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순희 미디어포럼대표, 이승선 교수 만나다

   
'철우언론법상'을 받은 이승선 교수<사진 오른쪽>와 최순희 미디어 포럼 대표가 수상 의미와 논문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한 건 이미 보도됐다. 하지만 이번 수상이 주는 의미와 철우언론법상의 비중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 보도는 여러 상 중의 하나, 이른바 ‘One of them’ 정도로 다뤘던 것 같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정말 ‘대단한 상’이었다.

이 교수를 만나기로 했다. 마침 전부터 대전 MBC 부장으로 있다가 평화방송을 거쳐 지금은 미디어 포럼 대표인 최순희 부장과 이교수, 나, 이렇게 셋이서 점심 약속이 잡혀있던 차였다. 자연스럽게 대담 형식으로 수상 축하와 함께 의미, 그리고 철우언론법상의 권위 등에 관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 한식당에서 30일 점심시간에 만났다. 약 3시간 정도 언론관련 얘기를 했다. 이교수는 목원대 광고언론홍보학과 재직 시 최고의 교수였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역시 존경받는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 역시 목원대 대학원 재학 당시 이 교수로부터 사사 받은 적이 있다. 가장 연구를 많이 하면서 비중 있는 논문을 많이 발표하고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수가 목원대에서 그를 본 느낌이었다. ‘철우언론법상’을 받은 것도 이런 원인이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논문은 ‘외국 방송 서비스의 재판 관할권과 소비자 보호법의 적용에 대한 연구’였다.
   
만장일치로 수상자가 결정된 이승선 교수.


- ‘철우언론법상’을 먼저 설명해주시죠. 제가 알기로는 학계에서는 대단한 상이라고 전해지는 데 대전지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합니다.
“고려대 신방과 원우현 교수께서 두 차례에 걸쳐 5천만원씩, 1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매년 언론법과 관련해 사회적 또는 학문적으로 발전에 보탬을 준 분에게 시상하는 상입니다. 자연 법리에 순응하는 사랑의 법이 언론운영에 기조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상이지요.”

‘철우’는 아들과 딸의 이름에서 따온 작명이다. 뒤에 오는 ‘방원’, 즉 ‘철우방원’이라는 네 글자에서 앞 두자만으로 지었다. ‘방원’ 역시 아내 이름과 원우현의 ‘원’자를 활용했다.

‘철우...상’은 학계에서는 엄청난 상으로 통하고 있다. 선정위원회 면면을 봐도 그렇다. 허영 연세대 법학과 교수와 성낙인 서울대 법대 교수가 한때 선정위원장을 맡았고 이번에는 권영설 중앙대 로스쿨 명예교수가 책임을 졌다. 다들 한국에서는 내노라 하는 석학들이다. 2002년부터 한 해 동안 법학 분야에 괄목할만한 논문이나 책을 낸 분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상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논문 4편, 저술은 5번 이 상을 탔다.

- 이번에 만장일치로 수상이 확정되었던데요. 처음 있는 일이죠. 제가(최순희) 시상식장에 갔었는데 권영설 위원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수상에 누구의 이의도 없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늦은 감이 있다. 이 논문은 소비자로서 예상되는 시청자들의 피해와 구제절차 등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게 다뤘다. 학문적 기여도, 논문의 완성도, 현실의 적절성 등 이 세부분이 심사규정안에서 완벽하게 이뤄져 전원일치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언론법의 새 지평을 연 논문이었다...」

“그렇게 말씀했어요. 저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사적으로 저의 수상에 대해 몇 년째 논의를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언론법학은 정통 법학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가지고 이 상을 수상했으니 저로서는 기쁘지요.”
   
시상식 후 기념촬영. '철우언론법상'은 지역, 국내박사, 비서울대출신으로서는 최초로 이승선 교수가 수상했다.<사진 왼쪽부터 지성우 단국대 교수, 이재진 한양대 교수, 김재형 서울대 교수, 배보윤 헌재 기조실장, 한위수 한국언론법학회 회장, 이승선 교수, 권영설 중앙대 명예교수, 김재협 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문재완 외대 교수, 이인호 중앙대 교수>
‘철우...상’의 권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역에서는 처음이고 비 서울대 출신으로서도 최초로 알고 있다. 그동안 수상자는 박용상 헌법재판소 사무총장, 박선영 교수(현 자유선진당 대변인), 김옥조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윤재윤, 함석천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재형 서울법대 교수, 한위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문재완 외국어대 교수, 이재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등이다.

