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오의숙 김준규씨 부부, 6천미터 희말라야 등반 도전

 
“10년전만 해도 묘자리를 보라고 할 정도로 위독했던 남편이 이제는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희말라야 등반에 도전한답니다!!”

간 경화로 생명이 위독했던 남편을 위해 부인이 자신의 간을 이식한 뒤 호전돼 다음 달에는 일반인도 오르기 힘들다는 희말라야를 등반하는 충남도청 공무원 부부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도 재난민방위과에서 근무하는 김준규(49.통신 7급)씨와 정보화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오의숙(49.기능 7급)씨 부부. 이들 부부는 김씨가 병무청 공무원이고 오씨가 도청 통신원으로 근무하던 1985년 만나 결혼했다.

행복하던 이들 부부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남편인 김씨가 도청으로 이직한 다음해인 1992년 4월. 도의회에서 통신 업무를 맡던 김씨가 하루는 밤늦게 퇴근한 뒤 갑자기 피를 토하고 쓰러졌단다. 그전까지만 해도 건강해 술도 즐겨한 김씨였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려니 생각했었지만 의사의 진단은 뜻밖이었다.

   
간경화로 사경을 헤맸던 김준규씨가 이제는 등산까지 할 정도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바로 간 경화였다. 그때부터 약물 치료를 시작했고 병원 통원 치료를 계속하던 김씨는 결국 1998년 상태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치료를 위해서였다. 그러나 서울대 병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도저히 병세가 너무 좋지 않아 치료를 할 수 없고 집에 가서 장례 준비나 하라는 것이었다.

부인 오씨는 “너무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지더니 7년 동안 약물치료를 했음에도 나아지는 기색이 없었어요”라며 “서울대 병원에서도 치료를 못하겠다고 하면서 집에 가서 준비를 하라고만 했어요. 시댁 가족들도 묘자리나 보자고 할 정도였죠”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런 서울대 병원의 통보가 있은 이듬해 희소식이 들려왔다. 간이식 수술을 한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과 오랜 기간의 남편 병간호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오씨는 술기운에 서울대 병원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얘기했다. 간이식하겠다고.

“술을 먹지 않았으면 그런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거예요. 그때는 10년 만에 얻은 딸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7년동안 간병을 하면서 너무도 힘들어 어쩌면 포기하는 심정으로 의사에게 전화를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부인 오씨.

   
오씨 부부는 '희말라야 생명 나눔 원정대' 일원으로 희말라야를 등반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결정한 뒤 1999년 4월 29일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시간만 해도 남편인 김씨는 16시간, 부인 오씨는 14시간이 걸릴 정도로 대수술이었다. 수술은 서울대 병원 일반외과 서경석 박사가 진행했으며 김씨의 간은 대부분 절제됐고 그 자리를 오씨의 간 절반을 이식했다고 이들 부부는 전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수술이 끝났음에도 김씨가 의식 불명으로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러다 40일만에 깨어났지만 기억이 온전치 않아 오씨를 못알아 볼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후유증으로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말이 어눌하고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

그때부터 치료에 임했고 지금은 온전한 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김씨의 수술을 맡았던 서울대 병원 간이식 팀에서 간 및 신장 이식 환자나 가족들과 함께 희말라야를 등반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며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이들 부부는 제안에 응해 결국 ‘희말라야 생명 나눔 원정대’의 일원으로 다음달 11일 희말라야 아일랜드피크(해발 6189m) 등반에 도전한다.

이들 부부는 세계 최초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지도아래 현재 체력 훈련을 받을 정도로 김씨는 호전됐다. 김씨는 “꼭 등반에 성공하고 싶어요”라고 말했으며 오씨는 “정상인도 도전하지 못하는 곳에 다녀오면 우리로써는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라며 “무엇보다 이식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없애고 이식인도 정상인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홍보하고 싶어요”라고 털어놨다.

이들 부부의 아름다운 도전에 성공을 기대한다.

부인 오의숙씨 : 010-6342-3605
남편 김준규씨 : 010-7243-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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