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요…하지만…재밌어요. 오랜만에 친척들과…온 가족이 모여…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내거든요(웃음)”

   
한국에 온 지 1년 된 베트남 며느리 호티띠엔.
추석을 3일 앞둔 22일 대전 국제교류센터에서 한국생활 1년차인 외국인 며느리 호티띠엔(22)씨는 한국 추석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한국말을 열었다.

호티띠엔의 한국 이름은 ‘이선희’. 그녀는 베트남 사람으로 지난해 남편과 결혼, 그 해 8월에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 추석.

“큰집이 월평동에 있어서…거기 가서 음식 만들었어요…친척들 다와요…”

호티띠엔의 시댁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으로 명절에 예배를 드린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제사상을 차리지 않는다.

“송편 만들지 않아요…시장에서 사와요…송편 얼마전 여성회관에서 열린 외국인 행사에서 만들어 봤어요(웃음)”

대신 가족들이 먹을 만큼의 부침개나 몇 가지 음식들을 장만한다. 아직 한국 음식 만들기가 서툴러 거의 큰 형님이 만들고 호티띠엔은 옆에서 거든다.

베트남에서의 추석은 한국의 추석과 사뭇 다르다. 베트남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추석을 ‘중추절’ 이라고 부르지만, 쉽게 말하면 베트남 추석은 ‘어린이 날’ 과 같다. 어린이와 관련된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중추절 밤 행사가 열려요. 그러면 어린이들은 학교와 와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곤 해요”

중추절 노래를 부르며 우리나라의 강강수월래와 같은 춤을 추거나 북소리에 맞춰 사자탈춤을 추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고 중추등(燈) 놀이와 가면놀이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 날 보통 밀가루로 만든 ‘중추빵’을 먹는다. 이 중추빵은 모양이 동그랗고 작다. 빵안에 팥이나 토란, 녹두 등을 넣어 먹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그냥 밀가루로만 만든 중추빵을 즐긴다.

그리고 이 빵을 먹을때 베트남 사람들은 녹차와 함께 마시거나 자몽과 햅쌀로 만든 쫄깃한 떡(우리나라 약밥과 비슷함)을 먹기도 한다.

“베트남 중추절은 한국처럼 쉬지 않아요…”

   
<디트뉴스>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추석인사를 했다.

하지만 몇몇 회사에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중추빵을 선물하거나, 상여금을 약간 챙겨주기도 한다.

호티띠엔은 시어머니, 시아버지를 모시고 남편과 함께 산다. 참 그녀의 뱃속에는 6개월 된 아기도 있다. 딸이라고 살짝 귀뜸해 준다.

“한국 추석 재밌어요…하지만 힘들어요…손님 대접 하느라…”

한국인 며느리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며느리들도 명절 때 주부의 과도한 가사 노동에 적지않은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이렇게 명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호티띠엔을 보니 이제 제법 한국인 며느리 티가 난다.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잘 먹고 삼계탕까지 만들 줄 안다고 하니 이만하면 한국인 며느리로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추석에 달 보면서 소원을 빈다고 들었어요. 이번 추석에요, 아기 건강하게 낳게 해달라고 빌거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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