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도 선거철..공약도 다양각색 10:1의 경쟁률 보이기도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선배와 후배들의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겠습니다"

"왕따없는 학교를 위해 '언니동생 일촌맺기' 운동을 전개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선거는저리가라.  4.9 총선의 열기 못지않게 뜨거운 선거 현장이 있다.

요즘 대전지역 초등학교 마다 회장 선거 ‘열풍’ 이 불고 있다. 그야말로 선거의 계절이다. 구봉초, 하기초, 문화초, 중앙초 등 대전지역 일선 초등학교들은 이미 선거를 마쳤거나 14일 선거를 통해 전교어린이 회장을 뽑는다.

초등학생 선거라고 우습게보면 큰 코 다친다. 후보자 등록부터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거 절차가 대통령ㆍ국회 의원 선거와 똑같이 진행된다.

한밭초등학교의 아침 등굣길, 교문 앞에서는 올 한해 학생들을 대표할 전교어린이회장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선거 유세 뺨치는 수준의 선거 유세가 이뤄지고 있었다. 피켓 홍보로 얼굴을 알리는 출마 학생들의 열기는 사뭇 진지하다. 20여명의 어린이들이 각자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적은 피켓을 들고 등교하는 친구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가장 중요 한 건 바로 벽보와 공약! 사진관에서 이미지 사진을 찍는 건 기본, 길게 이어진 복도 벽 곳곳에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직접 만든 벽보를 이용해 자신을 얼굴 알리기를 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도 시끌벅적하다. 교실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공약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어른들이 치르는 선거 못지않게 뜨거운 선거전을 펼쳤다.  희한한 소품부터 유행어를 각색한 재미있는 공약까지, 표심을 잡 기위한 학생들의 기발한 선거운동이 화제다.

후보자 어린이들은 “행복의 학교를 만들겠다, 여러분의 꿀벌이 되겠다”는 등의 각자 준비한 공약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 학교 어린이회장에는 6학년 이지음, 강다영, 이현주, 신청오 학생등 4명이 출마한데 이어 5학년 몫으로 남아있는 부회장에는 10명이 출마해 10대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각축을 벌이고 있다.

   

‘회장은 남학생, 부회장은 여학생’ 이라는 불문율도 깨지면서 회장에 도전하는 여학생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 학교 회장 후보자 4명 다 여학생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주로 여자 어린이들의 표심을 자극하며 남학생들보다 훨씬 더 학교를 잘 이끌어 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에서는 ‘어떤 학생이 학교를 대표할 회장감인가’ 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오고간다.

우수민(13) 학생은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거창하게 말해놓고서 막상 회장이 되면 그 말을 지키는 않는 경우가 많다” 며 “이번 선거에는 친분도 있고 여학생들을 대표할 수 있는 여학생 후보자를 찍을 예정” 이라고 말했다.

구하윤(13) 학생은 후보자 학생들의 화려한 수상 경력을 지닌 똑똑한 사람을 후보 선정 기준으로 꼽았다. 금소정 학생(13)은 “목소리도 크고 키도 큰 사람을 뽑겠다” 고 말했다.

   

누구를 뽑을지 몰라 기권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 남학생은 인터넷 상에서 사이버머니라 할 수 있는 도토리를 언급, “어떤 후보는 자기를 뽑아주면 도토리를 준다고 말했다” 며 “그 학생을 뽑겠다” 고 말하기도 했다.

박종관(13) 학생은 “투표 전에 있을 연설을 통해 마음에 드는 후보를 선택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밭초등학교는 14일, 서구 선관위의 도움의 받아 학교 곳곳에 투표소를 설치, 오후부터 학생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이 날 선거를 진행하는 구봉초등학교는 남자 어린이 2명, 여자 어린이 2명 총 4명의 학생이 회장 후보자로 나섰다.  

전교어린이 회장 선거를 담당하고 있는 구봉초 이명희 교사는 "예전에는 자기가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애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무효표를 만들겠다는 학생들도 더러있다" 고 최근의 추세를 전했다.

구봉초등학교 어린이 후보자들 역시 피켓이나 어깨띠를 이용해 각 교실을 돌아다니며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이명희 교사는 "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민주적이고 공정한 선거문화를 배우게 되며 교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거의 기초적인 과정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자라게 될 것이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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