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미 한국종이접기협회 대전충남연합회장

남들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하얀 종이가 그녀의 손에 들어가면 작품이 된다.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나온 "모든 사물을 종이로 접어온 종이접기의 달인 'A4' 김병만" 선생은 엉터리였지만 그녀는 아니다. 딱지나 종이학 정도가 종이접기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녀에게 있어 종이는 최고의 재료이다. 집, 사람, 동물, 가방 등 등 못만드는 것이 없다. 종이접기의 달인 김영미(49)씨는 그래서 더 빛이 난다. 현재 한국종이접기협회 대전충남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만의 작은 종이세상에서 김 씨를 만나봤다.

“종이접기요, 저한테는 마약과 같아요. 한 번 빠지니까 헤어 나오기가 힘들던데요”

   

둔산동 샤크존 1층 한편에 위치한 ‘종이 문화원’은 수강생들을 위한 교육장소인 동시에 그녀에게 좋은 작업공간이다. 공간이란 공간에는 모조리 그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 어디에다가 눈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

90년도에 어린 자식들에게 좋은 취미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 같이 시작한 종이접기가 그녀의 직업이 되고, 생활이 될지는 미처 몰랐다. 그렇게 한 번 필(feel)이 꽂혀 종이접기를 시작한 지도 이제 18년.

“원래 손재주가 좀 있는 편이었어요. 종이접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손뜨개질을 했었는데 아이들 옷을 거의 만들어 입혔을 정도에요. 그런데 종이접기를 시작하고 나니 손뜨개질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종이접기에 필이 꽂힌 거죠(웃음)”

5년 정도 종이접기를 배우다가 우연찮게 어린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성인들을 가르치고...지금은 한국종이접기협회 대전충남연합회장까지 맡고 있다. 김 회장의 문화원에 다니는 수강생만 60여명. 아침 9시에 출근하면 밤 10시는 돼야 끝이 난다.

거기다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서울 출장을 다니면서 한국종이협회에 소속된 지방 강사들을 지도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공예 CEO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그야말로 하루하루 눈코 뜰 새가 없이 바쁘다.

그녀는 종이 접기 외에도 종이 공예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달인이다. 종이접기, 종이조각, 종이장식, 북아트, 한지그림, 색지공예, 점토를 이용한 클레이아트 등 그녀가 갖고 있는 자격증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한국종이접기협회 종이 접기 공모전 수상 2회, 클레이아트 은상 수상, 2006년 종이문화재단 공로상 수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들이 그녀가 종이접기의 달인임을 증명해 주는 증거(?)들이다.

   


“처음에 종기 접기를 할 때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아이들 학교 교실에 모빌을 만들어 걸어주기도 하고(웃음) 지금도 저는 항상 외출할 때 가방에 종이를 넣고 다녀요. 기차를 타서도 종이접기를 하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종이를 접고...일반인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할 거에요”

자신이 종이접기의 달인임을 언제 느끼냐고 묻자 김 회장은 “종이 접기를 잘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수강생들을 지도하지만 내 자신이 최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며 딱잘라 말한다.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겸손’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잘한다’ 보다는 늘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자” 라고 생각한단다. 달인 스러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늘 공부를 한다. 한 번은 한지그림에 폭 빠져 대구에 있는 영남대학교까지 다니면서 일본인 강사에게 배운 적이 있다. 요즘에는 김 회장이 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클레이아트 작품 공부에, 종이접기를 가르치며 관심이 생긴 교육학 공부에 이래저래 ‘공부’를 붙들며 살고 있다.

“작품 만드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처음에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무조건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 완성에만 급급했죠. 그러다 혼자서 작품을 감상하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잠이 안오는 거에요. ‘저 부분은 내일 일어나서 고치자’ 라고 생각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수정할 부분을 기어코 뜯어놓아야만 잠을 잤죠. 행여나 내일 귀찮아서 그냥 넘어 갈까봐요”

오늘날 종이접기의 달인이 그냥 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작품을 만들면 되도록 수정하지 않으려고 작품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 ‘완성’ 보다는 ‘완벽’ 에 가깝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 또한 수십 년간 종이접기를 하면서 그녀가 터득한 배움이기도 하다.

“종이접기요, 제 삶의 일부에요. 그리고 마약과도 같죠. 앞으로 10년 후에 60세 기념 개인전을 크게 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연륜이 묻어 나오는 작품을 만들고 싶거든요. 언제까지 제가 종이접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놓지 않는 한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손전화 : 011-454-2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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