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용장 취득한 ‘가위손’ 홍수진씨의 가위사랑 이야기

   
30여년째 이발사로 근무중인 홍수진씨.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제가 故 정주영 회장님 같은 유명한 사람의 머리를 자를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의 큰 행운입니다(웃음)”

가정 형편으로 인해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뒤 배운 가위손으로 30여년 동안 수십만명의 머리를 깎아준 데 이어 20여년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50대 이발사가 있어 귀감이 되고 있다.

계룡스파텔서 이발소 운영 홍수진씨, 가정 형편으로 학업 포기후 이발사 시작 

주인공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계룡스파텔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수진(52)씨. 홍씨가 속칭 바리캉과 가위를 잡은 것은 14살 때인 1970년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1970년 5월 27일이다. 학교에 다닐 나이에 가위를 잡은 이유는 다름 아닌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

당시 공주에서 연기군 금남면으로 이사했던 홍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학교 대신 이발소를 택했다. 가방을 매지 않고 흰 가운을 입게 된 것이다.

홍씨는 그렇게 이발소에서 머리 자르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쉽지 많은 않았다. 난생 처음 잡아본 가위와 바리캉으로 실수를 연발했고 친구 형의 귀를 자르기도 했다고 홍씨는 회고했다. 고생 끝에 홍씨는 1975년 이용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이때부터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이발소에 다니면서 머리를 깎기 시작했고 이후 10년만인 1985년 유성에 있는 홍인호텔에 입사했다.

   
이용장 자격증과 이용장 협회 회원증이 놓여져 있다.
결혼 후 대전으로 이사해 유성에 있는 호텔에서 근무

1984년 결혼한 뒤 대전으로 이사해 얻은 직장이었다. 호텔에서 근무하며 열심히 노력한 끝에 홍씨는 1994년 엑스포관광호텔에서부터 직접 자신의 이발소를 갖게 됐다. 이즈음부터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대전을 찾은 웬만한 유명인사는 물론 대전에서 활동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홍씨를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故 정주영 회장이다. 정 회장은 유성에 오면 홍씨를 찾아 머리를 잘랐다고 한다. 3번 정도. 정 회장은 이발 요금 이외에 팁으로 13만원을 주기도 했단다. 당시 이발 요금이 몇백원에 불과했으니 정 회장의 홍씨를 생각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신민당 총재 시절 여러번 머리를 깎았으며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충남지사 재직 시절에도 머리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계룡스파텔로 옮긴 2001년부터는 군장성들의 머리를 책임졌다(?)고 한다. 계룡대가 있는 관계로 장성급의 이취임식이 끝난 뒤 계룡스파텔로 이동해 사우나와 함께 이발도 같이 했단다.

4성급 장군들은 객실에 직접 올라 머리를 만져주기도 했을 정도로 실력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중인 정치인들도 홍씨의 손을 거쳤다. 안응모 전 충남지사와 홍선기 전 대전시장, 염홍철 전 대전시장을 비롯해 박성효 대전시장, 진동규 유성구청장, 주병덕 전 충북지사, 이상훈 전 재향군인회장 등도 이발했다고 한다.

전현직 시장, 국회의원, 공무원, 장성 등 다양한 고객층 자랑

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김영관 대전시 부시장을 비롯한 대전시 공무원들, 그리고 충남도청 공무원들도 10여년 이상 친분을 유지하며 단골 고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단다. 얼마전 도청 공보관으로 부임한 황수철 공보관도 20년 가까이 된 단골이다.

홍씨는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사람이 일반인들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유명한 사람들의 인체의 블랙박스라고 하는 머리를 멋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라며 “처음 머리를 깎을 때는 높은 사람들이 오면 어렵고 떨려서 실수할 뻔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홍씨는 자신이 지금까지 깎은 사람은 대략 추산해도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도 바쁠 때는 하루에 30명 정도가 올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오랜 그의 실력은 올해 이용사 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이용장 시험에 합격하면서 결실을 이루게 됐다. 기능장으로도 불리는 이용장은 전국에 100여명밖에 없고 대전에는 홍씨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단다.

홍씨는 기능경기대회에도 입상한 경력이 있다. 단 한번 참석한 2000년 대전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이용직종 분야 동메달을 땄다. 이후에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하는 이용사 자격증 시험 감독관과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을 맡아 왔다.

재미난 것은 시험을 본 때가 5월 27일. 그러니까 홍씨의 인생에서 이발사의 길을 처음 디딘 날, 이용사 자격증 취득일, 그리고 이용장 자격증 취득일 등이 공교롭게도 연도는 다르지만 날짜는 모두 같다. 그래서인지 5월 27일은 홍씨가 가장 기억하는 날이다.

   
이발소 벽에는 봉사활동에 따른 각종 표창장이 걸려 있다.
봉사활동위해 매주 수요일은 휴무..“아내에게 가장 미안해요”

홍씨는 틈틈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처음 시작한 것이 연기군에서 대전으로 올라온 뒤인 1986년부터다. 그저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봉사는 1994년부터 외부에 알려지게 됐고 지금은 매주 수요일 정기적인 행사로 자리잡게 됐다. 그래서 홍씨가 근무하는 계룡스파텔은 연중 휴일이 없지만 홍씨의 이발소는 매주 수요일 쉰다.

“제 기술이 좋기 때문에 찾는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홍씨는 “고객 편에서 언제 어느때와도 머리를 깎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대전에서 생활한 25년동안 새벽 5시에 출근해 저녁 7시 30분까지 근무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홍씨는 “사우나는 쉬는 날 없이 운영되지만 저는 매주 수요일만큼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이발소를 비운다”며 “어려운 것은 많은 곳에 봉사 활동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후원의 손길을 기다렸다.

그런 홍씨가 가장 미안해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내. 직업상 결혼 이후 함께 제대로 식사한 것이 손에 꼽힐 정도로 바깥 활동을 하는 바람에 홍씨는 아내에게 늘 미안함을 갖고 있단다. 그리고 두 딸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키워준 아내에서 고마움도 있지만 “이해하길 바란다”며 아내에게 사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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