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남과 건어물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근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의 주제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초식남과 건어물녀. 이제는 외국 유력 언론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에서 이미 사회적인 트렌드처럼 인식되고 있는 초식남과 건어물녀를 소개했다.

초식남과 건어물녀라는 특이한 이름은 모두 이웃나라 일본에서 건너왔다. 초식남은 일본의 칼럼니스트인 스카사와 마키가 처음 사용했으며 건어물녀의 경우,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드라마를 통해 만들어졌다.

초식남과 건어물녀는 모두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 주로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 많다.

우선 초식남은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여성적인 성격을 지닌 메트로섹슈얼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직장 상사나 자신보다 연배가 있는 친척들과의 모임에서도 틀에 박힌 격식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치 않는다. 나이가 많은 일행들이 소주를 주문할 때 자신은 와인이나 음료수를 먹겠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주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다.

초식남은 마초 스타일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혐오한다. 이들의 전쟁 체험담이나 군대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면 초식남은 조용히 사라진다.

초식남이 여성스런 성격을 가진 반면 건어물녀는 남성적인 성향을 지닌 것이 특징.

건어물녀는 낮에는 세련된 여성으로 자신의 일에 있어 프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지만 일과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완전 딴판으로 변한다. 지킬과 하이드가 따로 없다.

그들은 후줄근한 운동복 차림에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면서 간식으로 마른 오징어를 우적우적 씹는 것을 즐긴다. 외모를 가꾸는 데는 관심이 없다. 그럴 시간에 영화를 한 편 더 보거나 잠을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초식남과 건어물녀 모두 유교 사상에 입각한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가치에 대해 냉담하다. 한국 사회에서 중시하는 교육과 결혼, 가족에 대한 고정된 관념은 이들의 거부 대상 1호.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다 보니 결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로 인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의 저조한 출산율의 원인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만에 하나라도 둘을 짝지어 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이들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취미나 여가 생활을 위한 것에는 화끈하다. 영화 DVD나 특이한 가구, 간편한 음식 등이 이들의 쇼핑 리스트에 주로 포함된다.

FT는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한국 사회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인식되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들은 오히려 한국 사회에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을 좋아하는 다혈질적인 남성과 전통적인 사상에 얽매여 있는 여성들이 가득찬 한국에서 이들은 새로운 개념의 소수집단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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