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올드 카 마니아 강만식씨..."초등 때 포니보고 반해"

강만식씨(회사원,32)가 차량을 몰고 도로에 나서면 주변사람들은 놀라 핸드폰 사진기로 그의 자동차를 촬영하기에 정신이 없다.

왜 그럴까.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한 최신형 모델의 차량이라서, 아니면 한 대에 수억을 호가하는 외제차라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멋진 오픈카라서 일까. 아니다. 강씨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은 80년대 우리나라 대량생산 자동차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포니’차량이기 때문이다.
   
 86년식 애마 '포니'를 돌보고 있는 강만식씨.
‘포니’
버튼하나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고 후방주차센서는 물론 음성인식으로 작동하는 네비게이션 등 최첨단 시스템을 장착한 자동차를 접하고 있는 30대 이전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포니’라는 이름은 그야 말로 동경의 대상이였다.

“제가 초등학교 때 포니2를 처음 봤어요. 어린 나이에 포니2가 정말 멋있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꼭 저 차를 갖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죠. 그 꿈이 간절했는지 이 20년 후 그렇게 갖고 싶던 차를 제가 직접 구입해서 운전하고 있네요”

강씨가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정확한 명칭은 86년식 ‘Pony excel sporty'이다. 일명 포니2.올해로 꼭 22년 된 차량이다.

그가 처음 올드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2년 여름.
군대를 제대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올드카에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직장선배 중에 한명도 강씨와 같은 올드카 매니아로 정보를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생애 첫 자동차 구입을 준비했다.
   
관리 탓인지 세월의 무게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내부가 깨끗했다.


“2001년도에 선배와 경기도 산본으로 출장을 간적이 있어요. 둘이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포니픽업차량이 앞에 지나가는 거예요. 선배와 저는 정신없이 그 차량을 쫓아가서 차 주인에게 부탁을 했어요. 차를 팔 생각이 없느냐 묻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팔 계획이라면 꼭 나에게 연락을 달라고 하고 전화번호를 남기고 왔죠. 그리고 1년 정도 지나 2002년도 8월 달에 그분으로부터 자동차를 팔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때 제가 처음 포니와 인연을 맺게 되었죠”

포니픽업을 구입하고 나서 자동차의 정비는 물론 도색까지도 본인이 직접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만큼 차량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부터 오토바이 수리는 직접 할 정도로 그쪽 방면에는 소질이 있었지만 포니픽업을 구입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차량으로 만들기 위해 직장퇴근 후나 휴일이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회사 근처의 자동차 공업사를 찾아가 기술을 배웠다. 하나하나 자동차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좋았고 또 본인 직접 자신의 자동차를 정비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2005년 그가 어려서부터 갖고 싶어 했던 포니2를 판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띄었다. 앞뒤 생각할 겨를 도 없이 판매처로 등록되어 있는 서울로 올라가 자동차 주인을 만나 당장 차를 끌고 내려왔다. 그렇게 포니픽업을 시작으로 포니2, 포니2 5도어를 거쳐 2005년 현재의 ‘포니액셀스포티’를 구입했다.

처음 ‘포니액셀스포티’를 구입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차량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외관은 이쪽저쪽 접촉사고가 난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교체할 부속품도 한두개가 아니였다.

시간 나는 대로 차량수리를 시작했고 꼭 10개월 만에 원형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현재의 차량을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 차량유리를 제외하고는 전국각지에서 구입한 포니2의 부속품으로 전부 교체를 했다. 차량실내도 원형을 유지하기 위해 카시트는 물론 실내에 까는 깔개까지도 공장에서 나올 때의 것을 구해 깔았다.
   
 많은 부품을 사전에 구입한 게 자동차 오래타기의 비결이 되었다.
“자동차 부품을 교체하고 도색을 하고 휠을 갈고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차량을 만들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었어요. 차량 트렁크 쪽에 붙는 엠블렘이 없는 거예요. 그걸 2년 넘게 전국에 있는 현대부속가게는 물론 폐차장 까지 뒤지고 다녔는데 나오지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현대부속품 가게에서 그 걸 찾았어요. 그 순간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그동안 그걸 찾기 위해 고생한 생각도 스쳐 지나가고 하여간 제가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기뻤던 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올드카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무엇보다도 부품의 조달이다. 소모성부품의 경우 일정기간 자동차를 운행하면 반드시 교체를 해 줘야하는데 이미 차량은 물론 부품도 단품 된지가 오래 됐으니 부품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올드카를 좋아해도 오래 몰고 다지니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씨는 다른 올드카 매니아들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미 포니2를 구입하기 전부터 현대부속품가게와 폐차장을 자기 집 드나들 듯이 찾아 다녀 다량의 부품을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10년이나 20년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 차량을 구입하기 전에 포니 3대 정도는 만들어도 될 만한 부품을 확보해 놓았었죠. 폐차장에 가서 뜯어오기도 하고 현대부품가게에 가서 판매되지 않은 재고품들을 구입해 오곤 했죠. 한 두 해에 걸쳐 준비한 게 아니라 다른 올드 카 매니아들보다는 부품에 대한 여유는 좀 있는 편이죠. 지금 운행하는 포니2차량을 만들 때 1대분은 다 썼구요. 지금은 2대 분량의 부품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이렇게 귀한 자동차 이다 보니 강씨는 평소에는 자신의 또 다른 차량인 스포티지를 주로 운행한다. 그리고 포니2는 그에게 아주 특별한 날에만 운행을 한다. 그날 특별한 날중에 하나가 바로 한화이글스 홈경기를 구경 가는 날이다. 강씨는 올드카 매니아이자 야구광이다. 대전지역에서 사회인 야구를 하는 사람이면 웬만한 사람이면 강씨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래전부터 사회인 야구를 했고 또 실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각종 사회인야구대회에서 개인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다.
   


거기에 대학시절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국가대표 출신의 강관식 전 두산베어즈야구선수가 강씨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야구를 즐기게 되었고 좋아하는 것을 동시에 즐기고 싶어서인지 한화이글스 경기 보는 날에는 꼭 포니2 차량을 운행한다.

“꼭 연관 지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데 유독 포니2를 끌고 경기장을 찾는 날에 한화이글스가 승리를 해요. 제가 한화이글스 광팬이거든요. 한화이글스 선수는 물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스탭들도 많구요. 그렇게라도 한화이글스 응원을 하고 싶어서 야구장 가는 날에는 꼭 포니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가끔 야구장에 강씨가 차를 몰고 나타나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반응들이 재미있다고 한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아직도 이런 차가 있어”라며 놀라고 어린 학생들은 그의 포니를 보고 외제차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긴,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차량을 만나니 외제차로 착각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의 차량에 흠집을 내거나 백미러 같은 것을 파손시키는 사람들도 있어 속이 상하다고 한다.

강씨가 갖고 있는 포니2의 주행거리는 8만5천킬로미터. 그는 현재 갖고 있는 포니2를 나중에 결혼해 자식을 낳게 되면 그 아이의 생애 첫 자동차로 물려주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10년, 20년 이상 강씨의 빨간색 포니2가 우리 도로를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우종윤 시민기자, man-pa@hanmail.net>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