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20년전 강당 수리 후 기증, 재개관식에 초청돼

   
20년 전 이종완 전 영진건설 회장이 뿌려 놓은 작은 씨앗이 이 회장을 새롭게 조망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취봉홀' 재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이회장/CNU style제공>
이종완 전 영진건설 회장(77)은 최근 송용호 충남대 총장으로부터 정말 기분 좋은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23일 ‘취봉 홀’ 리모델링 후 다시 개관하는 데 오셔서 테이프 컷 팅을 해주십시오.”

영진건설이 승승장구하던 시절, 충남대에 뿌려놓은 작은 씨앗이 잊혀진 ‘이종완’이란 이름을 세상에 다시 끄집어 내놓은 것이다.

이회장의 기억 속에 ‘취봉 홀’이라는 이름은 생생하다. 하지만 언제 그것을 고쳐주었는지는 알 수 없을 만큼 행위 자체는 잊혀진 일이었다. 약 20년 전 모교인 충남대 공과대학에서 강당을 수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 그 때 이 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무료로 모든 공사를 마쳤다. 당시 3천여만원이 들었다.

학교 측은 강당 이름을 이회장의 호를 따서 ‘취봉 홀’이라고 명명했다. 그게 어제 같은 얘기인데 벌써 강산이 두 번씩이나 변할 시간이 흘렀다. 20년 전 수리한 그 강당을 학교 측에서 리모델링하고 23일을 개관일로 잡은 것이다. 거기에 이회장이 초청 인사가 됐다.

“송 총장이 왜 예전에 기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느냐고 되물어서 이번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야 고맙지요. 영진 건설이 잘 나갈 때야 모교에 기부하는 게 힘들지 않았지만 어째든 그게 저를 기쁘게 만드네요. 허허허!”

21일 유성 문화원 뒷쪽 ‘취봉 목공예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계룡 건설과 쌍벽을 이루던 영진이 1995년도 부도로 공중 분해된 후 은둔하다시피 해온 그의 생활은 최근 목공예에 맛을 들이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굳이 선행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남을 위해 크고 작은 일을 자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베푸는 일을 즐겨했고요. 영진이 승승장구했으면 더 많은 일을 했겠지만 부도가 나서 후배들에게 미안하지요.”
   
'취봉목공예사'를 운영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인 이회장.

기업이 더 성장했더라면 후배들에게 표본이 되었을 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아주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을 벌려놓는 성격이라 경기가 좋을 때 잔뜩 아파트를 지어놓았더라면 지금쯤 상당히 어렵게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듣기에 따라서는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그의 표정으로 봐서는 솔직한 심정으로 보였다.

“충남대 정문도 약 3천만원을 들여 영진에서 지어서 기증한 것입니다. 충남대는 모교이기도 하지만 제가 뒤늦게 학교를 신축하는 건설 공사에 참여한 곳이어서 이래저래 인연이 깊습니다.”

부도 이후 무일푼이 되면서 오히려 마음은 편해졌지만 돈을 벌면 꼭 남을 위해 더 많이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그런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다며 간절히 바랬다. 최근 이 회장은 재기를 위해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에 있어 남을 위해 돈을 쓸 수 있을 지 여부는 그 사업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23일 개관식에서 이 회장은 재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후배들 앞에서 보였다. 이날 도원엔지니어링을 운영하는 동생 이종익 전 영진건설 부사장이 동행했다.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종훈 사장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한 일은 끝이 없지만 선한 끝은 반드시 있다’는 옛 말을 이회장의 ‘취봉홀’ 재개관을 통해 절감했다. (연락처) 011-434-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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