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빈혈도 적절한 원인 규명으로 치료 필요


빈혈은 영어로 'anemia'이다. 희랍어에서 유래한 말로 없음을 뜻하는 'an'과 피(혈액)을 뜻하는 어미인 'emia'가 결합된 것이다.

그 뜻이 '피가 없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빈혈은 한자어로는 '가난할 貧', '피 血'이다. 역시 피가 모자란다는 뜻이다. 이러한 용어가 의미하듯 빈혈이란 피가 모자라는 상태를 말한다.

다만 여기에서 일컫는 것은 피의 양이 부족함이 아니라, 피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적혈구가 부족한 것이다. 적혈구는 붉은 색소인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가지고 있는 붉은 색을 띠는 혈액세포이다.
 
피가 붉게 보이는 것은 바로 이 적혈구 때문이며, 예로부터 적혈구가 모자라는 것을 피가 모자란다고 해온 것은 적혈구가 곧 피라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적혈구, 궁극적으로는  혈색소가 하는 일이란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온 산소를 몸 전체에 운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빈혈이란 적혈구의 양이 부족한 상태, 더 나아가 이로 인해 혈액의 산소 운반능력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 어지럽다는 것은 곧 빈혈이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선 어지러움 자체가 단순한 하나의 증상이 아니다.
①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여 단기간 정신을 잃는 이른바 졸도 또는 그 직전의 상태
② 평형기관 또는 뇌신경계 이상 때문에 자신 또는 주위의 사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각현상인 현훈
③ 기타의 뇌 증상, 예를 들면 과도하게 호흡하는 경우 나타나는 머리가 띵하는 현상
④ 신경계 이상으로 인한 보행장애 등 다양한 상황에서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빈혈이 심하면 즉, 적혈구의 감소가 심하면 뇌에 대한 산소공급이 부족하게 되므로 같은 여건이라면 정상인에 비해 졸도 또는 그 직전의 상태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는 하겠으나, 실제로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로 심한 빈혈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뇌의 저산소증의 경우도 빈혈보다는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혈류의 변화, 폐질환 또는 심장질환에 의한 경우가 더 흔하다.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어지러움보다는 오히려 창백, 전신적인 무력감, 식욕감소,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인 증상과 징후가 뚜렷한 경우가 더 많다.

빈혈이 심해지면 운동시 호흡곤란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평상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오르던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가쁜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이다. 따라서 어지러움이 주된 증상인 경우에는 오히려 빈혈이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

- 여성에서 가벼운 빈혈은 흔히 있는 것으로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간혹 놀라울 정도로 심한 빈혈이 있는 환자를 볼 수 있다. 중년의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여자들이란 대개 어느 정도의 빈혈이 있는 법'이라는 그릇된 통념 때문에 빈혈을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참고, 또 그러다 보면 스스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기 때문일 것이다.

빈혈은 절대 비정상적인 것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원인의 규명 및 그에 따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 빈혈은 빈혈약만 먹으면 해결되는 것인가?

빈혈은 그저 시중에서 빈혈약을 구입해 얼마간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로 말미암아 많은 환자, 특히 철결핍성빈혈의 빈도가 높은 가임기 여성에서 빈혈이 확인되고도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빈혈은 하나의 병이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 빈혈 즉, 적혈구가 부족하게 되는 원인은 무수히 많으며, 원인에 따라 병명이 달라지고 치료법도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월경과 관련된 철결핍성빈혈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빈혈이라 하면 철분이 부족해서 생기는 철결핍성빈혈만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빈혈은 재생불량성빈혈, 거대적아구성빈혈, 용혈성빈혈, 각종 백혈병 등 혈액질환 뿐 아니라 만성신부전, 각종 류마티스질환 및 각종 암 등 매우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빈혈이 있다하여 대개 빈혈약으로 알려져 있는 철분제를 무작정 복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철결핍성빈혈의 경우라 하더라도 진료를 통해 먼저 철결핍의 원인을 밝혀 가능하다면 이를 교정하고, 치료제로 적합한 철분제를 알맞은 용량으로 적절한 기간동안 복용해야 한다.

- 철결핍성빈혈의 경우, 비싼 약제 또는 액상으로 된 약제가 더 효과적인가?

여러 형태의 빈혈 중에서 발생 빈도 면에서는 철결핍성빈혈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질환은 성인의 경우 철분 결핍을 유발하는 특별한 원인이 있는 경우보다는 월경을 통한 철분 유실의 누적에 의한 경우가 많고, 철분만 적절히 보충하면 쉽게 교정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또 하나의 잘못된 통념 때문에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시중 약국에서 통용되는 값비싼 철분제 즉, 몇 가지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함유되어 있어 고가이긴 하지만 철분 함량은 오히려 적어 치료제로는 적합하지 않은 약제를 복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철분 결핍으로 인한 빈혈은 순수한 철분제를 올바른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알약에 비해 액상으로 되어 있는 철분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 역시 근거가 없다.

철분제의 복용으로 간혹 구역, 소화불량, 변비 등 위장관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데, 액상으로 된 즉, 병이나 앰플에 들어있는 철분제가 이러한 위장장애가 덜 일으킨다는 것 역시 뚜렷하게 입증된 바 없다. 대개의 경우 액상 제재는 표준적인 치료제에 비해 철분 함량이 적다.

빈혈이란?
혈액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로, 아주 심한 경우에는 어지러움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어지러움이 곧 빈혈은 아니다. 빈혈의 원인으로 비교적 간단히 교정되는 철결핍이 가장 많지만, 철결핍 이외에도 많은 원인이 있으므로 적절한 진료를 통한 원인의 규명과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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