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재판장의 고심과 너그러운 판결

“올 봄부터 가을까지가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긴 반년이었습니다.”

이 말은 19일 오전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주시청 공무원들의 판결 선고에 앞서 재판장인 이문우 판사가 한 말이다. 이 한 문장에 이 판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대변하고 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공무원 퇴출, 즉 소위 철밥통 깨기 붐과 맞물려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전현직 공무원들이 짜고 수억원대의 국고를 낭비했고 결국 구속됐었기 때문이다.

이 판사는 이 사건의 당사자가 수십년 동안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직 공무원들이었기에 오랜 기간 동안의 법정 심리를 거쳐 신중에 신중을 더해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그리고 그 결정 과정에는 세간에서 일고 있는 (공무원들에 대한)비난 여론을 최대한 인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실제 이 사건 범행 행적을 자백한 피고인의 검찰 조서를 사건 막바지에 와서야 확인했다. 혹시나 있을 선입견이나 예단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이 판사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선입견은 곧 피고인들의 양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본 바탕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다.

이 판사는 그러한 오류를 최대한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죄인들에게 어떤 처벌이 좋을지는 선택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검찰에서 피고인들 모두에게 실형을 구형했던 터였기 때문에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판사는 이번 범행으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피고인에게만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을 뿐 나머지 3명의 피고인들에게는 신분에 전혀 영향이 없는 벌금형을 양형 했다.

하지만 이 판사에게도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바로 검찰에서도 일부 제기했던 사건의 배경이다. 이 판사는 “검찰의 수사 과정이나 법정 공판 과정에서도 사건의 배경이나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면서 조심스럽게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 판사는 공직자들의 비위 사건을 맡아 홀로 유무죄를 결정함에 있어 판사로서 뿐 아니라 사회인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했고 소신껏 선고 했다는 것을 판결 선고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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