가 모자라는 자치단체에 국가에서 보충해주는 것이 지방교부세 제도인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방교부세 총액은 지방교부세관리청의 신청에 따라 매년 국회에서 의결한다. 지방교부세청은 교부세산정방식을 100여개 요인으로 나누어 공식을 만들고 그 공식에 따라 각 지방별로 배정해주는 제도다. 지방자치를 총괄하는 부처는 관방성인데, 지방교부세 관리청은 관방성의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기구이다. 관방성은 협의기관에 속할 뿐이다. 회계년도말이 일본은 6월 30일이지만 교부세관리청은 매년 2월까지 다음해 교부세배정 예고를 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차기년도 예산심의의 기초가 되기 위해서이다.
왜 우리 단체에는 교부세가 잘못 계상되었는가? 하는 시비는 별로 없고 잘 소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확정한 교부세총액을 행정자치부에서 각 자치단체에 일본과 비슷한 매뉴얼대로 분배하지만 총액 중 상당한 양(약1/3정도)을 특별교부세로 분리해놓고 사업중점에 따라 특별교부하게 된다. 이것이 잘못 운영되면 소위 도깨비 방망이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제도, 일본보다 안정적으로 보이나 내용은 지자체제도에 역행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의 일시적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시차입이나 지방채권을 발행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는 지방자치단체의 제의와 그 자치단체의 의회결의가 있으면 금융기관의 심의에 따라 차입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자치단체의 발의와 의회의 결의를 붙여서 상급단체의 승인이 있어야 차입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일본보다 더 안정적인 제도처럼 보이지만 만일 하급자치단체가 파산할 경우 상급보증자치단체나 정부는 꼼짝 못하고 채무 전액을 갚아주어야 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기초자치단체가 파산된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북해도 중심부의 유바리시(夕張市)의 예이다. 파산이 된 후 상급단체인 북해도청이나 중앙정부에서는 사태해결을 위하여 단 한 푼도 구제금을 주지 않았다. 만일 구제금융을 준다면 아직도 산재한 재정이 악화되고 있는 많은 단체에 본보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유바리시는 향후 20년간 채무전액을 갚겠다는 소위 유바리시 재생계획서(再生計劃書)를 법원과 상급단체에 제출하였다.

시 산하의 리,동 행정체계의 통폐합, 공무원수 60%이상 정리, 소학교 7개교가 1개교로 통합, 중학교 4개교가 1개교로 통합되었다. 또한 시내 공중화장실운영전폐, 시영․관영버스폐지, 서민, 아동, 노인복지제도 폐지 등이다. 이 파격적인 조치가 지금 4년째이지만 구원의 손길은 없다.

이즈모시가 20년 전에 파산으로 치닫고 있을 때 청년회를 중심으로 이즈모시 출신으로 뉴욕 월가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던 이와쿠니 데쓴도(岩國哲人)가 구세주로 나타나 파산을 모면케하고 5년내 흑자재정으로 만든 예가 있다. 그 이와쿠니는 일본의 영웅으로 추대되어 동경시 중심구에서 중의원에 당선된 이래 지금은 4선 국회의원으로 그가 쓰는 칼럼은 항상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4년 전(06.12) 일본의 전통적 관광휴양도시인 아따미(熱海)시장이 파산을 예고하여 큰 충격을 주었지만 아따미시민이 총궐기하고 아따미출신 유력인사(아따미를 떠나 살고 있는)들이 아따미 지키기 모금을 하여 극적으로 위급을 모면한 일은 유명하다.

미국도 일본과 비슷한 예가 허다하다.
10여년 전 뉴욕시장은 적자파산을 각오하고 뉴욕의 노른자위 땅 센트럴파크(우리 여의도면적)를 팔아 부도를 모면한 일이 있다. 뉴욕시장은 금융기관에 매도계약할 때 만일 5년 이내에 원금을 갚을 때는 원금으로 환원한다는 옵션을 걸고 이 내용을 공개하였다. 뉴욕시민이 궐기하고 뉴욕을 사랑하는 거부들이 중심이 되어 모금하여 3년만에 뉴욕중앙공원은 뉴욕시재산으로 환원되었다.

일본, 중국 미국에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우리가 흔히 듣는 부촌가운데 LA의 오렌지타운이 있다.
LA의 베드타운이며 LA의 돈많은 사람들의 주거지이다. 몇 년 전 오렌지타운시가 부도직전에 허덕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활동은 LA에서, 잠은 오렌지타운에서 자는 것을 자랑삼던 부호들이 매도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방세 체납자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로 이들이 오렌지타운살리기 모금의 주체가 되어 부도를 수습했다고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북경(北京), 천진(天津), 상해(上海), 광동(廣東)같은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고층빌딩이 늘어난다. 경제적 사정이 낮은 동북3성(만주)는 재정난이 심하다. 이 지역은 국가적투자(고속도로, 국도, 비행장 등)는 왕성하지만 지방자치성의 투자는 거의 정체상태이다.

우리나라의 자방자치단체도 외국에서 본 바와 같은 도산직전에 헤매는 자치단체가 숱하게 있다고 본다. 기초자치단체, 심지어 광역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충청도는 비교적 그런 위험성이 있는 단체가 적다고 본다. 재원(財源)은 뻔한데 타 자치단체보다 좋은 행정서비스를 해야 인기가 오르고 차기 선거에서 유리하게 당선된다는 욕심으로 차입을 무리하게 하는 자치단체가 문제이다. 그 많은 빚은 상급승인단체가 갚아주던지 아니면 결재시기는 본인의 임기 후에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조가 살아있는 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앞날은 희망이 없다.

청사는 호화롭게 지어야하고, 관청기구와 공무원수는 남보다 더 많이 두어야하고, 급여와 수당은 남 못지않게 챙겨 주어야하고,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는 특색을 자랑하게 해야하고, 민원사업은 빚을 내어서라도 척척 해결해 주어야 직성이 풀리고 유능한 단체장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 수년간 이러한 경쟁현상(競爭現象)은 전국 여러 곳에서 각축현상이 두드러져 이대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한계에 부딪힐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국가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