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촌수필]쑥스럽고 부담스런 일이지만 도전(?)해 볼 만한 일

"「스마일 대전경찰」에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동료 경찰관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고 무어라 답해야 좋을 몰랐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전경찰청(청장 이영화)에서는 정기적으로 '스마일 대전경찰'을 선발한다. 지난 7월 대전경찰청이 개청한  이후 특별히 시행하고 있는, 이른 바 'soft happy 대전경찰'의 일환이다.

'부드럽고 행복한 직장 분위기와 경찰관들의 밝은 표정은 곧 주민에 대한 친절로 이어진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 '스마일 경찰'로 선정된 것은 적이 미안하고 부담스런 일 

선발과정은 이렇다. 대전경찰청 홈페이지(경찰전용) 내에 ‘스마일 대전경찰’ 콘텐츠가 있다. 경찰관 개인 및 부서 전체 직원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자유롭게 게시하도록 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스마일 대전경찰’을 선발하여 홈페이지 표지모델(팝업존) 등으로 적극 활용한다는 취지이다.   

   
▲ 대전경찰청 팝업존(POPUP ZONE) - 주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대전경찰에서는 '스마일 대전경찰'을 정기적으로 선정해 올리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경찰의 표정'은 중요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추상 같은 표정이 통했다. 그러나 국민 친화적인 경찰상을  유난히 강조하는 오늘 날, 경찰의 부드럽고 상냥한 표정은 곧 공직자들의 친절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 '웃을 일이 없다'는 동료 경찰의 말도 이해해 줘야

 그런데 경찰의 현실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일선 경찰관으로서 부드러운 표정, 웃는 표정이 대민 친절로 이어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한 동료 경찰은 이렇게 말한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 

맞는 말이다. 치안 현장에서 온갖 궂을 일을 감당해야 하는 일선 경찰관들이다. 좋은 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꼭 무슨 문제를 일으켜야 찾아오는 '일그러진 얼굴'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경찰서 직원들이 아닌가. 몸 아픈 사람이 찾아오는 병원이나 마찬가지로 밝고 환한 얼굴들을 대하기 쉽지 않은 '직장 환경'이다. 

어디 그 뿐인가. 술 취한 사람들과 밤새워 실랑이를 벌여 새벽이 되면 심신이 파김치가 되어 버리는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이 어찌 노상 방실방실 웃을 수가 있는가. 

현실이 그러하기에, 직무 환경이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스마일'을 강조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 '호안(好顔)'은 타고 나고 '낙안(樂顔)'은 '지족(知足)'에서 나와 

아무튼 동료 경찰관들에게 미안하다. 나의 웃는 표정이 '이 달의 스마일 대전경찰' 로 선발되어 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게시된다니, 적이 부담을 느낀다. 앞으로 '표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난감한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일이다. 

논어에 '낙연후소(樂然後笑)'라는 말이 있다.  '기뻐서 웃는다'는 뜻이다.
 매일 같이 그런 밝은 표정으로 살아 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먹기 달렸다고 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

'호안(好顔)은 타고 나고 낙안(樂顔)은 지족(知足)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정작 '고마워 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

사진 설명을 해야겠다. 필자는 표정을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재주를 가진 '연예인'이 아니다. 있는 감정 그대로 표정에 나타내는 평범한 가장이요, 일선 경찰공무원이다.

이 사진은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조선일보 전재홍 기자가 찍어 준 것이다. 시간을 쪼개야 하는 일선 경찰관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을 모아 어렵게 책을  펴냈다고 하니까 홈페이지를 배경으로 찍어 준 것이다.

사진의 생명은 자연스러움에 있다. 억지로 '연출된 웃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 꾸밈 없이' 나타내는 표정이 순수하고 참된 인간의 모습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순간적으로 포착해 준 표정(사진)이기에 애착이 가고 귀하게 느껴진다. 비록 머리 숱이 적어 볼 품 없는 인물일지라도 이런 귀한 사진을 찍어 준 전재홍 기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뜻하지 않은 축하

많은 동료 경찰관들과 가족들한테도 뜻하지 않은 축하를 받았다. 오랜동안 만나 뵙지 못했던 매형도 어떻게 소식을 전해 들었는지 "요즘 잘 지내지? 스마일 대전경찰 선정을 축하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고, 

여경으로 근무하는 생질녀(누님의 딸)는 "외삼촌 축하 드려요. 출근 길 가로수 색깔이 변해 있는 것을 보고 문득 계절을 실감한 것처럼 화면에 가득찬 외삼촌의 웃는 모습을 뵙고 가족과 함께 했던 어릴 적을 떠올렸답니다."라고 국문학도 출신 다운 멋진 축하의 말을 메일로 보내왔다. 

밤늦게 들어오는 대학생 둘째 아들은 아비의 홈페이지에 "아버지의 웃음이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다는 것은 뜻밖의 일이네요. 저는 '매일 같이 보는 아버지'라 미처 몰랐습니다.ㅋㅋ"라는 글을 남겼다. 

퇴근하여 아내에게도 보여주었더니, 아내는 나를 또 한 번 민망하게 했다.
"나이를 어떻게 웃음으로 가려요. 머리가 허전해 보이니 가발이나 쓰세요!"  

군 복무하는 장교 아들한테서는 뒤늦게 어떤 반응이 전해져 올까도 이 아비에겐 관심거리이다. 아마도 "그리운 아버지 모습, 제 홈피에도 스크랩해 갈 게요!"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쑥스럽고 부담스런 일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경찰관들의 의미 있는 '스마일 콘테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 


윤승원 / 경찰관. 수필가. 90년 '한국문학' 지령200호 기념 지상 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2001년 '경찰문화대전' 금상 수상. 수필집 '삶을 가슴으로 느끼며', '덕담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우리동네 교장 선생님'. '부자유친', '아들아, 대한민국 아들아' 등을 펴냄. 한국문인협회회원, 한국수필가협회회원. 현재 대전북부경찰서 정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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