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꽃 가꾸며 행복 일구는 약사 주부 임건자씨

   
꽃 가꾸기에 맛이 들린 임건자씨. 그는 자식처럼 길러야 꽃도 보답을 한다고 말했다.
“파우더퍼프는 요즘 혼자 신났어요. 겨울에는 거의 죽을동 살동 했거든요. 그러나 아쉽게도 보로니아는 여름을 못 견디고 죽고 말았어요. 초화화는 2시 이후에 꽃이 활짝 피는 녀석이죠. 핑크레이스 이 녀석 좀 보세요. 시중에서는 거의 없는 귀한 아이예요.”

애정이 담뿍 담긴 목소리로 설명이 끝이 없다. 온실 안 1,000종에 가까운 화초에 대해 한마디씩 다 할 것 같은 기세다. 임건자씨(46․유성구 전민동)에게 화초는 ‘숨’ 그 자체다. 10여년을 맞이하는 화초가꾸기 취미는 기성 화훼업자들도 한 수 배울 경지에 올라섰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가꾸던 화초들은 한해한해 점차 분량이 늘어나자 3년 전부터는 아예 노은동에 온실을 빌려 임씨만의 천국을 만들었다.

“이곳에 오면 먼저 더위에 힘들어 하는 녀석들부터 눈길을 주게 돼요. 죽지는 않았는지 얼른 살피죠. 또 밤새 새롭게 꽃을 피운 녀석들은 없는가 보다가 새로운 꽃을 보게 되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임씨는 이곳에서 생활 속 스트레스를 모두 푼다. 컴퓨터게임에 빠져 속을 썩이던 아들 녀석도, 약사라는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도, 복잡한 집안일도 이곳에 오면 새털처럼 가벼워지고만다.

임씨가 화초와 친하게 된 것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였다. 우연히 꽃치자를 나눠준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청해 편지봉투로 꽃치자를 전달받고 화초를 가꾸기 시작했다. 화초 기르는 데 맛을 들인 임씨는 새로운 화초
   
가 구해지면 인터넷을 검색해 특성을 파악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떠도는 지식들이 꼭 들어맞지는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하나 지식을 쌓아갔다. 이제는 잎이나 줄기 뿌리만 봐도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이 온 다. 컴맹이던 임씨는 화초로 인해 인터넷과 가까워져 이제는 개인 블로그도 운영하는 등 컴퓨터 도사가 됐다. 화초가 준 또 다른 선물인 셈이다.

임씨는 화초 가꾸기는 자식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 했다. “우는 자식 젖 한 번 더 물린다고 평소 까탈스러운 화초에게 눈길 한 번 더 가지요. 그리고 너무 애정을 주고 애지중지 하는 녀석들 치고 잘 되는 것 못 보겠더라고요. 무관심도 안되고요. 적당한 거리유지가 최고예요.”

그래서 가끔 화초에 목숨 건 듯한 초보자들이 문의해오면 “팽개쳐 두세요”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임씨는 화초로 인해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졌듯이 주위 많은 사람들도 화초를 가꾸며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원하는 이웃들에게 삽목한 화초를 열심히 나눠주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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