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60년간 준비했어요"
"이 사진, 60년간 준비했어요"
  • 김중규 편집위원
  • 승인 2010.08.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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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77세 생일에 '사진인생 60년'전 여는 신건이 선생
   
광정(廣亭) 신건이 선생이 사진 인생 60년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예향' 갤러리에서 오는 8일부터 15일까지 연다.

‘양장 한 처녀 뒤로 콩 줄기를 지고 가는 할아버지’
‘돼지를 몰고 가는 초동’, ‘미나리 꽝을 가득 메운 아낙네’
‘빠져버린 수레를 끌어올리기 위해 말갈기를 후리는 마부’
‘산상에서 치성 드리는 어머니’, ‘참빗장수의 나른한 봄날’

거기에는 우리의 과거가 들어있다. 그곳에는 아련한 추억이 담겨있다.
8월8일, 77세 생일에 그는 60년을 결산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 그렇지만 정이 있었고 삶의 애환이 녹아있던 정겨웠던 과거를 대전 한 복판에 다시 재현해놓았다.

사진작가 신건이 선생.
그가 정지시켜놓은 세월의 시계를 옛 시민회관 뒤 갤러리 ‘예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무려 50년 세월의 간극을 넘나들게 만든다.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청년에게는 ‘그 때는...’하고 간접 경험을 하게 해준다.

문화 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장애인 기업 지원센터가 후원하는 ‘광정 신건이 사진 인생 60년’이 8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 예향에서 열린다. 장애인 기업지원센터에서 최초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한 사진 작가의 일생을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60년대 생활상과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대상이 담겨있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꼭 보아야 할 전시라고 봅니다.”

   
기록성과 역사성을 강조한 사진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여 회고와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한다.
특유의 수염과 동그란 모자를 쓴 신 선생은 4일 예향에 찾아간 기자에게 “오랜 만이요”라는 말을 건네면서 이번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약간의 자랑에도 겸연쩍어하는 그다. 그런 그가 의미를 설명하면서 꼭 이 말은 써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꼭 보아야 할 전시‘라는 것이다. 철저하게 준비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색다른 작품(?)이 선보인다. 그동안 전시회를 찾아준 고마운 분들의 글을 모은 ‘사인 보드’이다.

“전시실 벽 하나를 사인 보드로 만듭니다. 전시회를 찾은 뒤 메모를 한 걸 다 모아두었어요. 이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있지만 제 작품을 결산하는 전시회에 그동안 격려를 해준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구상을 했습니다. 옛날 모습과 함께 자신들의 필적이 있으니 놀랄 겁니다.”

1954년 일본 산 카메라 리코 리플렉스를 구입, 사진작가로 입문 후 맨 처음 찾은 피사체는 고향 광정리였다. 행정구역상 충남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다. 가지런히 서있는 초가집에다 허리 숙인 거목이 흰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마치 신선생이 지금 빛바랜 사진 속에 파묻힌 것처럼 사진과 광정리는 두 개의 고향이었다.

“항상 마음에 담아 두는 곳입니다. 물레방아를 돌렸던 물이 구비쳐 흐르는 고향은 꿈속에 남아있습니다. 제 호가 ‘광정’(廣亭)입니다. 고향 동네이름을 땄죠. 대전에 나와서 생활하면서도 항상 고향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에게 고향은 이중적이다. 8남매의 장남이라는 당시만 해도 무거웠던 짐을 외면하고 ‘사진쟁이’로 입문은 불효의 시작이었다. 절을 해도 ‘너 같은 자식을 둔 적이 없다’며 돌아 앉아 버렸다.

“광정리는 누구나 고향을 생각하듯 소중하지만 이런 성장통이 동시에 있는 곳입니다. 처자식 두고 카메라 달랑 하나들고 나온 장남을 곱게 볼 리가 없지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을 생각하고 고향을 먼저 떠올리면서 누가 되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아버지 유언이 “너 하나만으로 족하다. 동생들은 나가지 않게 하라”였다. 그런데 그림을 하는 여동생과 역시 사진을 하는 남동생을 두게 됐다. 집안 유전자가 예술적인 탤랜트가 있었던 듯하다. 이제 걸어온 길이 60년이 됐다. 그걸 정리하니 얼마나 가슴이 벅찰까.
   
이제는 이 작은 카메라로 간단한 작품 사진을 찍고 있다.


“작품성보다 기록과 역사성을 더 강조한 사진입니다. 여기에 나온 아이들은 이제 다 50을 훌쩍 넘겼습니다. 대전 충남을 벗어난 작품은 없습니다. 또 전부 스냅 사진입니다.”

사진에 기억도 실려 있었다. 모자 수선하는 할아버지 앞에 아이가 와서 한쪽 발을 들면서 신발을 꿰매달라고 하자 “예끼 이놈!”하면서 혼내는 순간을 잡았다. 자매가 파는 빗자루에 손님을 기다리는 눈길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어 애처로웠다. 살아 있는 표정을 사진에 생명으로 보았다. 그걸 살리기 위해 스냅을 고집했다. 사진 촬영 예고는 벌써 표정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사진은 진실해야 합니다. 작가는 도덕심이 있어야 합니다. 진실하지 않는 사진은 도덕성이 결여된 작품입니다. 진실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자연미를 소재로 한 무명초 전시회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줄 담배를 지적하자 “유일하게 즐기는 것”이라며 웃어 넘겼다. 이어 그는 “여기에서는 나를 욕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 가면 그렇지 않다”고 약간은 애매한 표현을 했다. 아마 60년 사진 일을 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부분을 지칭하는 듯했다. 함께 잘 어울리는 언론계 원로 안영진, 유인석 선배들의 얘기 끝에 “전시회에 보러 올 것”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처) 010-5433-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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