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기자의 크루즈 이야기](1) 출발

기자들 사이에 불문율이 하나 있다. ‘여행기사와 영화평은 어지간하면 쓰지 마라’. 이 분야 마니아들의 글이 어설픈 기자 보다 훨씬 낫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한 가지에 푹 빠져서 쓴 글이 이것저것 짧은 지식으로 그럴듯하게 꾸며 쓰려는 기사 보다 독자들을 사로잡는다는 이야기다.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나도 어지간하면 여행 기사는 안 쓰려고 했다. 평소 관심도 없다가, 1주일 정도 보고 뭘 안다고 쓸 수 있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회사에 워낙 미안하고(개인여행으로 오랫동안 회사를 비우게 됨), 또 이번 건은 독자들이 그래도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겠다 싶어서 1주일간의 크루즈 생활을 써 보기로 했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라는 지중해 크루즈 내에서의 7일간, 내가 본 것만, 사진을 위주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거 안 쓸려면 안 보내 준다’는 회사 간부들의 반강제적 권유도 작용했다.

   
지중해를 순항하는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규모가 커 카메라 앵글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 내 인물은 필자.

보통 은퇴 뒤에 간다는 크루즈 여행이 내 경우는 이미 두 번째다. 두 번 다 처 덕분이다. 집 사람이 직장(AIG생명보험)에서 받은 선물에 내가 동승을 하게 된 게 지난 2005년 동남아 스타 크루즈를 다녀왔다. 동남아 크루즈는 싱가포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페낭과 태국 파타야를 거쳐 다시 싱가포르에 정박하는 것이다.

   
크루즈 안에서는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카드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러다 보니 내 별명이 ‘처덕계 회장’이 됐다. 쉽게 이야기해 ‘처 덕 보고 산다’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어 강하게 어필하지 않는 것으로 처덕계 회장 소리를 피한다.

이번 여행은 모두 10일 일정이다. 4일 인천공향을 출발해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크루즈에 올랐다. 지중해 크루즈 코스 가운데 내가 탄 곳은 이탈리아-스페인-몰타 코스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시바타베치아에서 승선해 이탈리아 북부 도시인 사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페인령인 팔마, 북아프리가인 튀니지의 튀니스, 몰타의 라발레타, 이탈리아령인 팔레르모를 거쳐 다시 로마도 돌아오게 된다.

‘코스타’ 회사에서 운행하는 크루즈는 지중해와 북유럽(피요로드), 두바이 중동, 아시아, 이집트-카나리제도, 남미 카리브 등으로 나눠 운행됐다. 이 가운데 지중해는 4월부터 11월까지 운행이 되고, 두바이 중동은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운행됐다. 아무래도 날씨 때문인 것 같다.

크루즈 이름은 콩코르디아호다. 2006년에 이탈리아에서 선적됐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지역을 운행하는 스타 크루즈와 달리 유럽풍이 물씬했다. 규모는 11만4천 톤, 워낙 커서 크루즈 전체 모습을 카메라 안에 담기가 힘들다.

크루즈 콩코르디아호에 타는 사람은 모두 3천780명. 이 가운데 승무원이 1천100명이다. 객실은 1천580개. 서울 33층 규모의 롯데호텔 객실이 860개라면 상상이 갈 것이다. 배의 길이는 290m. 높이는 17층 규모라고 보면 된다. 함께 간 가이드는 “5성급 리조트 호텔을 압축해 바다에 띄워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류기자의 크루즈 이야기]는 ▲크루즈 내 구경과 즐기기 ▲크루즈에서 만난 사람들 ▲기항지 이야기 순으로 예정을 하고 있다.

   
쿠르즈에 올랐을 때 한국인 전신애 크루(30)가 나와 관광객들에게 선상 생활 등을 설명하고 있다.

   
크루즈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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