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개혁보다 안정,고통보다 안위택한 충남대'

“가을만 되면 교수님들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요. 학술제다, 논문 발표하랴 총장선거에 관련된 극소수의 교수들만 관심 있을까 그 외에는 관심도 없어요”

기자가 며칠 전 만난 한 충남대 교수는 요즘 학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양현수 총장 사태 이후 충남대는 그야말로 폭격 맞은 듯 한바탕 ‘난리’ 가 났지만 여전히 충남대 내부 교수들은 ‘직선제’ 를 고수 했고, 대학 위기를 타파할 가장 큰 변수인 ‘총장 선거’ 에는 무관심 한 듯 했다.

총장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교수들은 양 총장 사태 후 엄격해진 선거 제한에 대해 하나같이 불만을 토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짧은 선거 기간을 감안해 ‘얼굴 알리기’ 에 주력하고 있는 이들 예비후보들은 자신이 충남대 총장으로서 최적격자임을 내세우면서도 어느 하나 ‘변화와 혁신’ 에 대해 말하는 이는 없었다.

지역에서는 ‘외부 총장 영입이다’ ‘이제는 진정한 혁신이 필요할 때’ 라며 따가운 질책과 관심어린 조언이 이어질 동안에도 정작 대학사회에서는 개혁보다는 안정을, 뼈를 깍는 고통보다는 안위(安危)를 택했다.

중앙일보 2007 대학종합평가, '충남대' 는 어디에? 

   
중앙일보가 지난달 27일에 발표한 '2007 대학종합평가' 부문별 지표들.

최근 중앙일보에서 발표한 ‘2007 대학종합평가’ 결과가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종합순위 어디에도 ‘충남대’ 세 글자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 공동 13위를 차지한 부산대를 비롯해 경북대. 전남대 등 주요 지방 거점 대학들은 올해 평가에서 20위 안에 들었다.

교육 여건 재정부문, 교수 연구 부문, 국제화 부문 지표에도 충남대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평판 및 사회진출도 부문에서 18위로 겨우 턱걸이를 해 20위권에 들었을 뿐이다.

30여개가 넘는 세부적인 평가 항목별로 들어가면 결과는 더 참담했다.

혁신과 국제화를 외치며 눈에 띄는 생존경쟁 전략을 펼쳤던 지역의 이웃 대학들은 ‘칭찬’ 을 받을만한 성적 매김을 한 곳도 있었다.

2006년 일어일문학과 학과 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건양대는 올해 종합평가에서 지난해보다 14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렸으며 국제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재대는 국제화 부문에서 10위라는 눈에띄는 성과를, ‘세계시민’ 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는 충남 아산의 선문대역시 국제화 부문에서 1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교수 연구 부문에서 1,2위를 차지한 고려대와 성균관대의 원동력은 ‘인사 혁신’ 이라는 기사는 충남대와 확연히 비교되는 부문이었다.

고려대 경제학부는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고려대 출신 우선’ 을 깨고 실력 위주로 교수를 뽑는 관행을 정착시켰다. 원로 교수들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젊은 교수들도 구성된 ‘교수 선발위원회’ 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성균관대 경제학부 역시 삼성그룹이 인수한 뒤 40대 초반의 타 대학 교수들을 대거 영입해 ‘선택과 집중’ 원칙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인력 확보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학과 내 세부 전공별 ‘인력 풀 위원회’ 를 가동해 평소 영입 대상까지 물색한다고 한다.

충남대 '교수 철밥통 깨기' 개혁 바람은 언제쯤 불려나?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외대 박철 총장은 신규 교수 임용 과정에 면접관으로 직접 참여해 후보자들의 영어강의 능력을 직접 평가하는가 하면, 연세대 정창영 총장 역시 영어강의 비율을 높이고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후속 작업을 직접 지휘하는 등 총장들이 직접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뛰고 있다.

옆 학교인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세계적 명문대인 하버드대와의 경쟁을 목표로 최근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인사위원회에서 신청교수 35명 가운데 43%인 15명을 탈락시켜 국립대학 교수직도 더이상 철밥통이 아니라는 신호탄을 보냈다.

하물며 소위 잘나가는 대학에서도 ‘교수 철밥통 깨기’ 등과 같이 개혁 바람이 불고 있는 마당에 중부권 대표대학인 충남대는 아직까지 이 지경이니 앞날이 캄캄하다 못해 걱정이 앞선다.

어쨌든 충남대 차기 총장 선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총장에 선출될 누군가는 대학의 운명을 가늠할 막대한 짐을 지게 될 것이다.

‘과연 개혁 의지가 있습니까. 충남대를 변화시킬 의지가 없다면 나오지 마십시오’

충남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이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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