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배추와 무는 어디서 사란말야?
영국서 배추와 무는 어디서 사란말야?
  • 이택구
  • 승인 2008.10.07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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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영국생활 3년] -14- 파, 호박, 시금치는 우리와 달라

처음에 영국에 와서는.. 도대체 이곳에서는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야채의 경우.. 한국의 야채와는 종류도 많이 다르고, 또 이런 야채를 어떻게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감자나 양파, 당근, 양배추 등은 우리 것이랑 별 차이가 없지만, 파, 호박, 시금치 등 몇 몇 야채는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여러 면에서 좀 다르다. 우선 파는 이곳에서 Spring onion이라고 부르는데..이게 말하자면 아주 작은 양파 비슷하게 생겼다.

   
영국의 야채들은 우리것과 많이 다르다.(영국의 야채 우표에 나온 야채들)

한국의 대파, 중파, 골파..혹은 쪽파 등등 그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크기도 그냥 대충 중간 정도로 일정하고.. 보관도 오래 하기가 어렵다. 대신 한국의 대파랑 비슷한 것이 바로 '릭스'(Leeks)라는 게 있다. 하지만.. 우리 대파에 비교하면.. 그 용도가 뭔지가 궁금해진다.

호박의 경우도.. 겉 모양은 길죽한 호박 모양으로 우리 거랑 비슷한데..그 맛은 좀 다른거 같다. 영어로는 '꼬제트'(Courgette)라고 부르는데..맛은..글쎄..좀 밍밍하다고 할까?

한국의 동그스름하게 생긴 연두색 '애호박'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시금치'(Spinich).. 이건 한국거랑 정말 많이 비슷한데..대신 줄기 부분이 거의 없고, 대개는 잎만 따로 떼어서 팔고 있다. 갓 밭에서 뜯어온 것처럼 흙도 적당히 붙어 있는 그런 '노지 시금치'를 상상했다간 크게 실망하기 마련~.. 아마도 국이나 나물 용도가 아니라 샐러드에나 어울리는 그런 시금치이다.

참, 빼놓을 수 없는 야채가 바로 '오이'(Cucumber)인데..

이곳 오이는 그 크기가 정말 크고 길다. 이렇게 크다보니.. 잘라보면 속에 씨가 들어있어 한국식으로 요리를 하기에 불편하다. 그동안 작고 가늘게 생긴 한국 스타일의 오이를 열심히 찾아 봤지만..아직 못찾고 있다. 이런걸 찾으면..'오이소박이'에도 한번 도전을 해볼텐데..ㅜㅜ

하긴..오이만 있으면 뭐하나// 꼭 들어가야 하는 '부추'(정구지)가 없는 것을..

(물론 그림의 떡이긴 하지만, 런던의 한국사람들 많이 사는 '뉴몰든'에 가면 부추나 알타리 열무도 판다고는 하던데...여기서 주문할 수도 없고..ㅜㅜ)

사전을 찾아보면 '부추'를 보통 Leeks라고 부르는데..영국의 Leeks는 우리의 부추라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거의 '대파' 수준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어 차이가 많다.

그리고, 한국에서 많이 먹는 보라색 야채인 '가지'(Eggplant)~

이건 한국 가지랑 비교할 때 색깔만 겨우 비슷한거 같다.

크기는 이곳 오이처럼 무지하게 크고, 끝이 둥글게 생겼는데.. 첨에 한두번 도전을 해봤는데 너무 질겨서 우리 식의 요리에는 역시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우리나라에도 있긴 하지만, 그리 일반적이진 않은 야채들.. 브로컬리, 콜리플라워..등

얘네들은 스테이크나 기타 고기 요리를 먹을 때, 이런 야채들을 살짝 익혀서 그냥 양념 없이 고기랑 함께 먹는다. 맛은?.....아마도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우리 입맛엔 그저 별 특별한 맛이 없는거 같다.

그래서 그냥 먹으면 좀 뭐가 빠진 듯 해서,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찍어 먹으니 그제야 맛이 좀 나는거 같다.

참, 오늘 BBC에 기사난걸 보니.. 브로컬리랑 콜리플라워가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I3C라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야채는 값도 싼 편이고, 여기선 구하기도 쉬우니 '건강 보험'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먹어둬야 할 것 같다.

