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방송자료 소장전 여는 김점석 KBS 부장

   
김점석 KBS 대전방송총국 경제부장은 평생 모은 방송 자료 소장전을 오는 9월 2일부터 15일까지 대전 프랑스 문화원 대흥동 분원에서 연다. 그는 기억을 되살리면서 과거로 가는 시간 여행을 하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자료를 뒤져야 하는 ‘눈’(眼), 전국구처럼 돌고 돌아야 하는 ‘발’(足), 때로는 월급봉투 거의 까먹어야 하는 ‘돈’(錢), 그 와중에 비염이라는 명예훈장(?)을 얻은 남모를 애환! 그래서 이번 자료전은 나의 ‘자료전’,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점석 KBS 대전방송총국 경제부장(55)이 ‘머나먼 시간 여행’을 떠난다. 과거로 가는 티켓은 바로 ‘방송자료’이다. 오는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김부장이 대전프랑스 문화원 대흥동 분원에서 ‘김점석 자료 소장전’을 연다. 컬렉터 시리즈 첫 번째로 프랑스 문화원은 김점석의 수집품을 선택했다. 팜플릿에 그는 ‘눈’과 ‘발’, 그리고 ‘돈’이라는 단어를 시간 여행 뒤쪽에 배치했다.

평생을 바쳐 모은 수집품이다. 그래서 방송자료는 그의 분신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거기에 50 중반 인생을 올인했다. 그러니 애착도 크고 물건마다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아내는 없지만 그게 곧 사랑이었다. 8월 마지막날 오후 태풍 북상 소식과 궂은 날씨 속에 대전방송총국 보도국에서 그를 만났다.

“한 분야에서 열정을 가지고 수집한 자료를 일반 대중들과 공유하고 자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소장전을 마련했습니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맨 먼저 저를 선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전시 품목의 일부, 앞 쪽 원고지에 쓰인 글이 김수현작가의 구정특집드라마 육필원고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던가.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친 사람이 이끌어 가는 게 역사다. 몰입이 없으면 주목받을 결과도 없다. 이는 일상이 뉴스밸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부장은 미쳤다. 우리는 그를 수집‘광’(狂)이라 부른다.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전시는 그래요. 먼저 우리 방송의 역사를 더듬어 보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또, 과거 흔적은 무엇이 있었으며 그 속에서 어떤 역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도 보여주는 전시회로 준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전파와는 달리, 소리와 관련된 자료의 보존이 왜 소중한가를 알리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5년 전 KBS 대전방송총국에서 소장전을 가졌을 때 그는 세계와 한국의 방송 자료를 묶어서 전시했다. ‘빛, 소리,영상전’이란 이름을 그 때 달았다. 이번에는 방송자료 소장전이다. 내가 가진 것만 가지고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시된 방송용품으로 당시 삶을 역추적해보는 시간 여행을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그는 자료의 중요성을 대화 중간 중간에 강조했다. 일본의 예도 들었다. 사실 일본은 신문 한 장, 메모 하나도 얄미울 만큼 보존하고 관리한다. 그게 일본의 힘이 되었다.

“일상생활에서 보는 하찮은 전단지까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물건도 지나고 나면 교육적 가치가 있고 보존할 이유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인식을 이번 전시회에서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1960년대 금성사 라디오.
9월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책으로 보는 역대 인기 프로그램’ 편에서는 라디오 또는 텔레비전을 통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가 책으로 나와 베스트 셀러가 된 역사적인 책을 모았다. 거기에는 당대 최고의 작가 김래성이 쓰고 코주부선생이 삽화를 그린 ‘똘똘이의 모험’도 있고 장안에 거리를 한산하게 만들었던 ‘여로’도 있다.

“일제 강점기에서 최근 방송 프로그램까지 망라했습니다. 전국 헌책방, 경매시장, 고서점등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이를 통해 사라질 뻔 한 소중한 물건을 한 곳에 모을 수가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그걸 또 일목요연하게 전시하여 추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건 김부장과 다른 ‘불광인'(不狂人)만 있었더라면  ‘言敢生心(언감생심)’이다. 아무튼 그는 설명에도 신이 났다.

두 번째는 ‘휘귀 방송자료 모음’이다.
1920년 서울 남산에서 서울시가지를 찍은 사진에 주요 기관의 위치를 표시한 자료가 있다. 거기에 경성 방송국 위치도 동그랗게 표기되어 있다. 조선총독부에서 허가를 해준 청취 허가증과 청취료 납부 영수증도 있다. 당시 면사무소 직원 월급이 7원이었는데 청취료가 1원이었으니 지금으로 따지면 한 달에 10만원 이상은 냈다. 엄청난 비용이다. 그러니 일부 한정된 부유층만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게 자료를 통해 보는 생활상이다.

세 번째는 ‘초창기 라디오와 텔레비전 켈렉션’이다.
   
북한의 이미자로 불리는 '왕수복'가수의 SP판. '물레야 동무야' 등 2곡이 한글과 러시아어로 쓰여져 있다.

서울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가끔 보았던 상품들이 이곳에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금성사 제품이 있고 일본 도시바 라디오, 부의 상징이었던 미제 제니스 라디오, 천일사의 별표전축도 있다. 이래저래 팜플릿만 봐도 ‘그 때 그랬지’하면서 빙그레 웃음이 나오게 만들게 한다. 미제 제니스 라디오는 쌀 10가마니 값이었으니 그걸 소유했던 사람들은 분명 얽힌 사연들을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제일 비싼 걸 얘기하는 건 ‘천기누설’입니다. 시세와 가격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임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산 가격은 무의미합니다. 그걸 사기위해 들인 정성은 값으로 따지기 힘들죠. 어떤 게 가장 아끼는 물건이냐고 물어도 역시 답하기 힘듭니다. 아마 그게 수집광들의 공통적인 생각일겁니다.”

김부장은 작은 소망이 있다. 바로 조그마한 전시공간을 갖는 꿈이다. 차 한잔 마시면서 전시된 소장품들을 보면서 추억에 빠져드는 사람을 보는 게 바램이다. 수집품이 곧 삶의 일부이고 에피소드가 담겨진 개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기증이나 큰 박물관 건립 시 ‘김점석 소장품 코너’ 등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하는 걸 ‘추억이 사라진 박제된 인간으로 된다’고 표현했다. 그 소박한 꿈이 꼭 실현되길 바랐다.

“어린이에게는 부모들 세대의 방송이 어떠했을까를 보여주고 청장년층에게는 기억 속에 남은 추억의 장, 그리고 노년층은 어렵던 시절 힘겹게 생활하면서 보아왔던 추억의 시간이 되는 전시회가 될 것입니다. 3대가 함께 와서 봐도 교육적 가치가 있고 생활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겁니다.” (연락처)010-9120-0551, 042-470-7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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