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해외연수 특혜논란 뒤집어 보기

 한 방 제대로 맞았다. 아산시가 말이다. 인재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된 ‘국제전문인양성과정’(VIPP) 즉, 해외영어연수프로그램에 강희복 시장의 아들을 비롯해 시 고위직 및 지역 유지들의 자제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것.

 이것이 언론의 집중 공세를 받으면서 아산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 마디로 아산시는 “끼리끼리 다 해먹는 자치단체”로 비쳐졌고,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국제전문인양성과정’(VIPP) 특혜의혹 언론보도, 아산시에 직격탄

 언론의 이 같은 지적은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적절한 지적이었고, 오히려 더 강하게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그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였던가? 정확한 시기는 생각나지 않지만 사석에서 강 시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가난했던 시절, 서울에서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신문배달, 군밤장수, 청소부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생활했다는 일화였다.

 한때 천안과 아산을 첨예한 대립관계로 이끌었던 고속철도 역사명칭 논란이 일단락 됐을 때도 강 시장은 이런 말을 했다.

 “판검사는 물론이고 중앙부처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천안출신은 많은데 왜 아산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단 말인가!”

 그래서일까? 강 시장은 지역 인재 육성에 대한 강한 집념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고교 드림팀’ 때도, 그리고 이번 해외영어연수 추진 때도 근본적인 배경은 아산시의 인재육성에 대한 강 시장의 의지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강희복 시장은 매정한 아버지(?)…인재육성에 대한 강한 집념 탓도

 이번 연수에 강 시장의 아들이 포함됐다는 것도 특혜 의혹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이면을 살펴보면 다니던 직장까지 휴직하도록 만들면서, 갓 돌 지난 딸아이를 뒤로한 채 1년간의 미국 연수에 아들을 보내야만 했던, 매정한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른다. 물론 그 배경에는 연수 프로그램을 여기서 끝낼 수 없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어찌됐건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지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기자로서 또 다른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지역 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할지라도 시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비난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연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그런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인재육성’에 대한 과거적인 시각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꼭 일류대학을 나와서 판검사가 돼야만 인재라는 평가를 받는 시대는 아니다. 게임을 잘 해도, 춤을 잘 춰도 이제는 그 분야의 최고라면 어디서든 인정을 받는 사회가 됐다는 말이다.

 취지 아무리 좋아도 시민 공감대 얻는 게 우선

 끝으로 언론 대응에 대한 부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차례 지적해 온 것이지만, 왜 항상 터지고 난 다음에 수습하려고 하느냐는 말이다. 아예 사업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칫 논란의 소지가 있을 경우 여론수렴차원에서라도 브리핑 등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꼭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일의 여파가 하루아침에 수습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그렇기 때문에 아산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과연 근본적으로 무엇이 잘못돼 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리하여 뜻만 좋고 결과는 나쁜 일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길 바란다.

 아산시를 출입하는 모든 기자들의 심정도 이와 같으리라 본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