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기고] 권선필 목원대 교수...여론조사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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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 일희 일비하는 후보캠프들

요즈음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수시로 보도되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직 두달도 넘게 남아있는데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나 된듯이 후보캠프들은 일희 일비하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난다.

마치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은 대학갈 거라고 생각해서 수능에 목숨을 거는 우리 고등학생이나 부모들과 닮았다. 모두 결과에만 매달리는 데서 나오는 병통이다. 수능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모든 것이 끝난게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들은 수능성적만 아니라 고등학교 내신성적은 물론 봉사경험 같이 특별한 재능이 있는지를 보고 학생을 뽑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 흔들리는 캠프가 있다면 그 캠프는 자신들이 선거를 제대로 치르고 있는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다. 선거에 임하는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공직이 정말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준엄하게 스스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교육감 보궐선거시 여론조사 사례

우리지역에서 여론조사가 허탕을 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가장 최근으로 지난해 있었던 충남 교육감보궐선거이다. 선거과정에서 강복환 후보가 여러 번의 여론조사 결과 10%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런 사실이 신문지상으로 보도가 되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실제 선거결과는 여론조사와는 정반대로 김종성 후보가 강복환 후보를 1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어긋난 여론조사결과를 놓고 ‘특정 후보가 유리하게 나온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부각 보도했다’며 사법당국에 수사를 촉구하기까지 하였다.

여론조사의 한계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조사는 필요하다. 여론에 따라 후보가 선출되고 여론에 따라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여론을 대신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대로 여론을 반영하는 여론조사는 조사설계는 물론 조사수행도 잘 이루어져야 하고 나아가 결과에 대한 해석도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람의 모든 문제를 과학으로 설명하거나 해결할 수 없듯이 과학적 여론조사에도 분명 한계점가 있다. 그 한계점은 여론조사 자체의 한계도 있고, 여론조사를 수행하거나 보도하는 사람의 한계이기도 하다.

낮은 응답률의 문제

현재 우리나라 여론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낮은 응답율이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의 응답율은 10% 내외로 나타난다. 미국 같은 경우 응답율이 30%이하이면 조사 자체를 파기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10%는 차라리 좋은 편이고 그 이하인 7%대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가 많아지면서 응답율이 5%내외로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화를 100통 돌리면 그 중 다섯 명만 응답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응답하는 다섯은 나머지 95명보다는 특별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서 이들 다섯은 전체 100명의 의견을 대표하기에는 너무나 특별한 사례라는 것인데 이들의 의견이 전체를 대신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지역 여론조사의 경우 직업적으로는 가정주부, 연령층으로는 5,60대 이상의 응답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또한 조사를 하는 시간대에 따라서 응답자의 특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평일 오전에는 전업주부들이 응답할 확율이 높고 토요일 저녁에는 직장인 남성이 응답할 확율이 높다.

나아가 여러 번 조사를 수행하다 보면 이렇게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서 응답자들의 특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악용할 소지도 있다. 예를 들어 50대 남성가운데 A정당에 대한 지지가 많다는 것을 안다면, 조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설문을 실시해 지지율인 높은 것처럼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응답 자체의 한계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가 없더라도 여전히 여론조사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결과는 응답자가 진실한 대답을 하였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 전제이다. 묻는 사람의 의도에 대해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답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표명하는 것을 꺼리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 때문에 여론조사를 하는 사람이 애를 먹게 된다. 특히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의 특성때문에 충청도에서 여론조사는 더 안맞는다고 한다.

이러한 충청도 사람의 심리를 ‘밴드웨건 효과’나 ‘침묵의 나선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강미은, ‘여론조사 뒤집기’. 개마고원. 참조) 밴드웨건 효과란 사람들이 그렇다니까 자기도 그렇다고 따라 응답해주는 경우이다. 이와는 반대로 침묵의 나선 효과는 현재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소수 의견은 의견을 잘 표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얘기 해봐야 자신만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고 몰릴 것 같으니까 자기 의견을 표시조차를 안하는 것이다. 결국 밴드웨건 효과와 침묵의 나선효과가 상승효과를 발휘하면 여론조사는 일방적으로 떠도는 여론을 계속 확대 재생산만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유권자가 혼자서 결정한다.

이렇게 밴드웨건 효과와 침묵의 나선효과가 상승작용을 하는 경우에 선거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분명히 여론조사에서는 계속 이겼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뒤바뀌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여론조사에서는 다수가 얘기하는 대로 응답을 하지만 막상 상 혼자 결정하는 투표소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생각대로 투표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풍악을 울리며 요란스런 행렬을 지어 지나가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우르르 뒤따라 간다. 하지만 잔치가 끝나면 각자 제 할일 하듯이 유권자들도 투표소에 들어가 혼자서 결정하고 투표하기 때문이다.

투표하는 것을 아무도 볼 수 없게 하고 자신만이 빨간 붓대를 가지고 투표용지를 대하도록 투표소를 만든 것도 바로 이렇게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만든 것이다.

충청도 사람은 젊잖아서 함부로 시류와는 다른 행동이나 발언을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체면이나 상황을 고려해서 면피성 얘기는 할지 몰라도 절대로 대놓고 반대하는 일은 잘 못한다. 그래서 소위 대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세는 투표장 문밖까지 만이다.

투표소 천을 들고 들어가면 혼자만의 고독한 결정을 할 줄 아는 것이 국민이며, 특히 충청도 유권자이다. 여론조사든 후보자든 언론이든 틀릴 가능성이떠나지 않지만 유권자는 항상 옳은 것이다. 이것을 믿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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