- 논문 내용은 어떤 것이죠.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한미 FTA가 논문을 쓰게 된 계기입니다. 방송시장 개방이후 외국방송을 시청하면서 생겨 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요컨대 외국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방송이 한국인의 인격권과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고 광고에서 구매행위가 일어날 경우 피해는 없는가 하는 점을 맨 먼저 점검을 했습니다. 또, 피해 발생 시 손해 배상을 청구할 법적인 근거는 마련되어 있는가와 국제 사법 분쟁 구조법상 소비자를 보호할 법이나 구조가 되어 있느냐 하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은 ‘되어 있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송 사무를 해결할 수 있는 법조인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이 논문에서 지적했습니다.”

방송 시장의 개방에 따른 소비자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법조인이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논문이었다. 그걸 이교수는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설득력 있게 논거를 제시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 언론학자로서 이번 수상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간단하죠. 공부를 하면 상을 받는다는 것 입니다. 저는 이 상은 정말 받아볼만한 상이라고 봅니다. 언론학에서 언론사상, 언론사, 언론윤리법제가 기초학문인데도 불구하고 홀대를 받고 있습니다. 후배 교수들도 뽑지 않고 중요성에 비해 주변의 배려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수상은 언론법제 연구의 필요성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미가 크죠.”

이승선 교수는 ‘공부 열심히 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동료 교수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아주 열심히 적극적으로 한다는 말이다. 지난 해 논문 5편을 발표했다. 다작이 가져오는 질적 저하가 없는 알찬 논문이었다. 그 중에 그는 ‘1인 시위’에 관한 논문에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교수에게 왜 많은 논문을 쓰느냐고 물으면 참으로 우문이지만 현실이 그걸 뉴스 밸류화 하고 있다.
   

“논문을 쓰는 건 자기공부입니다. 항상 학생들의 강의와 연계됩니다. 새로운 지식을 찾고 기존 주장을 검토하고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공부가 많이 되죠. 그걸 강의실로 가져가면 학생들에게 결국 도움이 될 수밖에 없죠.”

-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말씀 해주시죠.
“사회 주류가 아닌 소수자의 인격권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다문화가정의 경우 언론사에서 기사화할 때 초상권의 동의과정을 거쳤는지 하는 등등의 문제지요. 이와 함께 지역 언론의 활성화에도 역시 공부를 많이 합니다. 지역민들의 정보의 자기 결정권 문제여서 특히 그렇죠.”

- 최순희 부장이 충남대 박사과정 제자인데 어때요. 학습태도가...
“성실한 학생이죠.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학생이라고 보면 되죠. 하하하.”

- 요즘 1인 미디어도 나오고 트위터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 소통 도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강단에서 이 부분은 어떻게 강의를 합니까.
“개인 미디어든 주류 언론이든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중요성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혼재되어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이 둘을 통합하는 언론이 나와 주류가 될 것입니다. 예비언론인을 양성하는 대학에서 한 쪽으로 치우쳐서 인재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언론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고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면서 역할을 다하는 그런 쪽으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주로 합니다.”

- 교수님께서 주류 언론에 안주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산을 오르내릴 때 한쪽방향에서 보면 반대편을 볼 수 없습니다. 항상 반대편에서도 보고 나면 산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죠. 언론도... 그래서 항상 소수와 인격권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승선 교수의 이력은 매우 특이하다.
연세대 신방과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언론법제 관련 논문을 썼다. 이후 정통(?)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방송통신대 법학과 학부를 다녔다. 4년 만에 졸업했다. 충남대에서 법학 석사를 받았다. 기말 시험 때는 감독관의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시험을 보기도 했다. 신혼 여행은 존경하는 선배님 연구실로 갔다. 인간 스토리는 다룰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약 3시간 대화는 ‘엄청난 상’을 말로써 계량화하기 쉽지 않았다. 만나면 즐겁고 새로움을 주는 게 이승선 교수다. 독특하면서 톡톡 튀는 그의 생각은 현실에 찌들어 있는 필자에게 청량제와 같다. 오늘도 맑은 생각을 가진 분과 많은 교감을 나눴다. 그게 언론인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본다. 아무튼 즐거웠다. 수상을 다시 한번 축하했다. 요모조모 질문을 해준 최순희 부장에게 감사드린다. (연락처)016-417-7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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