또 다른 야채들은.. 아스파라거스, 콩깍지 비슷한 거랑.. 베이비 옥수수(Baby-corn), 그리고 '파슨입'(Parsnip)이라고 무슨 배추뿌리 비슷한것 등등. 주로 얘네들 양식 요리에 곁들이는 용도의 야채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을 수도 없는 일...

하는 수 없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우리 양념에 얘네들 먹는 야채를 결합시킨 '오묘한' 퓨전(fusion)요리가 탄생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브로컬리나 콜리플라워를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아이디어는 물론, 우리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내 비장의 무기인 '샐러드 겉절이'~

얘네들이 먹는 샐러드용 야채 팩을 잘 골라서 이를 한국 간장, 고추가루 등의 양념으로 겉절이를 만드는 것이다. 맛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단, 이때 샐러드 팩을 잘 고르지 않으면, 아주 맛이 이상한 이름모를 야채가 섞이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인도 카레에 들어가는 '커리안다'(Coriander)라는 야채가 있는데...이건 정말 우리 식의 겉절이에 잘 안맞는 거 같다.

하나 더!!

여기 슈퍼에 보면, '터닙'(Turnip)이라고 해서.. 우리의 무우 비슷하게 생겼는데, 좀 딱딱하긴 하지만 맛도 무우랑 비슷한거 같다. 도전정신을 발휘해서 몇개 사다가 채를 썰어서 한국의 '생채'처럼 만들어 먹어봤는데.. 딱딱해서 그런지 물도 안생기고, 맛도 그런대로 괜찮은거 같았다.

아..그리고 한국보다 이곳에서 많이 애용하는 게 있는데  바로 '피망'이다. 맛도 좋고 가격도 괜찮아서 색깔별로 사다가 이런 저런 요리에 요긴 하게 사용한다.

지난번..김치에 관한 글에서도 썼지만, 한국의 배추랑 무우는 이곳 슈퍼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

   
영국에서는 배추를 찾아보기 어렵다.

배추는 가끔 아주 작고 못생긴 것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무우(이곳에선 무우를 '몰리'라고 부름)는 정말 구경할 수가 없다.

야채만 전문으로 파는 새벽시장엘 가야지 겨우 구한다.

처음에 무우 사러 갔다가..무우를 영어로 '래디쉬'라고 표현했더니..아주 작은..약간 보라색빛이 도는 샐러드용 새끼 무우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무우는 '래디쉬'라고 알고 있었는데..도대체 '몰리'라는 말은 국적이 어디인지...!

(인터넷을 찾다가 어렵사리 찾은 건데.. 인도에선 '무우'를 힌두어(Hindi)로 'Muli'(몰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아마도 여기서 비롯된 말이 아닌가 싶다)

이곳에서 파는 '몰리'라는 무우도 생김새를 보면 일본 '단무지' 만드는데 쓰일 것 같은 '길고 가늘게 생긴' 그런 무우이다.

색깔은 허옇고..속은 바람들고..그것도 싱싱하지 못해서 어떤 것은 '구들구들'.. 휘어지기도 한다.

그나마 이게 없으면 김치 담글때 아쉬움이 크니..이거라도 비싸게 사다 먹을 수밖에~~

우리 말에.."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땅에서 나는게 바로 우리 몸에 좋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외국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우리 땅에서 나오는 야채를 구할 수가 없지 않은가.

그래도 이리 저리 고르고.. 또 고르고, 이런 저런 아이디어에.. 퓨전 요리까지~~

이번 주엔 어떤 것을 어떻게 해 먹을까.. 또 고민해 본다~

  이택구 / 1966년 생으로, 대성고등학교, 충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충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석사, 영국 셰필드대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에 제36회 행정고시 일반행정 수석합격, 94년 대전시 기획관리실 기획담당사무관, 98년 대전시 벤처담당사무관, 2001년 기업지원과장, 2003년 경영평가담당관, 2008년 미래산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인터넷 - 어깨너머로 배워 전문가처럼 쓴다'(1997)가 있다. 010-3744-8028 taekku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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